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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
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어느 겨울이든 그러하겠지만, ‘지난겨울’은 유난히 더 춥고, 지난했다.
진작 봄인데, 아직도 겨울의 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어느 계절이 되어도, 지난겨울을 아파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
말을 안 듣는 학생이 있다.
공부가 하기 싫다고 디자인 학원을 다니겠다고 해서,
8교시 마치고 하교하라고 허락해 주었더니,
점심먹고는 유유히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사정을 묻기가 두렵다.
어머니가 학생에게 관심이 많아서, 어머니더러 전화를 하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전화를 한다.
어머니는 요즘 힘드셔서 전화드리라고 하기가 힘들단다.
아마...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가정사는 시시콜콜하게 묻기가 힘들다.
듣다보면, 도무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보여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모를 지경에 다다르게 되고,
그러면 야단을 칠 의미도 퇴색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책장은 넘어가는데,
나는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게 사는 것일까? 이것도 삶의 한 방식이고,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 술집에 나오는 모든 아가씨들, 여자들은 이런 소설 몇 권씩을 제 삶에 간직하고
술로도 어떤 약으로도 풀 수 없는 삶들을 살아 왔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남은 반찬만 갖다 버릴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식구도 갖다 버렸으면 싶었다.
몇 년만에 만난 모녀 사이인데 할말이 참 없었다. 하고 싶은 말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말들만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없느니만도 못한 식구란 존재... 휴, 한숨만 나온다.
그런 식구가 오랜만에 만나도... 참 할말이 없을 게다.
아니, 싸우지 않으려면 침묵해야 할 밖에...
언제나 처음만 힘들었다. 처음만 견디면 그다음은 참을 만하고, 견딜 만해지다가, 종국에는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 버티다 보면 버티지 못할 것은 없었다.
끝이, 있기는 할까?
사는 게 지긋지긋하고, 정말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되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게 될까?
나는 누구보다 참는 건 잘했다. 누구보다도 질길 수 있었다. 다시 시작이었다.
서윤영이... 죽지 않아서 참, 참 다행이란 생각 외에 어떤 생각도 못했다.
김이설의 소설을 읽는 일은 두려운 세상을 향해 한숨을 쉬는 일이고,
그런 삶에 대하여 이해의 마음을 내는 일이고,
삶의 지겨움에도 감사의 마음을 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