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통신 2004-5호 양운고등학교 3학년 5반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장미보다 탐스런 숙녀들에게...

선생님의 다섯 번째 잔소리.
이제 잔소리 듣는 것도 익숙해 질 때가 되었겠지?
잔소리와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성공한다. 이 말은 누가 남긴 명언이냐면, 선생님이 한 소리다.
제목을 한 번 읽어 보렴.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너희는 태어난 지 열 여덟해 가량 되었다. 자라면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안 좋은 일은 꼭 내게 일어난단 말이야.' 이러면서 자신을 머피의 법칙의 주인공으로 여긴 적이 있을 것이다. 수학에서 통계적으로 따질 때, 머피의 법칙은 당연한 거라고 한다. 열 군데의 계산대 중에서 내가 선 줄이 가장 잘 빠질 확률은 10%, 반면에 내가 선 줄이 다른 줄보다 느릴 확률은 90%지.
우리 교실에서도 마흔 명의 숙녀들이 앉아 있으니, 영어를 가장 잘 하는 학생도 1명이란다. 내가 우리 반에서 영어를 가장 잘할 확률은 1/40*100=2.5%다. 그럼 내가 영어를 가장 잘하는 경우가 아닌 확률은 97.5%인거지.
너희가 무얼 바라보며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들을 하며 나날을 살고 있는지, 선생님은 참 궁금하다. 그렇다고 너희들과 매일 면담을 하고 수다를 떨 수도 없는 일이고.
우리 반 친구들 중, 운이 좋은 사람은 그 가능성을 선생님이 발견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아주 낮은 거란다.
선생님은 1년에 수십 명의 제자를 맡고 있지만, 국어 선생님으로는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지만, 선생님이 발견할 수 잇는 빛나는 친구들은 기껏해야 1% 정도밖에 안 되는 거지.
너희가 살아오는 18년 동안 '너희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을 이미 만났을 수도 있고, 아직 못 만났을 수도 있고, 부모님이 그 분들일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믿어준 사람을 만나고 못 만나고의 차이가 아니라, <너희 안에는 아무리 어두운 속이라도 반드시 빛나는 부분 1%가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부터 이 말을 품에 품고 살아라.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내 안의 빛나는 1%. 그게 무엇인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도 있고, 누가 일깨워줄 수도 있단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남들이 일깨워주는 계기를 성공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혹은 받아들이더라도, 훗날 기억할지도 모르고, 계속 내 안의 빛나는 1%를 생각하며 살다가, 누군가가 너희의 1%를 건드리는 순간이 오거든 깨닫기만 하면 된다. '아, 나의 빛나는 1%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 이런 순간을 '행운이 온다'고 말한다.

기말고사 준비로 날마다 힘들겠지만, 모두 웃으며 힘내자. 우리 반 친구들은 다들 잘 웃어서 좋다. 오늘 체육 선생님도 우리 반 활발하다고 칭찬을 하시더구나.(욕이었나?) 스트레스 풀 땐 확실히 풀고, 공부할 땐 정말 정신 번쩍 차리고 하는 친구들이 되자. 기말고사 준비 철저히 하기 바란다. 시험 범위를 재빨리 세 번 읽겠다는 각오로. 어두운 99% 말고, 빛나는 1%를 늘 생각하렴.

이성으로 비관하기 쉬운 유월 열엿새, 담임선생님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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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9-0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샘님네 반 학생이 되고 싶어요.장미보다 아름답지 않다해도..^^

글샘 2004-09-06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우리 반 애들한테 제가 아름답다고 하진 않았답니다. 탐스럽다고 했지요. 우리반 애들이 한 덩치 하거든요. 정말 탐스런... 장미들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