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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발명 - 유준상의 유쾌하고 엉뚱한 일상 모험
유준상 지음 / 열림원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유명한 여배우가 어떤 사람(남자겠지?) 집에 가서 80만원짜리 지갑에 든 현금 80만원과 수표 백여만원을 '가지고 나와' 수표를 은행에서 바꾸려고 하다가... 잡혔다.
도대체 어떤 사이기에 그 남자의 허락도 없이 수백 만원을 그냥 가져나와 써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내 한 달 월급을, 저런 여자가 가져다 써도 되는 사이?
그 남자는 도둑이 훔쳐간 줄 알고 신고를 했다가, 그여자가 가져간 걸 알고 처벌할 필요 없다고 했단다.
참 편리한 사이다. ㅎㅎㅎ
배우란 사람들은 남들의 이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소위 출세한 배우들은 줄을 잘 서서, 또는 연기를 좀 잘 해서 배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가~~아끔, 좀 멋진 배우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요즘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란 드라마의 좀 어색한 귀남이 역할로 등장하는 유준상...
난 그의 연기를 보면, 아무래도 좀 브라운관에선 어색하단 생각이 맨날 드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 음... 좀 멋지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은 그의 기록 정신 때문이다.
내가 읽고 쓰는 일이 하나의 '기록 정신'의 소산이므로, 그의 기록 정신을 기꺼이 사랑해줄 자세가 되어있는지도 모르지만,
암튼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이 소화하는 캐릭터에 대하여 기록하는 일은... 소중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가장 잘 남겨둘 수 있는 것은 스케치다.
유준상은 뭐, 그림을 잘 그리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림에서 필~이 살아 있다.
그 그림을 그렸을 당시의 느낌이 그림에서 오롯이 살아있다.
기록 정신의 승리다.
우리네 인생에서 삶와 예술에 진정한 의미를 주는 단 하나의 색깔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샤갈)
이런 기록을 남겨두었다가 표현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다.
가끔 피아노도 친단다.
요즘 나를 피아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곡이 바로 쇼팽의 녹턴 C# minor
한 음을 칠 때마다 정확한 음을 치세요. 라는 아내의 전문가 이상의 조언을 들으면서...
난 일단 악보를 구하기 전까진 치지는 못하지만...
cd가 닳도록 쇼팽의 녹턴을 듣고 또 들었다.
그를 읽고 듣는 쇼팽의 녹턴은 참 '정확한 음'의 모음이란 생각을 하면서 듣게 한다.
나랑 하는 짓이 비슷한 구석도 있다. ㅎㅎ
화장실 휴지 삼각 접기... 나도 가끔 해보는데, 아내한테 물어보진 않았다. ㅋ
아내는 그걸로 한 번도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가 없다. ㅠㅜ
아무런 피드백이 없지만 나는 다시 휴지를 접는다.
ㅎㅎㅎ 이런 기록을 남기다니... 음... 일기의 힘인가부다.
난 주로 리뷰 위주로 글을 쓰노라면, 내 생각은 기록되지만, 거기 일상은 휘발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일기를 쓸 염도 내기 어렵다.
노트도 옆에 두지 않고... 가끔 스케치나 그림을 그릴 뿐...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
내가 진짜 여유를 갖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맞어. 여유... '진짜 여유' 말이다.
저 문장에서 '진짜'가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부사어가 아니라, 여유를 수식하는 관형어로 느껴지면서,
'진짜 여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뭘 해도 자유로운 시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풍족한 마음... 아, 그게 있기나 했나? 돌아보게 한다.
이별!
사랑과는 또 다른 류의 사랑
조금씩 세차게 다가오는 감각.
그래. 이별은 사랑의 한 조각이다. 이별은 사랑과 대척점에 선 다른 존재가 아닌 거다.
이별은, 그래. 감각이다.
사랑은 감정이라면... 이별은, 감각이다.
이런 걸 느끼는 사람이라면... 무지 까칠하기도 할 거다. ㅋ
감각을 건드리는 거만으로도... 확 발을 내지를지 모른다. ㅠㅜ
사랑!
다가오거나 사라지는 미묘한 차이
그차이의 관계 속에서 얻는 결실.
사랑은... 다가오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미묘한 마음의 울렁거림..
그 울렁거림이 어디서 오냐면... 오거나 사라지는 <미묘한 차이>에서 온단다.
와~ 사랑을 이렇게 시각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 신기하다, 이 남자.
사랑은 감정이 울렁거리며 움직이는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시각적 거리감으로 현실화해놓고 나니...
비로소, 인간과 인간의 <관계>와 <거리>에 놓인 상관관계가
신비로움을 벗고 <객관적 사물>처럼 관찰과 고찰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멋지다.
그는 어쩜 그런 것들을 다 볼까? 궁금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답을 달아 준다.
천천히 가다보면 보게 된다.
그 느낌, 그 풍경들, 그 찰나의 움직임.
언덕에서 바라본 도시는 어제는 별이 되어 떠 있었고,
오늘 아침은 땅에 들어가 있다.
반복은 여유를 만들고 여유는 쉼을 만든다.
뭐, 삶에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마주치는 숱한 '주제'들을,
골목을 돌 때마다 우리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잊고 산다.
그 '주제'들을 기록해두고, 스케치해 둔다면,
충분히 어떤 타이밍에선 <변주>로 되살릴 수 있을 노릇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을 지겨워말고, <여유> 또는 <쉼>과 연결지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속도감만을 내세우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선 안 된다.
천천히 가야 보게 된단다.
내 인생도, 천천히 보면, 멋진 그런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