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의사들이 곤란을 호소한다.

언론이라고 믿을 수 없는 방송국에서는 의사들을 이기주의자들로 매도한다.

의료수가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진료하라고 하는 것이, 포괄수가제라고 하는데,

국가에서 밀어붙이는 걸로 봐서는 국민을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순의 하나로 짐작될 따름이다.

 

지난 50년간 입양아들의 어머니로, 할머니로 진료와 입양, 버린 아이의 치료와 사망한 아이의 진단서에 이르기까지...

조병국 선생님이 이야기는 감동 없이 읽을 수 없다.

가슴이 저릿저릿하고 머릿속이 찌르르 할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들로 작은 책이 가득하다.

 

참으로 가난해서..

세계에서 아이를 해외입양보내는 1위국이란 치욕을 그대로 품어안고,

서울시립아동병원에서 박봉을 받아가면서,

말도 안되는 시설과 환경, 조건을 이겨가면서 아이들을 50년간 바라본 기록이다.

 

그가 진료한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인간 극장>의 주인공이 될 만한 삶을 살아온 아이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 보면, 한국이 얼마나 폐쇄적인 사회인지를 보게 된다.

벽안의 미국인들이, 가난한 동방의 나라 한국에서 온 장애인 아이 하나를 돌보기 위해 수많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반면, 한국의 공무원들의 자세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미국인들의 입양에 대한 오픈 마인드는,

제 새끼 하나조차 건사하기 힘들어, 세계에서 가장 저출산이 급증하는 국가가 되어버린 한국인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장애인을 입양하면 치료비가 나오는 나라...와

장애인에게 주던 돈을 확 줄여 강바닥을 파헤치는 나라의 차이.

그 슬픈 간격을 읽을 때는 부끄럽고 화도 난다.

 

이 나라는 왜, 국가가 국민을 괴롭히기만 하는가.

국가는 열중쉬어로 있고, 아니 세금만 죽으라 거둬들일 뿐이고,

왜 국민은 제 자식 제가 가르치고, 먹이고, 그 비싼 대학 헛되이 보내고, 더군다나 집값도 대 주고 결혼비용도 막대한 것을 지불해야 하는가 말이다.

국가의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국민을 봉으로 보고 있는 건데... 개전의 정이 없다.

 

이 책이 올해의 <부산시 교육청 원북원 도서>로 선정되었다.

의사들도 좀 읽고, 아이들도, 어머니들도, 아니 온 한국인들이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해결책은 없을 것이다.

허나, 이런 착한 책을 읽고 나면,

자원봉사에 대한 개념도 맑아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다 1번을 뽑아 한나라당도 아니면서 교육감에 당선되신 부산시 교육감께서

그렇게 뇌물을 받으면 '원스트라익 아웃'이라고 강조하던 분께서,

뇌물을 받아서 자리를 내놓게 된 모양이다.

교육계의 수장이란 양반이... 쪽팔린다. 그러면서 맨날 좋은 말은 다 하고 다녔을 거다.

교육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이런 분들처럼 말없이, 그렇게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 세상을 교육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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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6-1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됐을 때부터 '읽어야지~'하면서 아직도에요.ㅜㅜ
부산교육감이 그렇게 돼 버렸군요.ㅜㅜ

글샘 2012-06-16 14:54   좋아요 0 | URL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 책이면 보내드릴 텐데... 도서관서 빌린 책이라... ^^ 읽어 보세요~

2012-06-15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06-16 14:55   좋아요 0 | URL
그래요. 미국인들의 가족개념과 한국인들의 그건 천양지차겠죠.

그런 마인드는 유목민의 그것이라 배울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다는..

2012-06-18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8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rosa 2012-06-1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글을 읽다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댓글을 답니다.
이 책 읽다가 저는 중간에 그만 덮어버렸는데요.
이 책의 저자인 조병국 원장님이 오랫동안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헌신해오셨다는 점은 알겠지만
그분이 일하신 기관의 성격을 생각하면 불편하고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2009년 한겨레21에 실렸던 기사, <똑똑한 한국아이 2169만원이오>에도 한국아이를 입양하려는 미국부모들이 약 17000달러 정도를 지불한다는 점, 또 한국아이를 입양보내는 국내기관에 1인당 800~1200만원씩이 들어온다는 점 등이 아기가 거래되는 해외입양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 분 나름의 헌신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그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해외 입양을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성공하고 출세한 입양인들에 대해서만 그들의 뿌리를 운운하는 이 나라 언론들의 호들갑을 떠올리며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댓글을 남깁니다.^^;;

글샘 2012-06-16 14:58   좋아요 0 | URL
홀트 복지재단이 그런 문제도 있군요.
헐 똑똑한 한국아이 2169만원이라뇨... 정말 아이를 파는 게 맞네요. ㅠㅜ
아이 수출 1위국이라더니...

입양의 문제는
알려지는 게 잘 된 사람들 중심으로 부모를 찾으려 한다는 건데...
그늘에서 삶을 구려뜨린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겠지요.

이 책은 비록 그 기관에서 일하시긴 했으나, 그늘까지 살피시려는, 또 잊지 않으시려는 관점도 강하던데요...

rosa 2012-06-16 21:57   좋아요 0 | URL
글샘님이 공개답글로 올리셔서 제 댓글도 공개로 바꿨습니다.

미국 가정에서 외국아이를 입양할 때, 한국아이를 입양하며 지불하는 비용이 다른 나라 출신 아이를 입양할 때 드는 비용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한국아이들이 똑똑하다는 편견 때문이랍니다. 2009년 당시 환율로 2169만원이란 돈이 나왔지만 지금은 3000만원이 넘는다고 본 것 같습니다.
<피의 언어>를 쓴 제인 정 트렌카씨는 '해외 입양인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해외입양인의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소수의 성공한 입양인들 얘기를 통해 해외입양의 불가피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웨덴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입양인의 자살율이 4배가 넘는다고 하더군요.
최근에는 국내입양을 권장하고 있지만 입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연대(TRACK)에서 바로 그런 운동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제인 정 트렌카씨는 바로 TRACK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헌신하고 노력하셨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한국와 미국에서 해외입양을 주선하는 기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입양 비즈니스'의 문제를 간과하기 어렵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궁금하더라구요, 해외 입양인들은 이 분의 책을 어떻게 평가할지.

글샘 2012-06-17 11:37   좋아요 0 | URL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문제와 '성인 자식에게 결혼비용, 살림이나 주거 지원' 등의 문제를 생각하면, 이 나라는 각개전투로 살아야지, 국가는 아무 역할도 안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게 결국 출산율 저하와 입양 거부감에 큰 영향일 거구요.
성인으로 만드어 놓으면 아이가 스스로 살 수 있는 국가... 불가능할까요?
투표 잘 해야죠. ^^

입양은 꼭 입양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한국전쟁의 비극에서 홀트아동복지재단이 설립되었다고 해도, 입양비가 현실적으로 책정되어 있다고 해도...
아이들을 기르는 일 자체가 한국에선 힘든 일이어서 발생하는 일이니깐,
국가의 시스템이 문제죠.

입양의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만, 이 책이 입양을 선전하는 책은 아니라고 읽었거든요. 오히려 이 책은 입양에 대한 문제점들을 잘 짚고 있던데요??

rosa 2012-06-18 00:4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입양을 선전하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해외입양을 정당화하는 부분은 없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겁니다.
혹시라도 제 댓글이 그렇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건 제 잘못입니다.
다시 이 책을 붙잡고 새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목에 유의해서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샘 2012-06-18 07:49   좋아요 0 | URL
제가 선전한다고 잘못 말을 붙였군요. ^^

제가 읽기론 해외입양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었구요. 문제점도 잘 짚어주도 있더라구요.
그치만, 어쩔 수 없이 입양을 해야 하는데, 국내입양은 불가능하니까 해외입양이라도 해야하는 사정도 이해가 되던데요...

다 안 읽어 보셨다면 다시 읽어 보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

희망찬샘 2012-06-1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이 책이 선정되었군요.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없었네요. 그래서 모르고 있었습니다. 부산원북정도는 읽어주리라 두 주먹 불끈~ 쥐어 봅니다.

글샘 2012-06-16 16:59   좋아요 0 | URL
글쎄요. 엄마를 부탁해, 산동네 선생님, 책만보는 바보... 계속 설문조사 했는데 말이죠.
제가 가끔 원북원 심사하러 가곤 해서 미리 읽어 뒀을 뿐인데, 재밌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