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수업 - 나이에 지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사는 법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난 내가 '중년'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주워들었는데,

읽어보니, 이 책은 퇴직 후의 삶에 대한 지침서 비스름한 거였다.

이 책에서의 중년은 내가 생각하는 노년의 모습이었다.

 

암튼, 읽노라니,

지금 내 삶에 큰 위안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퇴직하게 되는 17년 후...

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활발하게 노년의 새 삶을 만들어 나가고 있을까?

몸은 건강할까?

아내랑 친구랑 다들 건강하게 나랑 잘 놀아줄까?

책도 잘 읽고 그림도 잘 그릴 수 있을까?

손자 손녀들이랑 신 나게 뛰어노는 발랄한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동화책 읽어주고, 틈나면 과자도 구워주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까?

....... 아니면... 어느 것도 못하는 왕따가 되어 우울하게 살고 있는 연금생활자가 되어있을까?

 

저자는 퇴직 후가 <알짜배기 시간>이라고 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퇴직하고 5년~10년 살다가 세상을 하직한다면 대충 마무리해도 별무이상일 게다.

하지만, 60세에 퇴직한대도, 70세까진 어영부영 일을 한대도, 90세이상 산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제대로된 직장을 갖지 못할 것이 당연지사이므로,

남는 시간을 <알짜배기>로 만드느냐, <종일재가>의 우울한 나날을 보내느냐를 미리 준비함이 옳다.

 

<오래될수록 가치를 발하는 놀이>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면 노년도 즐거울 수 있을 게다.

고스톱이 즐겁다면 그것도 좋다.

술과 담배는 글쎄다.

예전 농촌 노인들은 체력이 뒷받침되어 술담배가 가능했는지 몰라도, 난 그건 아니다.

이미 담배는 손에서 놓았고(체력 고갈이 느껴져서), 술도 용감함을 버린 지 오래다.

책은 노년이 되면 아마 시시할 거 같다.

괴테처럼 이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생의 활기를 찾게될지 모르지만,

그 나이의 손녀랑 노는 게 더 재밌는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거 같다.

내 주특기가 아이들이랑 놀아주는 것이니 말이다.

 

난 퇴직하고도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연구하고 있는 게, '공부하는 방법의 지도'다.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상담하면서 놀아주기론 제법 괜찮은 테마 아닐까?

물론 애들은 과자로 꾀어야 하고, 내 학벌 정도면 재능기부한다고 깝쳐도 뭐 괜찮을 거다. ㅎㅎ

한국이 학벌 사회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게다.

 

무엇보다 '독립'이 중요하다.

옳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여기서 실패한 이들이 많다.

국가는 총체적 복지 부실이다.

미래의 노인 문제는 개인의 '독립'이 최우선 과제다.

일본처럼 초고령 사회로 들어간 나라나, 한국처럼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사회는

모두 복지와 개인의 노력이 노년의 삶을 '독립' 시켜줘야 한다.

 

휴, 한국은 참 독립할 거 많다.

일단, 국가적으로 정치적 독립 돼야 하고~ ㅠㅜ

청소년기 끝나면 청년기 젊은이들을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도 독립시켜 줘야 하고,

가정으로부터 성인도 <개인>으로서 독립하여야 하고,

노년의 독립도 노력해야 한다.

 

LiG 생명보험에 아무리 띠링띠링 해둔대도,

그걸로 만족할 수 없을 게다.

사회 전체적 합의가 일정정도 필요하다.

개인의 독자적 책임으로 밀어붙이는 사회는 정글 그 자체일 것이므로...

 

노년엔 '직함 아닌 명함'을 가져야 한단 말도 재밌다.

직장인에겐 직함이 있다.

그러나 노년의 황혼기엔, 직장은 접었을 거고~ ㅋ~

나름대로 명함을 팔 종목을 찾아야 한다.

 

내가 어느 회사 서평단 활동에서 우연히 얻게된 명함에는

'책읽고 글쓰는게 행복한 남자'란 글귀를 넣어 두었다.

그 글귀를 보는 사람들마다, 참 색다른 명함이란 이야기들을 했다.

그저 00학교 국어 교사, 또는 00학교 생활지도부장교사~ 이런 명함은 '직함'이지 나의 특징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거다.

그런 명함.

당신에겐 어떤 명함을 파 드릴까요? 하고 물었을 때,

하루 정도 고민하고 나면, 이러구러한 명함을 파 주세요~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노년기엔 몸의 변화를 준비해야 하고, 떠나고 비울 준비를 해야한다는데,

뭐, 그거야 언제 올지 모를 사자를 굳이 기다릴 필요 있겠나 싶다.

노년에도 뭔가 조금은 움켜쥐고 욕심내야 몸이 건강하다는 이론도 있음을 생각한다면,

텅 비우고 다 나눠주고 나면, 삶이 재미없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암튼, 젊으나 늙으나...

요지는 <재밌게>다.

난 노년에 명함에 이렇게 새겨 넣고 싶다.

 

한때 책에 미쳤다가 그림에 빠졌다가, 요즘엔 하냥 재밌게 사는 남자 사람

 

ㅋ~ 노인이란 말은 쓰기 싫단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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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7-1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년을 준비한다는 것이 어느샌가 경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만약 그것이 노년 준비의 전부라면 우리의 노년은 필연적으로 우울할 수밖에 없겠지요? 전 어던 노년을 준비해야할까요? 아직 30대 중반인데 쓸데없는 고민인가요? ㅎㅎ

글샘 2012-07-17 15:19   좋아요 0 | URL
40대 중반인 저한테 그걸 물으심 어쩝니까? ㅎㅎㅎ
암튼 물심양면으로 준비를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