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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그림 같다 - 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손철주의 글에는 맵시가 있다.
여느 글에서 느낄 수 없는 풍미가 그의 글에서는 가득 밀려온다.
예를 들면 이런 글이다.
길과 글...
선배, 충주호 그 멋진 드라이브 길이 문득 떠오릅니다.
길 주변의 나무는 지금한창 옷을 벗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말이죠.
저에게 기막힌 걸 교시합디다.
가을의 낙엽을 땅에 떨군 나무는 봄날의 신록과 여름날의 만화방창을 결코 그리워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길은 결국 길입니다.
길이 글이 되는 이 오묘한 조화를 충주호 나무가 내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불혹을 넘어서
부록이 되어가는 삶을 거닐면서
그의 한 마디는 가슴에 그냥 얹힌다.
낙엽을 떨군 나무는 봄날과 여름날을 결코 그리워하지 않더라는 것...
그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은 그림을 통해서이지만,
그에게서 들리는 말들은 그냥 그대로 하나의 길이 되어 말들을 걷게 만든다.
예를 들면 이런 거 말이다.
혜곡 최순우는 미술 사학자다.
그는 아름다움에 살다 아름다움에 간 사람이다.
평생 아름다움을 찾았고, 아름다움을 키웠고, 아름다움을 퍼뜨렸다.
그리고 그는 아름다움이 되었다.
아름다운 것은 그다운 것이었고, 그다운 것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움은 그의 본질이자 실존이었다.
혜곡이 찾고, 키우고, 퍼뜨린 아름다움은 우리 것이었다.
우리 것의 아름다움이었다.
우리 것이라서 저절로 알고, 다 아는가. 아니다.
아름다움은 그냥 오지 않는다.
아름다움의 '아름'은 알음이자, 앓음이다.
앓지 않고 아는 아름다움은 없다.
혜곡이 그러했다.
알음을 아름답게 하려고 그는 앓았다. <아름다움에 살다 아름다움에 가다>
아름다움과 알음알이와 앓음...
비슷한 발음인데 이렇게 적어두고 보니 또 그렇게 잘 어울린다.
그림도 그러하다.
누구나 보는 사물일 뿐이고, 풍경일 뿐인데,
그렇게 그려두고 보면, 그렇게 아름다운 색채감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질감들도 그러하다.
손으로 주물럭거려서 대충 만든 것처럼 보여도
거기 놓아두면, 은근한 멋을 느끼게 한다.
손철주 글을 읽는 일은,
오랜 벗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틀린 곳 하나
74. 태양신을 숭배하는 민족치고 새와 상관성을 띄지 않기는 드물다. ... 상관성을 띠지...가 맞다. 띄지는 눈에 뜨이지... 의 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