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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하도랑 지하가(지하상가 같은)는 느낌이 다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지하가라는 말을 쓰지 않으니 지하도로 번역한 모양이다.
이 책에선 일곱 가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상상력은 다양하게 번져나간다.
결혼을 의미하는 청실홍실처럼 죽음을 의미하는 검은실도 있지 않을까?
그 검은실을 전해주는 사람과의 조우는 어떤 느낌일까?
또,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잡음, 소음으로 가득하다.
듣기 싫어도 도시 생활은 그 소음과의 전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일해야하는 직장에선 더하다.
이 소음을 한방에 잡는 방법은 없을까, 또는 그 방법의 부작용은 없을까?
이러다가 쓰게되는 소설도 있다.
지하상가에서 일하다보면, 밖에서 비오는 줄도 모르고 활동한다.
그런 공간으론 백화점이나 할인매장도 있다.
그러다가, 손님들이 비에 젖은 우산을 들고 다니는 걸 보고서야, 아 밖에는 비가 오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삶에서 그런 일들이 흔하다.
남들로 하여금 자신의 몽매함을 깨닫게 되는 일도 많고 말이다.
자기가 사는 곳, 만나는 사람만을 보고 갑갑해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일가족이 차량에 탑승한 채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마도 미미 여사가 뉴스를 시청하다 유사한 사건을 들었을 거다.
미미 여사의 상상력은 번져나간다.
운전자 가장의 인간관계, 엄마나 아이들의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모두들 그들의 죽음을 추측할 뿐,
진실을 모른다면, 입을 닫아야 할 노릇인지...
미미 여사의 이 단편집을 읽는 일은,
스도쿠를 몇 편 푸는 일보다 흥미롭고,
다른그림찾기를 찾아보는 일보다 유쾌하다.
두뇌의 회전에는 역시 미스터리가 최고다.
열쇠 구멍이 빡빡할 때는 WD-40을 뿌리면 되지만,
머릿속이 빡빡한 날은 이런 미스터리를 읽으면 된다.
베르나라베르베르처럼 두뇌의 체조를 도와주는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