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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원 제목은 Let the great world spin... 이다.
이걸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라고 번역을 하면, 누군가 지구를 돌게 해야 하는데, 그 말은 좀 어색하다.
그저, Let it be~ 정도의 어감이 아닌가 싶다.
지구는 그냥 돌게 냅둬~
그리고 행복하게 살자고!
1974년 8월 7일, 필리프 프티란 사람이 세게무역센터 빌딩들 사이를 줄을 타고 건넌 사건이 있었단다.
그 줄타기가 있었던 날,
몇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들은 서로 다른 장소, 서로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에게서 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나갈수록,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나일 수도 있고, 내가 겪었던 일과 얽힌 사람들일 수도 있을 만큼, 무관하진 않은 사람들이다.
불교에서 설명하는 인드라 망처럼,
얼키고설킨, 서로 원인이 되고, 인과도 맺으나 필연이란 없는...
그런 곳이 세상이다.
세상은 돈다.
우리는 휘청거리며 계속 나아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돌고 있는 세상.
우리가 처음 알던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에 아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세월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든다.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저항하지 말고.
어디에나,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죽음과 전쟁, 꽃과 웃음,
돈과 슬픔, 그리고 사랑의 노래가 이 책에선 가득 울려 퍼진다.
시계 소리가 난다.
이 저녁. 주의를 흩뜨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시계뿐.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았던 시간에, 그러면서 과거로부터도 아주 멀지 않은 시간에,
설명할 수 없이 펼쳐지는 결과가 내일의 시간으로 흘러간다.
간단한 일이다. 빛 속에 살아있는 침대의 나뭇결,
늙은 여인의 머리에 아직 남아있는 검은 색의 희미한 주장,
플라스틱 생명수 주머니의 한 줄기 물, 동그랗게 말리고 꼬인 꽃잎,
모서리가 깨진 사진 액자, 머그잔의 테두리, 그 가장자리를 따라 옆으로 흐른 차의 얼룩,
끝내지 못한 채 놓여있는 크로스워드 퍼즐, 테이블 모서리에 반쯤 걸려있는 노란 연필,
한쪽 끝은 깎여 있고 지우개는 공중에 떠 있다.
인간 질서의 파편들,
재슬린은 연필을 안전하게 돌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를 멀리 돌아 창가로 간다.
그녀는 두 손을 창문 턱에 놓는다.
그녀는 커튼을 조금 더 벌려 삼각형을 열고 창문을 아주 조금 들어 올려 연다.
부드럽게 밀려 들어오는 바람결이 피부에 느껴진다.
재, 먼지, 이제는 사물들을 눌러 어둠을 짜내는 빛,
우리는 이제 휘청거린다.
우리는 어둠에서 빛을 걸러내어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그녀는 창문을 더 높이 들어 올린다.
바깥의 소리가 침묵 속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커진다.
처음엔 자동차 소리들, 웅웅하는 기계 소음, 크레인 소리, 놀이터, 어린아이들, 저 아래 거리에서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는 소리.
커튼을 다시 내렸지만 여전히 밝은 빛줄기가 카펫 위로 길을 연다.
재슬린은 다시 침대로 가서 신발을 벗어버린다.
클레어가 입술을 아주 가늘게 연다.
말은 전혀 없지만 그녀의 숨결에 차이가 있다.
절제된 우아함.(588)
아, 절제된 우아한 문장들.
여러번 읽어마지 못하는 언어의 조각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을 느끼는 느낌.
공기 중에서 향기 어린 소금 냄새가 났다.(520)
소설 속의 배경이 소설 밖으로 확 묻어나는 느낌이 드는 구절들을 많이 만난다.
줄거리보다는,
소설을 관통하는 정신에 매료되게 하는 소설이다.
68혁명기의 자유로움과 박애, 그리고 뉴에이지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그 시대의 정신을 느끼게 만드는, 구성력이 대단한 작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