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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스이카 ㅣ 놀 청소년문학 4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학교폭력에 연루된 중학생이 자살하자 일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교육과학기술부께서는 엄청 많은 일을 하셨는데,
젠장, 장장 80페이지가 넘는 '학교폭력 대책 매뉴얼'을 공문으로 하달하시었다.
새로 학생부장을 맡아야 하는 나는 그 매뉴엘을 2쪽, 양면인쇄해서 던져두고 욕지기가 난다.
그 공문 표지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수요일날 술 먹지 말고 집에 가서 가족과 대화 해라.
ㅍㅎㅎㅎ
그럼 수요일은 학원 못열게 할 자신 있니?
수요일은 아이들 야자 안 시켜도 부모들이 교장실로 전화 안하겠니?
문제의 심각성에 비하자면, 대응책이 저질 코미디 류라서 하품도 안 나온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다양하다.
불안정한 사회 구조의 변화로 인한 가정의 파괴.(영화 집으로에서도 가정 파괴로 할머니와 살게된 아이의 갈등이 그려진다.)
학부모의 고학력화에 따른 학교 경시 풍조.
경기 악화로 인한 실업자 양산과 취업 악화.
그로 인한 부모의 과도한 개인학습 강화와 학교 행사의 축소.
교사들에 대한 업무 과중으로 인한 상담 시간 전무.
이런 모든 것들이 한국 사회의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아직도 일본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한국 아이들은 착하지만,
교실에서 조금 특이한 학생들에 대한 집단 놀림은 일상적이다.
집단 놀림을 아이가 웃어 넘기거나, 짜샤, 까불지 마~ 하고 넘어가면 다행인데,
그 수준이 심각해지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대응하기 힘든 수준으로 급속히 진행된다.
한 아이에 대한 여러 아이의 폭력.
이것은 처음엔 대부분 장난으로 시작된다.
이지메 대상 학생 역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삶 자체가 지루한 아이들에게 그 장난은 심각한 놀이가 되고,
결국 피해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하게 된다.
이 책은 열네 살 아이가 쓴 책이다.
자기가 겪은 이지메의 경험을 살려서 주인공 스이카의 죽음을 통하여 학교폭력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이지메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교사가 아이들의 갈등 사이에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뚜껑이 뻥, 하고 터질 수 있는 존재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높은 것이다.
학교에는 '교사의 지도'로 교화되는 학생도 있으나,
중장기적 '상담'이 필요한 학생도 있고,
간혹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 병원이나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학교에는 '상담 교사'가 없는 현실이다.
상담 교사 배치에는 돈이 많이 들기때문에,
그리고 간호학회처럼 힘센 압력단체가 없기때문에,
학교에 상담 전문 교사는 거의 없다.
상담 전문 교사와 수업 도우미 등의 '인 풋'이 없이 '아웃 풋'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동족방뇨, 언 발에 오줌 누기고,
하석상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의 미봉책이며 고식지계, 임시방편일 뿐이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이런 책들을 읽히는 걸로 벌을 대신할 수 있겠다.
마침 필요한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