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6
푸페이룽 지음, 심의용 옮김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장자를 읽어주는 사람은 많지만,

보통 장자에 실린 이야기를 한편 들려주고,

그 이야기의 함의를 읽어주는 식이 많다.

그러다보면,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잃게 되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장자라는 텍스트를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강의 텍스트일 수 있다.

단점이라면, 세세한 이야기의 함의를 읽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다른 책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논어에 문질빈빈이란 말이 있다.

 

질박함이 꾸밈을 이기면 조야하고, 質勝文卽野

꾸밈이 질박함을 이기면 겉만 번지르르하다. 文勝質卽史

꾸밈과 질박함이 고르게 조화를 이룬 뒤라야 군자라 할 수 있다. 文質彬彬 然後 君子(논어, 옹야편)

 

진리란 것은 진실하 면모 전체를 바라보기도 어렵고,

언어로 적절하게 묘사해 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이야기라는 방식을 통하여 진리를 드러내 보여주려 한다.

 

장자는 굳이 꾸미는 쪽보다는 질박한 쪽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그쪽을 굳이 강조하는 것은 세상이 상대편으로 지나치게 쏠려있음을 의식한 질박함이어서,

조화를 이루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공자와 노자의 이상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대업'이었지만,

장자의 이상은 <사람의 생명의 안녕을 추구하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어던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속에서 자유자재할 수 있는 <소요유>할 수 있는 능력을 내세우는 것.

 

장자를 푸페이룽 선생은 <우주 비행사>에 비유한다.

정말 높은 곳에서 구만리 장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존재, 곤과 붕의 상상과 초록별에 대한 조감은,

정말 우주 비행사의 시점 정도나 되어야 할 법 하다.

 

인간은 매일 살아가는 순간의 파도에 감성이 휩쓸리기 쉽다.

그러나, 세상은 바다와 같은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환공의 독서 비유를 통하여 '지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책에 들어있는 지식은 모두 죽은 것이며, 의발을 전해줄 수 없는 것 뿐이다.

자기가 직접 체험하여 얻어낼 수 있는 것만이, 제대로 된 지혜인 바,

得手應心(득수응심) 하려면, 통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세상을 전체로 응시하고, 미묘한 변화도 관찰하는 통찰력을 가지려면, <시의적절함>과 <타이밍>이 필요한데,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볼 만 하다.

 

거기서 여유로운 낙관이 나오고, 사랑이 너그럽게 나온다는 이야기는 읽어도 흐뭇하다.

비범한 잠재력으로 가득한 책, 장자.

어떤 가능성도 열려있으며,

상상 밖의 거리감이 아름다움으로 화하는 책.

장자를 읽는 법과 장자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의 의미를 굳이 이야기 디테일에 얽매이지 않고 풀어주는 교양 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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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4-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은 장자도 아니다라는 논지의 평을 읽고 리뷰 작성에 대한 의지를 꺾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입니다. 교양으로 읽기에 충분한 책이죠.

글샘 2012-04-13 14:2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장자가 아니죠. ^^ 장자 강의니깐요. 장자를 읽기 위해 한번쯤 읽어볼 법한 책이지, 장자는 아니죠. ㅎㅎㅎ

saint236 2012-04-14 14:18   좋아요 0 | URL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