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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 읽기'도 제법 재미있었는데,
이번 시읽기는 몰입의 독서를 경험하게 한다.
이 책은 '사랑의 모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불안감에 대한 위안과,
자신의 자심없음에 대한 용기와,
사랑에 대하여 무지함에 대한 격려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워하는 사람이라도,
사랑이란 것을 우선 만나는 일은 행복할 것이다.
왜 나는 사랑해야 하는가, 그리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를,
김용규라는 철학자는 <금속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바' 안으로 들어가서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잔에 하트 무늬 하나 그려진 거품을 올리며,
빙긋 웃는 미소와 함께 손님에게 찻잔을 넘긴다.
'바'를 사이에 둔 바리스타와 손님을 매개하는 향긋한 한 잔의 커피처럼,
철학자와 무지한 독자 사이에 놓인 달콤 쌉싸롬한 한 편의 '시'는 이야기를 더 짙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사랑이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죠?"
이런 물음에 바리스타 철학자는 말한다.
"시를 읽어 보세요. 실존과 사건. 인간 존재의 증명과 평화와 안정을 흩어놓는 사건 사이에서 인간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자칫 어려워보일 수도 있는 철학적 논술문을
마치 연애편지 쓰듯, 애인에게 녹여 주듯 그는 술술 적어 낸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만나는 일일 것이고,
시를 통하여 인간의 가슴 속에 담긴 다양하고 복잡한 정서들을 끄집어 내서,
나의 정리되지 않은 심장의 핏줄들을 일목요연해 보이게 좌르륵 정리하면서 감동을 이끌어 내는 일이고,
나아가 세상에 대한 <기획투사, 기투>를 하도록 <앙가주망>의 자세까지를 요구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철학 카페는 사주팔자보는 사주카페보다 훨씬 바리스타가 달콤하다.
사주카페 가서 커피 맛있기를 기대하는 일은 무모할지 몰라도,
이 카페에 와서 듣는 시와 인생론, 그리고 삶의 철학은
지구라는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의 교환, 피드백에 대하여
심호흡을 하면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바리스타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읽는 김수영의 '풀'은 새롭게 읽힌다.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안 그래도 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을 괴롭게 읽고 있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해 하면서 읽었다.
이쁜 선물바구니에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선물해 주신 세실님께 감사를...(맛있는 커피는 어제 드셨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