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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주변에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정신분열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인지,
그런 사람의 병에 대처하는 '정상인'들의 행태가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정신질환자는 간혹 심한 행패를 부리고 폭력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 속에 어떤 목소리가 그를 움직이는 것인지를 우리는 알지 못하는 상태로,
다만, 두려움에 싸여 그를 격리할 뿐이다.
이 소설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처럼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정신병동의 인물들을 그리는 데 집중하여 갇힌 환경의 모순을 폭로하는 작품과는 다른 스릴러 물이다.
성폭행을 당하고 범인 잡기에 집착하는 여검사와,
교회를 불태운 소방수.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와 자신의 정신을 혼동하는 주인공.
과연 이 기록들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지만,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를 따라가면서 내가 더 몰입하게 된 것은 주인공 바닷새의 정신이었다.
그 정신 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함께 존재하며,
명징함과 모호함이 늘 뒤섞인다.
그래서 자신감있게 이것이다, 하고 말하려 하면,
곧 자신감을 잃고 이게 아닌개벼~ 하는생각이 덮치기도 하는 그런 상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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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미쳐있던 시절에 배운 게 하나 있다. 즉, 사람은 벽과 창살과 잠긴 문으로 이루어진 방에서 다른 정신병자들에 둘러싸여 살거나 심지어 독방에 홀로 갇혀 지내기도 하지만, 사람을 가둔 진짜 방은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
사람이 사는 진짜 방은 기억, 관계, 사건, 온갖 종류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은 망상으로, 가끔은 환각으로, 가끔은 욕망으로, 가끔은 꿈과 희망, 혹은 야망으로, 가끔은 분노로, 그게 중요했다. 항상 진짜 벽을 인식하는 것이.(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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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영화에서
인디언 추장이 노래부르던
<동쪽으로 날아갔네, 서쪽으로 날아갔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 버렸네>하는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정말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
진짜 벽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더욱 힘주어 이야기할수록,
독자인 나 자신도,
망상과 환각과 욕망과 꿈과 희망, 야망, 분노에 휩싸여 진실한 나 자신을 둘러싼 벽을 획정할 수 없음에 동의한다.
이런 장르소설의 단점은,
지나치게 무거워 누워서 한여름 더위를 잊으려 할 시간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또 이런 책의 장점은,
왼손에 실린 지나간 시간의 무게와, 오른손에 전해지는 아직 남은 시간의 무게를 느껴가면서,
스토리에 깔린 복선들을 헤집으며 두려움에 싸인 픽션 속을 헤엄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번역에 의문이 가는 구절...
101. 투약 시간에 넴뷰탈 IV를 50 밀리그램 주세요... IV가 마치 약이름인 것처럼 풀었다. 내가 보기엔 정맥에 주사하라는 IV (Intravenous Injection) 이야기 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