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주는 메시지에 감응하는 예민한 촉수
사랑 아닌 것이 없다 - 사물과 나눈 이야기
이현주 지음 / 샨티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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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물과 나눈 이야기>란 제목으로 되었던 책을 읽었다.

몇 년만에 새로 나온 책을 다시 읽었다. 

이참에 이현주란 이름으로 태그를 만들었는데, 그이 책을 제법 찾아 읽었던 모양이다. 나도 몰랐다. ^^

 

삶의 목적이 '사랑'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목적'이 되어버린다면, 그 삶은 노예가 되기 쉽다.

'돈'에 대한 사랑, 돈의 노예가 되고,

'결혼'을 향한 사랑, 결혼의 노예가 되고,

'육체'를 향산 사랑, 육신의 노예가 된다.

 

그 '사랑'은 '과정'이며, '행위'이어야 한다.

그때, 사랑은 동사가 되고,

사랑은 삶의 과정에 녹아서 기쁨을 준다.

비로소 삶은 행복으로 가득찰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서로 안에 있는 존재가 된다. 그들에게 열쇠 따위 필요 없다.

그러나, '목적'을 위한 사랑에 얽매이는 자, 열쇠를 찾아 삶을 낭비하며 헤매인다.

열쇠는 없다.

서로 안에 있는 존재,

서로 연결되어 있는 시간으로 가득한 존재,

그들에게 열쇠가 별도로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사슬의 모든 연결고리를 보려면,

아주 밝은 눈이 있어야 한다.(루미)

 

허나, 그 밝은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니, 맹인이라도 그 밝은 눈을 밝혀 세상을 볼 수 있다.

다만, 눈 밝다고 자신하는 사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확언하는 사람,

그들은 영원히 사랑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눈먼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엔가 쓰여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쓸데없이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더군.

사실은 말씀이야.

사람들이 나를 사용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나하고 아무 상관없는 일일세.

나는 이 모양으로 존재하는 동안 내 나름으로 재미있게 세상 구경을 즐기고 있네.

그러면 됐지.

내가 무엇때문에 뜨거운 물을 속에 담지 못하여 안달한단 말인가?

알겠나? 나는 사용되기 위하여 태어난 몸이 아니라네.(주전자, 101)

 

사랑 중 가장 어리석은 사랑이 '자기에 대한 사랑'이다.

금강경에서도 4가지 헛된 '상' 중 으뜸이 '아상'이라고 한다.

내가 있다고 하는 그 상... 약견 제상비상 즉견여래... 라고 했다.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본다면, 곧 여래가 된다고 말이다.

 

올해가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다들 올해의 목표 같은 생각들을 했을 거다. '자기애'의 발동으로... ㅎㅎ

 

밝아오는 해를 맞아 한 마디 해도 되겠나?

얼마든지.

꾸물거릴 거 없네, 잘라버리게.

뭘?

미래에 대한 설계와 함께 염려를... !(154)

 

아, 맞다.

사랑에 대한 망상 중 하나가, 있지도 않은 그 사랑을 잃어버릴까 조바심내고 안달하는 것이다.

ㅋ 잘라버리면 된다.

미래에 대한 설계와 함께 염려를...

그대, 조금 마음 편해졌는가?

 

사랑은 [내꺼]로 만들 수 없다.

김선우는 [내꺼]라는 그림자 노동에 마음이 휘둘린다고 말했다.

그렇다.

집착해봤자 매달릴 끄트머리 하나 없는 게 사랑인데,

거기 매달려 설계하면서 안달을 하고, 염려에 끄달려 괴로워한다.

놓아버리라고 한다.

사라지지 않으면... 그렇게 힘든 것이란다. 종소리처럼...

 

사라진다는 것은 고맙고 아름답고 그리고 다행스런 일이다.

한번 울린 종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울린다면 그건 종이 아니라 괴물이다.

그것을 누가 견뎌 내리?

종소리가 사라져서 종이 사는구나!

안심이다.(종,157)

 

그 '사랑'에 너무 마음 끄달려 끌려다닐 필요 없다.

무엇에 대한 사랑이든... 명사에 휘둘리지 말라고 하다.

그럼, 동사의 사랑은 어떤 거냐고 묻고 싶은가?

매미한테 물어 봐라~ ㅋ

 

네가 무엇이냐? 매미냐?

아니다....

그럼 무엇이냐?

........

........

"짝을 찾아 부르는 이의 소리다."

 

매미가 묻는다.

너는 누구냐?

............

............

"짝을 찾아 부르는 이에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다."

 

이러니 말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사랑'인 것 하나도 없고,

세상에 '사랑 아닌' 것 하나도 없다.

 

전자가 명사고, 후자가 동사다.

 

명사로서의 사랑에 휘둘리지 말라.

그리고 그저, 사랑하라...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읽는 사람은 듣고,

잊는 사람은 못 듣는다.

 

그대 생각이 장미라면

그대가 곧 장미원이다.

그대 생각이 가시나무라면

그대는 아궁이 속 땔감이다. (루미)

 

장미여, 장미로 살라.

네 속에 너무 많은 가시나무로 스스로를 아궁이로 만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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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2-06-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사랑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말씀 가슴에 담아두겠습니다.

글샘 2012-06-08 11:25   좋아요 0 | URL
네. 사랑은 거기 있는 게 아니래요. 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