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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체탄 바갓 지음, 정승원 옮김 / 북스퀘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세 얼간이여서 바보들 이야긴 줄 알았다.
그런데 MIT, 버클리공대 다음으로 친다는 인도공과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에피소드다.
주제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비견할 수 있고,
재미는 코메디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주인공 세 명이 저지르는 소동들이 유쾌하면서도 웃지 못하게 하는 삶의 페이소스로 가득하다.
카이스트라는 수재들의 집단에서 최근 몇년 사이 자살, 자퇴 등이 잇따랐다.
그것은 수재들에게 편안한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대신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한 때문이었을 거다.
안 그래도 수재들끼리 모여있는 과학고 출신들로 가득한 곳이어서
청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여간한 것이 아니었을 터인데, 거기서 지옥같은 경쟁이라니...
카이스트 학생들은 이 책을 꼭 읽을 일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10점 만점에 10점을 받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서 배워야 한다.
삶은 '재밌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지,
높은 점수를 얻는다고 삶이 가득차게 되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 일도 소중한 것이다.
IIT는 미국과 관련이 깊었다.
우리에게 돌아오는 외국의 지원 대부분이 거대 미국 기업으로부터 나온 것이었고...
인도에서는 이렇게 미국으로 고급 두뇌 유출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이 미국쪽에 기우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69)
이런 부분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만 미국 박사가 무지 많다. 서울대 박사의 90%가 미국 박사란다.
공학 계열은 훨씬 그 의존도가 심각할 것이다.
사랑에 빠진 하리가 원하는 것은
네가 되는 것.
이었단다. 나는 네가 되고 싶어.
너 날 수 있어? 나는 너일 수 있는데... 이런 마음... 알듯도 하고 모를듯도 한...
카이스트처럼 IIT처럼... 경쟁이 미만한 곳에서 읽어야할 이야기고, 봐야할 영화다.
평점이 좋은 학생을 만들 수는 있어도,
좋은 사람을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321)
평점만을 추구하는 삭막한 학교...
한국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상 아닐까?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나는 분명히 IIT를 졸업했는데,
어떤 면에서 내 영혼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331)
학교란 이런 곳이다.
지옥처럼 학생들을 달달 볶다가도,
악마같은 교수들이 설쳐대다가도,
악마가 지옥에 가니 그곳이 곧 천국이더라~ 하는 야~한 농담이 생각날 정도로,
추억의 공간이기도 한 것인데,
그것은 '친구'들과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학교를 경쟁의 구도로만 밀어붙여선 안 되는 이유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