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의란 무엇인가>가 백만 권 이상 팔렸다고 하는데, 나는 이유가 좀 궁금하다. 
과연 한국 사회에 이런 사회과학 서적이 백만 권 팔릴 풍토가 조성되었는지가...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별로 없는데 말이다. 

전편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사회과학> 서적은 그 책의 저자가 속한 <사회>에 국한된 것이기 쉽다는 한계가 질곡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사회 내의 <학문적> 풍토는 내가 살고있는 이 땅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사고방식 내의 '밭둑'과 저자의 '밭둑'이 질러진 카테고리가 너무 달라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우선 제목부터 그렇다.
와이 모랄리티...라고 하면, 현대 사회에서 철학적 정신적 차원에서 다뤄지는 도덕과 윤리적 측면을 문제삼아 이야기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지지만,
왜 도덕인가...란 제목에선, 현대사회의 문제들에서 도덕적 품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런 측면의 문제제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공리주의가 주도적이던 영미의 도덕적 개념에 반론을 제기한 롤스의 '정의론' 이야기가 여기서도 나온다.
공리주의가 '좋음'을 극단적으로 선호했다면, 롤스는 '옳음'의 입장을 들이민 모양인데,
한국사회처럼 '좋음'이나 공리주의가 언제 있어보기나 했었던가를 돌아보면,
이 땅에 태어나 살고 있음 자체가 이런 학문적 논리를 따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취약한 기반임이 생각나서 참 좌절스럽다. 

독재자에 바람둥이(채홍사가 다 있었다는)에 난봉 술꾼으로 남한산성에서 유명하던 급사한 어떤 사람도
온통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으며 지극히 도덕적이고 민족의식으로 무장한 위인으로 둔갑하기 쉬운데, 그것이 도덕의 힘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처럼 무슨 장관 한 사람 임명하겠다고 신상을 털어 보면,
순 도둑놈에 날강도들이 아닌 경우가 없다.
박지원의 '양반전'에서 양반을 사려던 부자가 "나더러 도둑놈이 되라는 거요?"하면서 양반을 거부하고 나가버렸듯이,
위장전입, 병역의무 의혹, 땅투기 의혹 등에 연루되지 않은 고위층은 없는 일인지...
하기야 박지원의 '허생전'에서도 '무명의 와룡선생'을 천거한다면 쓸 수 있겠는가고 물으니 그건 어렵다던 이완 장군이 나오는 것처럼, 도덕적으로 맑은 사람을 찾아 지위를 주기는 쉽지 않은 노릇인 모양. 

<힘>이 도덕이고 정의던 로마가 무너지고,
<종교>가 도덕이던 중세도 지나갔다.
<시민>의 <인간의 힘>이 도덕이던 자유, 평등, 박애의 시대가 풍미하였으나,
<공산주의>란 철학적 도덕의 시대가 피바람 속에 사라져 버린 자리에,
오로지 <금권>의 도덕만이 철권을 휘두르고 있는 게 세상이다. 
저자의 말로 하면 <시장중심주의, 고삐풀린 자본주의>의 폭풍이...

국가간의 1:1 교류는 금세 흐트러지고,
지구가 글로벌로 묶여 <금권 통치>의 도덕은 더욱 한 방향으로만 전개되는 양상인데,
그것 역시 미래를 점치기 쉽지 않다. 

샌델은 대안으로 공동체 강화, 경제구조의 개혁, 도덕적 종교적 담론의 분리 음모 극복 등을 제시한다.
근본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이 발을 들여놓기 두려워하는 영역으로 거침없이 돌진한다.(318)
따라서 자유주의자들이 해야할 해법은 도덕적 논의를 피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 이란다. 

이 나라는 2년 전, 제법 괜찮았던 한 대통령, 그렇게 개무시하던 대통령을 잃고 많이 울었다. 
전직 대통령을 그토록 수치스럽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도덕'이란 허울 좋은 <권력의 칼날>이었다.
'도덕'이란 칼로 전직 대통령의 아내, 자식, 친척, 수하들을 모조리 단죄했다.
그렇다면, 30년 전에 수천억원(지금이라면 수백억)의 돈을 먹었다는 대머리 아저씨의 마누라, 새끼들, 친척들, 부하들은 과연 얼마나 도덕적으로 단죄했던가를 돌아보면,
도덕이란 허울좋은 칼날로 힘을 과시한 깡패짓에 다름아니다. 

지금 서울시 교육감이란 자리가 다시 도덕이란 칼날로 유린되려 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말도 안 되는 재판에 시달린 일이 많지 않은가. 

한국사회처럼 닫힌 사회.
그리고 온갖 개념이 짬뽕되고 떡이 되도록 뒤섞여 있어서,
좌파나 우파가 뭔지도 모르고, 강남 좌파란 웃기는 말도 등장하고 있다. 

도덕이란 것은 <인권>에서 출발한다.
<인권>이 지켜지려면, 기본적인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한국처럼 공동체가 급격히 파괴된 사회에서는 도덕에 대한 접근 자체가 새로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회식' 문화가 새로운 공동체 역할을 하던 것도 주목할 법 하지만,
이제 그런 정도의 공동체 문화도 슬슬 무너지고 있다. 

[허용과 지지]는 엄연히 다른데도,
툭하면 개념을 뒤섞어 말아 먹는 역할을 하는 것들은
소위 '공인'이어야 할 방송과 신문 등의 언론사들이다. 

빨갱이, 하면 무조건 죽일놈이었는데, 그건 아직도 여전하다.
국가보안법이 창창히 살아있어서 그렇고,
전쟁 후유증이 아직 상처가 깊어 그렇겠다. 

그러나, 나는 빨갱이다... 하고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 사람을 지지하건 말건...

공휴일을 늘리자고 하면 <금권>을 지닌 세력은 반대한다.
방송도 맨날 '서민은 우짜라고' 하며 짜는 소리를 내보낸다.
집회 시위가 있으면 맨날 '차가 막혀서...'하는 방송을 식상하게 하듯 말이다. 

<도덕이 세상을 자유케 하리라>가 이 책의 주제라고 하면 오버일까?
자유의 의미를 이렇게 정한다면...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유(270) 

인간이 선택할 수 있으려면,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
공공의 선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한, 허용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인권, 행복추구권, 노동권, 그리고 집회 결사의 자유 같은 것을 주면서 말이다. 

자유를 맛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다시 자유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덕'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jy 2011-09-0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의란 무엇인가> 책은 아직 못 읽었습니다. 근데 백만권이나 팔린겁니까? 세계적으로가 아니라 한쿡에서만요?
우와~~ 저는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세상에나 그렇게 책이 많이 팔렸고, 구매자의 반정도만 실제로 읽었더라도 사회적으로 아니면 주변에 구설로라도 뭔가 논의가 지속되고 달라지는게 나타나야되지 않겠습니까? 저도 글샘님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서 진짜 신기하게 생각되는 백만부 판매실적이네요-_-;
ebs방송으로 몇번 보긴 보았습니다~
가치관은 많이 다르지만 성격은 똑같은 급한 아빠와 저녁식사후 목청 크게 대화하다가 울컥 했더랬지요~ 엄마가 시끄럽다고 성질 좀 냈었죠ㅋㅋ
당시엔 치열하게 부녀100분토론을 했는데요~ 젤 토론이 격렬했고 기억나는 부분은 불임부부가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매매하는 거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정의에 대해서 주변에서 말이 없는것처럼, 도덕이란게 다 자기편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는게 당연하다는 이 사회 ㅠ.ㅠ 도덕이 자유라면? 그게 도대체 모냥새가 어떻게 되야되는지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으면합니다..그게 다르던 틀리던 옭던 그르던지 말입니다요~

글샘 2011-09-0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jsapark.tistory.com/1526
네 백만권이 팔렸지만,
제 생각은요....
백만명이 읽은 건 아니구요.
워낙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살다보니, 정의란 무엇인지, 궁금해서 사긴 했는데 대부분 그냥 처박아 뒀거나, 남 줬거나... 그렇지 않나 싶네요. ㅎㅎ 그리고 386 세대들이 거의 수백만 되니깐(80-85정도만 해도) 대~~~충 본 사람이 그정돈 되지 싶네요.

뭐, 관심이란 게 워낙 척박한 데서 나오니 말입니다.

누구도 정의에 대해서 도덕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 어두운 세상. 그게 무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