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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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한비야의 책을 많이 권한다.
그렇지만, 꼭 덧붙인다. 한비야를 읽고, 그를 본받지는 말라고.
아니, 이런 책을 읽고 '나도 한비야처럼 되어야지.'하며 살면 안 된다고. 
그분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는 보통 사람의 에너지보다 대여섯 배는 많은 에너지를 담고 사는 사람이라고.

한비야는 온 몸의 세포가 온통 에너지 저장소이다.
보통 사람들의 세포 원형질에는 핵이 있고, 세포질이 있으며, 미토콘드리아가 조그만 게 있는데,
아마도 한비야의 세포 속에는 핵보다 큰 발전소가 들었든지, 아니면 미토콘드리아가 남의 대여섯 배 이상은 들었을 게다.
천상 그렇게 살도록 예정된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이 책은 그의 월드비전 활동기다.
한비야의 글은 눈에 쏙쏙 들어오기보다는 수다떠는 이야기 체여서 나는 늘 좀 천천히 읽는 편이다.
2년이 지나 지금 읽자니, 한비야가 이제 공부하러 간 지 2년이 다 되어간단다.  

한비야를 읽으면서 배워야 할 점도 많다.
그러나, 세상엔 배울 수 없는 것들도 많다는 걸 살면서 알게 된다.
한비야는 천상 한비야다.
똑부러진 성격에, 활동적인 마음과 언어에 대한 욕심에,
사람을 만나 감동을 주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미래에 대한 영원한 꿈을 그리는 데에...
그는 여느 사람처럼 주저하거나 머뭇거리고 눌러앉지 않는다. 

그저 바람의 딸처럼 훌훌 털고 날아간다.
그래서 거기 자기의 둥지를 튼다. 

그의 늦깍이는 없다, 모든 꽃은 제철에 핀다.는 말은 머릿속으론 수긍이 가지만,
한비야처럼 출중한 사람이 일반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제잘난 맛에 정치나 돈맛에 빠지지 않고
월드비전처럼 <비전> 가득한 곳에서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물론 월드비전이나 유엔이 태초에 행복을 만들기 위해 생긴 기관이기보다는,
불행을 잉태한 곳에 가서 뒤치닥거리하는 단체이다 보니, 비판의 소리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한비야만큼 월드비전을 널리 알린 대사는 없을 것이다. 

'두배로와 반으로'라는 목표가 신선했다.
칭찬과 맞장구란 양에게는 두배로, 벌컹증이라는 늑대에게는 먹이를 반만 주겠다는 이야기.
제 마음의 양과 늑대는 어차피 제가 먹이고 기르는 일이지만,
그처럼 두배로와 반으로란 목표를 세운다면, 그리고 기록하는 일에 성실하다면 충분히 삶의 기준이 될 법하다. 

바람의 딸 한비야의 성질이 불같을 것임은 명약관화다.
그의 사주에 불이 네 개나 들었음도, 바람의 딸이니 당연한 일이다.
시대를 잘 만났다.
권력, 영향력, 돈과 인기... 를 떠나서 사는 '유목민'도 사랑받을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인생은 상대평가에 의한 선발고사가 아니라,
절대평가에 따른 자격고사라고 믿는 한비야는 한편 옳고 한편 틀렸다.
인생은 절대평가로도 점수매길 수 없는 것이어서 틀렸고,
사실은 상대평가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이지만, 삶은 늘 '지혜'가 저지르는 '분별'에 의해서 나뉘기때문에 힘든 것이므로,
상대평가가 아니란 말도 틀렸다.
그렇지만, 인생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하나의 시험과 같은 것임은 그가 바로 보았다.
에덴의 동산에 살면서 '선악'을 분별할 그 과일을 따먹고 인간은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다. 

무엇이든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가는 것
당신이 이곳에 살다 간 덕분에
단 한 사람의 삶이라도 더 풍요로워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이다.(랄프 왈도 에머슨) 

아이들의 재량활동 시간에, 월드비전이 되었든, 캄보디아 등 구호단체가 되었든, 
한 구좌 이상의 결연을 맺는 수업을 준비해 볼 생각이다.
헌혈 뿐만 아니라, 장기기증 서약 같은 교육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구상중이기도 하다.
그게 내 역할의 작은 평가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해 준 한비야씨의 공부가 결실을 잘 맺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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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4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9-14 14:41   좋아요 0 | URL
ㅎㅎ 추석 잘 쇠셨어요?

저는 자세한 건 모르지만,
잘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잘난체하는 사람 같아서 늘 미뤄뒀다가 읽는 편입니다.
여느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제겐 덜 매력적인 경우도 있거든요.
샘이 나는 걸수도 있구요. ^^

원래 똑부러진 것처럼 보이려는 사람들이 콤플렉스로 똘똘뭉친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한비야 책에 대한 제 리뷰를 찾아봐야겠군요. ㅎㅎ
아마 빈정거린 부분이 제법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의 언행일치는 별로 기대할 바 없으리라 생각해요.
글발도 별로지만, 호들갑스런데 비하면 내숭은 또 얼마나 심한지요. ㅎㅎ
저도 그가 구호사업을 하는 점 등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꿈의 끝은 내숭 속에 있을 것이니 알바 아니지만 말입죠.

어차피 제가 권하지 않더라도 그의 책들은 베스트셀러고,
그의 인생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은 결코 아니지만) 내지 희망사항이 되어있으니,
저는 제 나름대로 불편한 점을 남기고자 리뷰를 쓰게 되더군요.

페크pek0501 2011-09-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방엔 태그가 없네요. 한비야를 찾으면 여러 글이 뜨게 하는 태그요.^^^ 그렇게 해서 다른 글을 보려고 했는뎅... 일부러 없애신 듯...

저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를 읽었어요. 괜찮았어요. 리뷰도 썼었죠.

"인생은 절대평가로도 점수매길 수 없는 것이어서 틀렸고,
사실은 상대평가 해서는 절대 안되는 것이지만, 삶은 늘 '지혜'가 저지르는 '분별'에 의해서 나뉘기때문에 힘든 것이므로, 상대평가가 아니란 말도 틀렸다." - 아, 어려워라.^^^




글샘 2011-09-17 01:07   좋아요 0 | URL
한비야 책은 워낙 리뷰가 많아서...^^ 저는 제 글을 카테고리로 나눈 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비야식 여행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는 글들이 제법 있더군요.
이야기를 재미있게 지어내길 좋아하는 사람 같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