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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과 공자 - 패자의 등장과 철학자의 탄생 ㅣ 제자백가의 귀환 2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11월
평점 :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당연히 '공자'부터 시작해서 아류에 대한 설명으로 끝날 것으로 상정하기 쉽다.
그런데, 강신주가 여기서 '관중'을 맨 앞에, 그것도 공자 앞에 붙인 이유가 무엇이냐.
그걸 궁금하게 생각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다.
관중이라고 하면 보통 관포지교에서 처음 듣는 이름이다.
관포지교. 관중과 포숙의 사귐.
그런데 사기에 보면 포숙이 관중을 이끌어 주었는데 관중이 제일 잘나가~ 하면서,
줄을 제대로 선 것이다.
줄을 선 건지, 최초의 패자라고 하는 제나라 환공을 만들어 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혼란의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등장했듯이,
혼란의 중원에서 관중의 정치론이 등장한다.
관중의 정치론은 패자를 만든 뒷받침이 되었고, 이후 제자 백가의 롤모델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관자의 '목민'에는 '주는 것이 얻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국인'들의 귀족적 삶과는 분명히 다른 '민'의 삶을 직시한 것이다.
근대 국가처럼 리바이어던이란 괴물의 실체에 대하여 무지했던 '민'들은
주는 것 없는 군주와 귀족들을 따르지 않는 것이 상례였을 터.
그래서 인기있던 관중의 철학 뒷편에서 늘 따돌림당하던 철학이 공자의 철학이었다.
관중처럼 대박을 칠 날을 기다리던 공자의 논리는 '참아야 하느니라'였다.
같은 정치철학이지만,
주의 예를 핵심에 놓고서,
권력자들에게는 '극기복례'를,
민중들에게는 '살신성인'을 부르짖던 인기 꽝이던 철학자 공자.
정치적 좌절에서 비롯된 예와 인의 철학, 극기복례와 살신성인의 철학이 어찌하여 춘추전국시대를 마치고
마침내 패자의 정치철학이 되어갈 수 있었던지를 추리해내는 강신주의 독서력은 치밀하면서 박진감이 있다.
이 책의 참고문헌 목록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의 이 시리즈를 읽어내려면 중국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또 사마천의 사기로부터 규정지어진 공자에 대한 찬양일변도의 전통에 물음표를 찍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다음 권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나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 구절들이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