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지음, 김병순 옮김 / 돌베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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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리는 서른네 살이라는 나이에 유럽 여행 중 미확인 바이러스성 병원체에 감염되어 전신 마비의 병을 얻고 요양하는 여성이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숲에서 발견한 달팽이 한 마리를 제비꽃 화분에 얹어 주는 것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달팽이의 삶에 끼어든 작가는 안단테 안단테로 진행되는 달팽이의 생활상을 관찰하면서 삶의 핵심부로 다가선다.

외로운 요양의 시간에 삽입된 달팽이의 삶에 대한 관찰은 작가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다.

삶에 대한 관조와 느림에 대한 깨달음, 욕심없이 다만 이 순간을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일 따름인 달팽이의 무관심을 만나면서 작가는 종교에 가까운 마음의 평정을 얻게 된다.

드디어 달팽이 연구자가 되어 온갖 자료를 뒤적거린 끝에 탄생한 이 책의 가치는, ‘느리게 사는 삶의 소중함’을 역설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지, 얼마나 큰 난관을 헤치고 가야할지, 또는 달성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말고 바로 네 같에 있는 작은 일부터 최선을 다하라.

그것으로 그날 하루를 만족하면서.(윌리엄 오슬러 경, 내과 의사)

  삶에 대하여 늘 배고파 하고 더 알고자 하는 현대인에게 이런 가르침도 필요하다.모든 사람들이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음에 골머리를 썩인다면, 만족을 모르는 고통의 삶이 눈앞에 가득 기다릴 뿐이다. 

나는 어떤 바위까지 가기로 했어.

그러나 거기에 도착하기 전에… 동이 틀 게 분명해.

그 바위에 다다르면

거기 어디 갈라진 틈에 들어가 잠을 자리라.(엘리자베스 비숍, 왕달팽이)

 

달팽이에게서 배우는 미덕.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는 느긋하면서도 지긋한 인내심.
그리고, 그 삶의 목표는 느리게 삶의 맛을 음미하며 달콤한 잠을 자는 것.그런 삶의 행복에 대하여 깨닫는 것. 

(달팽이는) 마치 카펫 위를 걷는 것처럼, 이러한 점액위로 나아간다. (올리버 골드스미스, 박물학자)

잔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너무도 정교하게 수축하는 덕분에… 달팽이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표면도 쉽고 편안하게 기어넘을 수 있다.(헉슬리, ‘실용 생물학’ 중)

 

세상을 관찰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은 끝없이 많다.
그러나 그 관찰의 결과를 삶에 옮겨올 지혜를 가진 이는 적어 보인다.
책을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용의주도함과 통찰력은 (달팽이의) 생각에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달팽이의 모습은 그 얼마나 위엄 있고, 생각이 깊고, 진지하며 수줍어하면서도 동시에 단호하고 자신만만한가! 정말로 달팽이는 내면에 깊이 잠자고 있는 숭고한 정신의 상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로렌트 오켄, ‘자연 철학의 요소’ 중)

 

통찰력과 숭고함.

최고의 찬사를 달팽이에게 바치는 이 책은,

걷기 예찬, 자연 예찬에 따르는 달팽이 예찬의 최고봉이 될 것이다.

 

되도록 자주 은폐된 장소에 숨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다.(토니 쿡, 육상 연체동물의 생물학)

 

인생은 잘 살아야 한다.

잘살기 위해서 헐떡이는 것은 잘못 사는 것이다.

드러난 곳에서 중뿔나게 성취감을 내세우며 살기보다는 자기만의 장소에서 자기가 즐기는 인생을 창조할 줄 아는 것도 최고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의 산책길을 걷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감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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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0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홋, 별 다섯개...
제가 이 책이 너무 맘에 들어서, 저도 하나 사고, 다섯분한테 선물 드렸거든요. (제가 책선물 잘 안하는데두 말이죠)
그런데 글샘님께서 별 다섯개 주셨네요, 저는 아직 읽지도 못 하구~ ^^

왜 제가 뿌듯한거죠?

글샘 2011-11-04 21:00   좋아요 0 | URL
달팽이를 이뻐하시죠? 그럼 닥치고, 읽어 보세요. ㅎㅎ
삶을 느리게 사는... 그래야 하는 이유를 배우게 됩니다. 열받지 말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