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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ㅣ 올 에이지 클래식
이효석 지음 / 보물창고 / 2011년 9월
평점 :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작품 중 하나가 '메밀꽃 필 무렵'이다.
남한의 교과서에선 색깔 검증이 워낙 심한 탓에, 염상섭 류의 중인 계층의 문학이 계속 실려 오고 있으며,
최근에 이청준, 박완서가 유난히 인기다.
이효석의 이 작품도 인기 제재 중 하나인데, 사실 아이들에게 쉬운 소설은 아니다.
드팀전(옷감 거래하는 난전)의 허생원은 조선달과 떠도는 신세다.
여름, 돈살 여유가 없는 시기, 봉평 장에서 허생원은 충줏댁네 주막에서 젊은 동이와 시비에 휘말린다.
욕설과 뺨치기까지 허생원이 좀 오버했는데,
뛰쳐나간 동이는 생원의 나귀 소동을 알리러 뛰어오면서 허생원과 일행이 된다.
달밤, 허생원은 자신의 옛날 사연 하나를 반복 리플레이하는데,
사실 달밤에 어찌 이야기가 되어 성서방네 처녀와 하룻밤을 보낸 레퍼토리...
그러다 물살에 허방을 찧던 허생원은 동이 어머니가 봉평 출신 바로 그 여인임을 깨닫게 되고,
왼손잡이 동이에게서 자신의 핏줄임을 확인한다.
나귀와 살아온 반평생,
모지라진 털처럼 볼품없는 나귀나 얼금뱅이 허생원의 외모,
지나가는 암나귀에게 흥분한 나귀와 제 주제에 충줏댁에게 샘내서 동이랑 다툰 일.
한번만에 강릉댁 피마에게 새끼를 낳은 나귀와 한번의 인연으로 동이를 가진 일.
이런저런 삶의 인연은 얼키고 설킨다는 이야긴데,
수업하기엔 좀 어휘가 낯설고 자세히 설명하기엔 거시기한 대목이 많다.
이효석의 작품들은 특히나 인간의 본능적 성질을 강조하고 있는데,
일제 강점기 삶의 중심을 놓친 시기에 남은 것이라고는 성적인 호기심 뿐일지도 모르던 순박한 시기.
누군가는 독립 운동을 떠나고,
누군가는 일제 부역자로 붓을 들고,
누군가는 순수 문학을 할 때,
생명력의 보존을 소재로 소설을 쓴 작가다.
그래서 이효석은 성인들이 읽기엔 좋은 작가일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읽기엔 소재나 주제 자체가 좀 적절하지 않다.
'도시와 유령'처럼 시대를 풍자한 소설도 있지만,
'산'이나 '들'처럼 시대를 벗어난 소설도 있다.
그의 수필 류에서 일제 강점기로는 보기 어려운
낙엽을 태우면서 커피콩을 볶는 부르조아의 일면처럼 이해되지 않는 구석도 있지만,
그의 소설을 통해 당시의 삶을 읽는 것도 시대를 읽는 한 방법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