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 - 천만 비정규직 시대의 희망선언
홍명교 지음 / 아고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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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유령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소위 용역업체에서 파견하는, 법망 밖의 노동자들을 말하는데,
대한민국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 사람'의 반대편에,
어떠한 법도 보호할 수 없는 '비정규직 유령'이 존재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비꼰 것이다. 

이야기는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서 상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작가는 노동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의 이야기는 세계 노동 착취 구조라는 날줄에다가,
한국 현대 노동 투쟁의 역사라는 씨줄을 건다. 

날줄도 날카롭기 그지없지만, 씨줄 역시 촘촘하다.
이렇게 엮인 직조물은 냉철한 비판의식을 보여준다.
소위 386 세대의 '그땐 그랬지' 류의 낭만적 운동 양식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무기력에 대해서도 애정을 보낸다.
작가가 속한 쪽은 88만원 세대쪽이기에 그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잘 살피고 있다. 

어제 5차 희망버스가 왔다.
치졸한 경찰은 광장을 폐쇄했고, 광장에는 관제데모가 벌어지고 있었다. 치사하게도.
부산은 도로가 무지 좁고, 광장이 없다.
그래서 행진이 거의 불가능하다.
영도로 가는 길목에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극장가가 있다.
거기서부터 폭력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뿜으며 해산을 시도했다.
결국 277일째 크레인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을 만나는 일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권고안을 홀라당 던져놓고 달아았다.
한진중공업 측이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상당히 압박을 받고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으로서의 희망 버스는 정치가들에게 가장 두려운 무기이기 때문이다.
촛불 집회처럼 정치가들은 방향성을 띠면서도 주최측이 모호한 운동을 두려워한다. 

이 책은 최근에 만난 '노동과 사회'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 훌륭한 책이다.
우리가 지하에 있는 선배 자취방에서 두려움에 떨며 읽었던 '자본주의 구조의 발전' 같은 형식적인 논리가 아니라,
실제 일어나고 있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구조'를 유추해 나간다. 

이 책의 장점은 읽는 이로 하여금 실천의 용기를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것과,
그런 일을 만화처럼 접하기 쉬운 매체, 일어난 사례 중심의 서술의 활용 등과 맞물려 읽기 쉽게 한다는 점 등이다. 

알게 되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인터넷 포털에서 '희망 버스' 뉴스를 일부러 감추고,
악의적인 기사만 보이게 한다는 사실도 보인다.
부러 지상파 뉴스에선 '희망 버스'에 대하여 아예 악의적 보도조차 하지 않는 뻔한 속내도 보인다. 

박원순에 대해서 욕을 하라고 침을 뱉으라고, 마구 소설을 써대는 것도 보이고,
보름 남은 선거에 대해서 총력을 기울여 박원순 죽이기에 올인하는 꼬락서니가 다 보인다. 

그렇게 볼 줄 알기 위해서 세상엔 보이지 않는 유령이
알게 되면,
보인다는 것을,
386 세대의 그땐 그랬지, 하던 사람들의 힘은
그런 것들을 볼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하였던 것임을 보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가 매가리없이 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김진숙은 277일째 크레인에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의 파란 눈의 이자벨이란 영화배우도 그를 지지한다고 했던 것이다. 

희망 버스는 해피엔딩이라고 영화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이 얘기했다.
해피엔딩은 스크린 속의 잔상이어선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은 '로-앵글'로밖에 볼 수 없는 김진숙을 '아이-앵글'로 보게 되는 날,
활짝 웃을 수 있어야, 해피엔딩의 영화를 보게될 것이다. 

 

이미 유령은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아는 자들이 할 일은, 지지하고 어깨를 겯는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지지의사를 표하는 김꽃비와
훌러덩 패션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한 여배우처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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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10-10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체가 모호한 대중 운동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가카께서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는 것이죠. 물론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시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저 빨간 옷 패션은 안 추운가 모르겠습니다. 전 요즘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글샘 2011-10-10 08:29   좋아요 0 | URL
부산은 그닥 춥진 않습니다. 뭐, 연예인들의 오버야 일상화된 거지만, 자기 주장이 있는 똑똑한 연예인들이 돋보이는 건 그래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