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눈 힘찬문고 20
론 버니 지음, 지혜연 옮김, 심우진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올 여름 방학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들을...

이 책은 지난 해 부산시교육청 초등학생 권장도서였는데, 애가 잘 안 읽어서 머리맡에서 잠자리에 읽어준 책이다.

어렸을 때, 서부의 총잡이 시리즈를 보면서 자란 우리들의 머릿 속에는 웨스턴 분위기가 낭만적이고 멋지게만 보였다. 카우보이 모자와 멋진 줄 날리기, 검게 그을린 피부, 이에 반해 검붉은 피부의 홍인들은 기습적으로 주인공을 파괴하려는 미개인들에 불과했다........ 이 제국주의자의 시각으로 인디언들을 바라보던 세계가 포카혼타스, 늑대와 춤을, 라스트 모히컨 등 인디언 들의 삶을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국주의자들의 시각은 유효했고, 애정어린 시선도 벌써 인디언들이 거의 멸종한 시점의 박물지적 시각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열렸을 때만 해도,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가 흑인 여자가 나왔는데, 그 아이를 원주민이라고 불렀다. 우린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의 백호주의라는 횡포는 살상과 파괴, 반문명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올림픽이라는 평화의 제전에 원주민을 내세운다고 해서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동화의 주인공 독수리의 눈, 구답은 한순간에 온 가족을 백인들에게 잃고 만다. 동생 유당과 먼 길을 걸어 다른 부족과 살려 하지만, 그 부족도 말살당한다. 죽음에 다다른 구답과 유당은 땅과 함께 살고자 하는 희망이 있지만, 백인들의 살기는 그 넓은 호주 대륙을 뒤덮고 있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지리산에서 1박을 했다. 산과 물과 비에 젖은 길도 멋있었지만, 산길에서 마주치는 흙냄새, 풀내음, 안개의 축축한 습기의 향기, 짙은 고동의 흙빛의 포근함을 맛보면서 걸을 때, 우리가 기댈 곳은 대자연 어머니밖에 없단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메리컨 원주민들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살던 자연과 동화된 삶, 자연과 하나된 삶, 정령의 큰 힘을 믿던 고결한 정신이 백인들의 문명이란 이름에 파괴되고, 말살되던 피냄새, 죽음의 빛으로 뒤덮인 인류 최대의 반문명이 황톳빛 흙위에 오버랩 되었다.

십여년 전 텔레비전에서 보던 '뿌리'를 보면서 치를 떨던 생각이 났다. 남부의 농업 정책에 반기를 든 북부의 공업 정책의 승리로 자유를 얻은 검둥이 노예들은 자유로운 신분이 되어 제 발로 공장의 노예로 전락하던 시기, 살상당하고 파괴당하던 흑인들의 인간의 존엄성을 잃었던 그 영화.

자신을 잃기는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되살리기란 얼마나 불가능한가를 생각하게 하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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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4-07-1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동화가 좋다고 생각해요.예전처럼 권선징악 이나 뭐 이런거 말고.....내가 클때도 외국에는 다양한 동화가 있었을텐데....우린 맨날 콩쥐팥쥐나 읽고.^^
그래도 요즘은 우리작가들의 수준도 높아져서 요즘 애들은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