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천님의 김제동연구 #1
 
TV 연예 프로를 잘 안보는 관계로 연예인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오늘, 이즘 뜨고 있다는 김제동에 대해 논한다고 하는 일이 과연 적절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가끔씩 딸 아이 보고 있는 프로를 곁다리로 보며 웃다가 ‘아! 진정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인간상이구나!’하고 느꼈기에 우선 보이는 몇 가지만 언급하겠다.

------------- 김제동 신상 ------------------
이름 : 김제동
출생 : 1974년 2월 3일
신체 : 키: 171cm, 체중: 65kg
가족사항 : 1남 5녀 중 막내
학력 : 계명전문대 관광과
데뷔 : 1994년 문선대 사회자
출연작 : KBS 폭소클럽, SBS 야심만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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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우리 이웃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평범 중의 평범한 사람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떴다.
그냥 뜬 것이 아니라 대박을 터뜨릴 정도로 떴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나의 분석을 전개해 보았다.

1. 김제동식 대인관계 유지법

김제동은 솔직하다.
자신의 가난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못남을 감추지 않고 자신의 치부를 오히려 장점으로 치환시키는 능력이 있다.
누구나 김제동을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아무리 마주 하여도 김제동 자신의 잘난 점을 부각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김제동보다는 잘났으며 김제동보다는 가진 게 많은 것처럼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김제동을 만나면 도대체 두렵지 않다.

사람들은 언제나 열등감을 가질 때 증오심과 시기 질투가 작용하는 것이다.
김제동은 애초부터 상대방이 자신을 만났을 때 우월감만 가지게 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김제동의 인기의 비결 중 제1은 자신의 낮춤이다.

2. 김제동식 언어구사법

김제동은 촌철살인의 언어 구사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무한한 노력의 결과이면서도 부단한 연구와 연습이 따르지 않으면 가동되지 않는 프로의 것이다.
김제동의 언어 순발력을 보노라면 선천적이라기보다는 멈추지 않는 노력이 더 많이 보인다.
홈런왕의 홈런 신기록에 우리는 환호하지만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린 땀을 알지 못한다.
밤마다 수천 개의 노크 배트를 휘둘러야 하고 우리가 휴식하는 시간에도 체력 증진을 위한 그들의 개인 연습이 없이는 야구장을 뒤흔드는 환호성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과 같이 김제동의 숨은 노력을 보아야 한다.

어떤 어법이 이 시기와 이 장소에 가장 적절한가 하는 부단한 연구가 없다면 ‘김제동 어록’과 같은 개인 어록이 회자될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 김제동 어록을 살피면 대부분 고사성어나 위인들의 일리 있는 말씀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창작한 내용도 상당수 있으나 대부분 응용, 활용한 것이거나 이미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그런데도 유독 김제동이 입에 올리면 그게 히트되고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까닭이 무언가?
장소와 시간과 만나는 사람들과 그것을 듣는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와 새로운 재생산 매카니즘이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또 김제동은 이즘 시대에 맞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잘 활용한다.
사람에게 감성적으로의 접근이 더 잘 먹히는 시대이니 만큼 유머러스한 스피치나, 목소리, 태도, 표정, 미소, 이미지 등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데도 뛰어나다.
오버가 아닌 겸손 자세로 있다가 어정쩡한 태도로 액션을 취하면 좀 어설픈 듯한 그 모습이 사람들의 접근을 더 쉽게 해주는 것이다.

3. 김제동식 데이터베이스

김제동의 머리는 아주 훌륭한 데이터베이스다.

대개 인간의 두뇌는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구조의 데이터 관리를 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홑알 구조 - 이것은 ‘A는 B’라고 하는 단순 사실을 기억하고자 하면 그 지식 하나만을 달랑 저장한다.
대개 어린 아이들의 구상적 기억이 여기게 속한다.
또는 지능이 낮은 사람들의 단순 기억도 여기에 속한다.

조금 나은 구조가 선형 구조다.
한 가지 사실과 두세 개의 지식이 결합된 구조인데 일반적으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다.
사고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은 이 선형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현재까지 가장 발달한 데이터 관리 방식이 트리 구조이다.
아무리 복잡한 지식이라도 이미 저장된 데이터 그룹의 하부 디렉토리를 구성하여 묶어 놓으면 구성과 검색이 자유스럽다.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이 트리형 구조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데이터 관리 구조상 최고의 효율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다.

김제동의 머리도 트리형 구조이며 컴퓨터를 닮았느냐고?
아니다.
김제동은 감히 컴퓨터가 따라 올 수 없는 인간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김제동의 두뇌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컴퓨터로서는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름하여 그물망형 두뇌 구조다.

김제동은 새로운 지식이 공급되면 어느 디렉토리의 하부에 그 데이터를 분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검색 시스템에 의해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수평적 관계를 성립해 놓는다.
마인드 맵핑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선형이나 트리형 구조의 맵핑이 아니라 입체 구조인 그물망형 마인드 맵핑 구조이다.

김제동의 데이터라 함은 문자나 기호화된 지식만 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감각, 소리, 느낌까지도 전부 데이터가 되어 저장된다.
김제동이 인용하는 말 속에는 자주 효과음이나 흉내와 느낌을 포함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언뜻 대단히 복잡하여 효율이 떨어질 것 같으나 천만의 말씀이다.

컴퓨터에 공급된 지식은 컴퓨터 자체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2진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언제나 데이터의 문자화 기호화가 필연적이지만 김제동의 처리 방법은 가장 인간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비언어적인 기억 소자(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이웃집에 불이 났다.’라는 상황을 기억한다고 하자.
컴퓨터는 문자열로 바꾸어 한 줄 기억하면 끝이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불이 났다.’라는 문자열로 기억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뜨거운 열기, 붉은 화염, 불자동차의 사이렌 소리, 희생자 가족들의 울음소리들로 기억되는 것이다.
인간이 기억하기 쉬운 구조는 문자나 기호가 아니라 이미지(소리, 느낌, 감각, 감성까지를 포함하여)인 것이다.

태초부터 인간은 문자를 사용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자가 없었던 시대의 기억력이 더 우수했다.
오늘날도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역사는 전부 이야기식 기억으로 전수해 주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의 기억력은 놀랄만한 양과 정확성을 가지고 있다 한다.

인간은 정보 교환의 필요성을 인식해서 그 수단으로써 언어와 문자를 개발하여 쓰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애초부터 기억요소로 삼은 것은 문자가 아닌 이미지라는 것이다.
컴퓨터는 인간보다 문자나 기호로의 치환이라는 가공 단계를 하나 더 거치는 셈이다.
그러니 김제동이 활용하는 인간 두뇌의 효율에 컴퓨터가 감히 따라 올 수 없음은 당연지사다.
[여러분들도 댁의 자녀 학습에 문자나 기호화된 교과서의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보다 이미지로 치환시켜 받아들이도록 훈련시켜보라. 학습 효율이 열배는 뛸 것이다. - 하시라도 문의하시면 자료 풍부함.]

4. 김제동식 재생산 매카니즘.

모든 데이터의 관리는 올바른 분류, 강력한 기억, 빠르고 효율적인 검색 시스템, 그리고 재생산 매카니즘들이 결부되어야 우수하다고 한다.

김제동의 머리 속에서 어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한다하면 복잡한 트리구조의 라인을 따라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짧은 시간에 그 상황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이다.
그물망형 데이터 구조가 아니면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관리 구조이다.
이 데이터 중에서 그 장소와 시간, 상황, 대상의 사람들에 대한 파악과 동시에 선별된 데이터가 자신의 언어 구조와 결합하는 것이다.
언어 순발력, 촌철살인의 몇 마디 말의 재생산 시스템은 이렇게 가동되는 것이다.

김제동의 눈빛을 보자.
안경을 벗어 보이며 못났다고 한 바로 그 눈이다.
김제동의 눈은 언제나 빛나고 있다.
김제동의 눈은 항상 주시하고 있다.
눈빛이 살아 있다는 것은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순간 그의 머리 속에는 가장 인간적인 그의 인간형 컴퓨터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가동된 결과물을 내 뱉을 때의 표정을 보았는가?
사람들은 일제히 집중하여 기대를 한다.
항상 기대보다 더 극적인 말들을 뱉어내는 그의 입을 보는 것이다.
김제동의 말은 오늘날 정보화 시대에 가장 훌륭한 방법을 사용한 재생산물이다.

5. 김제동식 논리 구조(귀납적 추론의 귀재)

김제동은 남보다 먼저 말하는 법이 별로 없다.
아니 먼저 얘기하는 하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
언제나 듣고 있다.
그 시간에 김제동의 가치는 올라간다.

먼저 남의 말을 들어 주는 겸손함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일으킨다.
요즘같이 제 말만 하는 세상에서 들어 주는 일이야 말로 대단한 인간 관리의 장점이다.

정치마당에서 ‘마지막 결론을 내는 사람은 역사를 아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듣는 동안 김제동의 인간형 컴퓨터는 부단히 가동되어 데이타베이스의 분류 검색 재생산 시스템까지 다 거친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야심만만’이라는 프로에서 유달리 김제동만이 순위를 정확히 맞히는 까닭을 단순히 ‘김제동의 머리가 좋다.’라고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시간 동안 가동된 결론은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거쳐 나왔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정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6. 김제동식 경험 구조(즐거움을 가미한 기억으로 저장).

가난한 김제동
못난 김제동,
뛰어나지 못했던 어린 시절.
고생 많이 한 사람이다.

그의 경험을 보면 책을 몇 권을 써도 부족할 만큼 어려운 환경을 디디고 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언제나 즐거운 얘기 밖에 없다.
현실은 고통스러웠으되 그 고통을 즐거움으로 치환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오히려 데이터베이스를 두뇌 속에 구축할 때부터 아예 즐거운 기억으로 저장시킨다.
아니면 그런 얘기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술술 나올 수 없다.

대개의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회상할 때는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김제동은 웃음으로서 나타낸다.
신선하지 않은가?
서울 처음 와서 택시 잘 못 타서 헤멘 얘기도 술술..
이 나이되도록 서울 구경 한번도 못한 바보인 자기를 의식했다면 나올 수 없는 얘기다.
누구나 김제동의 앞에 서면 더 가진 자가 된다.

김제동은 낭만적이다.
그의 언변은 종합적인 낭만 시스템이다.
낭만은 즐거움을 동반한다.
즐거움의 구성은 역논리와 짜릿한 감성의 표출이다.
역논리란 무논리와 다르다.
논리를 알아야 역논리의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도 구상을 알아야 비구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이치와 같다.
김제동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인간형컴퓨터에서 완벽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역논리를 생성한다.
어느 누가 이런 시스템을 따라 갈 수 있겠는가?

대개 감성에는 선천적 요소, 경험하는 환경에 의하여 생성된 요소. 자신이 노력하여 다가가는 요소 등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면 이 세 가지의 모든 감성 요소의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이는 김제동 밖에 없다.
가진 것과 겪은 것과 노력한 것의 융합은 눈에 보이도록 선명하다.
그만큼 노력하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보면 그의 노력을 알 수 있다.
아! 새로운 낭만파의 등장이여.

-- 김제동을 보며
가장 인간적인 시스템을 이용한 인간형 컴퓨터의 소유자다.
그는 개그맨이나 어설픈 방송인이 아닌 고도로 인간적인 면이 집적된 인간형컴퓨터 모델이다.
그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는 순발력만 가지고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창작물이다.
누구의 언어를 차용했던 누구의 사유를 대치해 왔던 오늘 그는 가장 낭만적인 창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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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에 올려진 글이다.법천님을 알지 못하지만 분석능력이 대단하시다.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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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06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제가 깁제동의 왕팬입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멋진 글을 보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퍼갑니다.^^

글샘 2004-09-0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이란 사람, 참 멋있지 않나요?
전 그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저 사람이 국어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안 잘수도 있겠다...고요.
국어선생님이 맨날 농담 따먹기만 연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정말 그렇게 정신 번쩍 나는 수업이 되도록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김제동 참 좋아해요.
그런데, 왕팬이 깁제동이라 하심은... 너무 흥분하신 듯.

로드무비 2004-09-08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깁제동이라니!ㅎㅎㅎ
이벤트에도 응모하려고요.^^

북극곰 2012-05-0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나뭇꾼님글에 올려놓으신 거 보고 따라왔다가
"깁제동" 대화보고 빵~ 터져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샘 2012-05-08 20:13   좋아요 0 | URL
ㅋㅋ 근데 왜 죄송하신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