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떠날 때 후회하는 24가지 - 회사는 언젠가 당신을 배신한다
조관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 사회의 평균 정년 57세라는 통계가 있지만 이것은 허구다.
비정규직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상 사회에서 통계를 믿는 건 바보거나 사기꾼이거나이기 때문이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가 나온 것이 이미 십여 년 전이고,
사십 대 자영업자의 자살율이 사상 최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는 판국에 통계는 진실을 호도하기 좋은 도구로나 쓰인다. 

그렇지만 아무리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에게도 정년퇴직은 부득부득 다가온다.
세계에서 가장 아이 안 낳기로 앞서는 나라에서,
또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어서 가장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국가는 전혀 복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그나마 있던 복지마저 이 정부는 사대강에게 파묻어 버렸다. 

이런 국가에서 직장을 떠난다는 일은 패닉에 빠지게 하는 일이다.
과연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 

아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갖지 못하고,
아무 것도 될 수 없다.

막막한 한국이지만, 또 제자리 걸음하기 위하여 매일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술잔을 기울인들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삶을 기획하는 일은 한국사회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머리를 쓰라.
자유롭게 생각하라.
독립적이 되어라.
그리고 옳든 그르든 확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 확신을 두려워하지 말라.(임어당) 

변화의 세상에서 치즈지키기 또는 내 치즈 훔쳐간 놈 욕만 해서는 안 된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며, 부단히 머리를 굴려야 사는 세상이 올 것이다. 

워싱턴의 이양희 교육감의 '우수교사 발굴, 무능교사 퇴출'의 업적을 내세우는 일은 몹시 못마땅하지만,
그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한국 사회의 복지부동은 역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로는 더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골프'를 쳐야 '중산층'인 양 착각하게 되는 나라에서, 안철수 씨처럼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선언은 신선하다. 

화병이 고유어로 등록된 나라에서,
화가 나있다면 이미 옳은 길에서 떠나있는 것이라는 간디의 말은 적어둘 만 하다.
ANGER는 DANGER와 유사한 말이라는 것도. 

카이스트에서 개혁논란이 되었던 서남표 총장을 칭찬하는 부분은 좀 황당하다.
이 사람의 사고의 한계가 단적으로 드러나있다. 

임기를 마치면 , 미국 보스턴에 있는 나의 작은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 앞바다에는 조개가 많이 납니다. 거기서 조개 캐면서 여생을 살고 싶습니다. 플루트 배우면서... 

이런 바나나들이 이미 상부계층을 잠식했음은 두려운 일이다. 

노래방가면 구태의연한 노래 부르지 말라는 충고는 신선하지만,
글쎄다. 한국적 풍토에서 노래방을 가는 일은 신선한 노래 부르는 일이 아니라,
뽕짝에도 탬버린 두드릴 줄 아는 마인드를 갖추라는 것이기도 한 바.
그의 motion을 바꿔야 emotion이 바뀐다...는 말은 일견 수긍되지만, 말장난 같기도 하다. 

노후가 되면 여성은 돈, 친구, 자식, 남편이 필요하지만,
한국 남성은 부인, 아내, 안사람, 와이프가 필요한 무능한 존재라는 비아냥은 자신의 포지션이 어디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뼈있는 농담이다. 

오죽하면 집에서 한 끼도 안 먹으면 '영식님'
한 끼 먹으면 '일식씨' 두 끼 먹으면 '이식아' 세 끼 모두 찾아 먹으면 '세끼야!'소리를 듣는다는 농담도 있을까. 

빠삐용이 꿈에서 만난 <인생을 낭비한 죄>는
한국 사회에서 새로이 정의내려야 할 것이다.
인생을 진지하게 구상하고 살지 않은 죄, 또는 인생을 기획하여 변화를 도모하며 살지 않은 죄,
그에게 더 무거운 미래가 짐지워질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젊어서부터 외국어 공부, 저술, 강의 등으로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이다.
모든 이가 저자처럼 활동적으로 살기는 힘들지언정,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부분은 분명이 많아 보인다. 

한국처럼 암담한 사회에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골프를 운동으로 여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미래가 더 암담해 보이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1-06-2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하지만 열심히 일할땐 늘 그걸 잊고 살아요.

글샘 2011-06-24 11:54   좋아요 0 | URL
저도 늘 떠날 준비를 하면서 살려고 해요.
짐도 줄이고, 모은 거 수시로 버리고 말이죠.
그치만, 또 일할 땐 그게 어렵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