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상페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장 자크 상뻬.

난 이사람 그림을 참 좋아한다.

근데, 왜 좋은지... 곰곰 생각해본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읽진 않고...) 다시 생각해 봤다.

 

내가 상뻬를 좋아한 이유는... 단 하나.

그의 그림은 그림으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림으로 충분히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듣도록 설득한다.

무엇보다, 그 이야기는 재미있고 어렵지 않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다.

 

뉴욕의 생활을 전하는 잡지, 뉴요커의 표지화를 그려달라고 했을 때,

처음 그린 그림이다.

 

 

도시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명징하게 잡아내기 쉽지 않을 건데...

규격화된 일상 속에서,

규격화된 복식을 하고...

늘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5분 대기조의 삶을 그리고 있다.

시간은 분명히 밤일 텐데도...

불빛이 날아드는 불야성의 도시,

그 도시의 외로운 조류같은 사람들의 삶...

그것을 횃대에 올라앉은 뉴요커로 표현했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맘에 다는 그림이라면, 이것이다.

그 답답해 보이는 뉴요커의 숨통은 바로 바다다.

뉴욕은 대서양을 끼고앉은 해양 도시이니까...

 

격식따위 집어 던지듯,

신발도 벗어던지고, 양말도 벗어 던지고,

목에는 마린블루 스카프를...

빨간 팬츠와 노란 코트...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먼 데 수평선을 바라보며 일상을 잊는 남자.

그의 일상엔 자유가 없지만, 심장엔 자유로 가득하다.

 

 

남성에게만 자유를 허하는 쫌생이가 아니다. 상뻬는...

당신에게도... ㅋ 여성에게도 훌훌 벗어버리는 자유를 선사한다.

시원하지 않은가?

 

 

뉴요커들은 답답할 것만 같은 삶 사이에

음악과 자전거... 이런 고전적인 삶의 형식을 담아 넣는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거지역이라면,

아침 햇살과 함께 황금빛으로 울려퍼지는 색소폰의 진한 페이소스를

가슴 한가득 황금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으리라.

 

 

도시의 삭막한 빌딩숲 사이로도 달빛은 비친다.

그 달빛을 바라보며,

당신의 눈동자에도 하나,

술잔에도 하나,

경포대에도 하나,

바다에도 하나... 하던 낭만은 어디에나 만국공통인 바.

 

 

뉴요커들의 심장부가

저 맨하튼의 빌딩숲이라면,

그들의 폐부라면 센트럴파크 정도겠다.

 

단풍이 가득한 센트럴파크 한적한 곳에서,

달큰한 단풍시럽 냄새를 폐에 가득 담은채로...

방금 전까지 수다에 뜨개질에 여념없던 사람들...

차 한 잔 마신 후,

각자 어울리는 악기 한 점씩 들고 앙상블을 이룬다.

 

거칠어보이는 도시 뉴욕의 맛은,

이렇게 상뻬가 보여준 뉴욕의 맛은 '하모니'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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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6-1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뻬~~~~~ 저도 좋아해요!^^

글샘 2012-06-16 14:58   좋아요 0 | URL
상뻬 책은... 비싸서 도서관에서 늘 빌려본다는... ^^
그림이 참 좋아요, 그쵸?

희망찬샘 2012-06-1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요거 읽었어요. 아는 척 살짝~ (다른 것은 모르지만...)

글샘 2012-06-16 17:00   좋아요 0 | URL
제가 상뻬 읽은 걸로 태글 만들었는데, 제법 읽었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