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하늘이 낮게 다가선 듯 보이는구나. 

오늘은 신경림의 <산에 대하여>란 시를 한편 읽어 주고 싶어서 몇 자 적는다.
요즘 기말고사 준비에 나더 바빠서 글을 쓸 틈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이 시는 꼭 너에게 읽어 주고 싶은 시란다.
한번 읽어 보렴.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다 험하고 가파른 것은 아니다
어떤 산은 크고 높은 산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려 있고
또 어떤 산은 험하고 가파른 산자락에서
슬그머니 빠져 동네까지 내려와
부러운 듯 사람 사는 꼴을 구경하고 섰다
그리고는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순하디순한 길이 되어주기도 하고
남의 눈을 꺼리는 젊은 쌍에게 짐짓
따뜻한 사랑의 숨을 자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낮은 산은 내 이웃이던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처럼 때에 절고
그 누더기 이불처럼 지린내가 배지만
눈개비나무 찰피나무며 모싯대 개쑥에 덮여
곤줄박이 개개비 휘파람새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은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서 잡아죽일 듯
이빨을 갈고 손톱을 세우다가도
칡넝쿨처럼 머루넝쿨처럼 감기고 어우러지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신경림, 산에 대하여) 



어렵지 않은 시지? 

여기서 '산'은 '삶, 인생'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봐도 좋을 거야.
그러니깐,
'크고 높은, 험하고 가파른 산'은 '유명하고 위대한, 훌륭하고 똑똑한 인물'의 삶일 수 있겠지. 
그 아래
'시시덕거리고 웃으며 나지막이 엎드린' 산은 '유명하지도 않고 잘난 것도 없는 인물'의 삶일 거고. 

아들아.
네 삶은 엄마아빠에게 보여주려고 사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이나 세상에 자랑하려고 사는 것도 아니란다.
소중한 네가 세상에 태어났으니,
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게으르지 말고,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면 좋겠다는 게 아빠의 바람이야. 

굳이 높은 산이 되지 않아도,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운 것임을 이런 시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도 좋은 일 아닐까 싶다.

낮은 산은,
'순하디순한 길이 되어주기도 하고,
따뜻한 숨을 자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늘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충실히 살지. 

이 시에서 '때에 절고, 지린내가 배인' 삶.
그런 보잘것 없는 삶이라도 정겨운 삶을 사는 일이 중요함을 적고 있다.
삶이란 그런 거야.
친구들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나누면서 삼겹살 구울 수 있는 여유 정도면 충분한, 그런 것. 

그렇지만 또 사람들은
조금 독특한 성격이거나
자기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시끄럽게 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의 공간을 배려하지 않는 무지함도 보인단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자기들 모둠에 안 끼면 왠지 소외시킬 것 같은 분위기,
남들 다 하는대로 따라가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
전쟁과 식민지 시대의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온 사람들로서는,
자기만 소외되어 다른 줄에 서는 것이
어쩌면 죽음의 길인지도 모르기때문에,
종교를 가져도 <우리>의 종교를 믿고,
모임에 가서도 '우리는 하나'를 외치곤 하지. 

그렇지만,
배려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조용한 사람들
낮은 산처럼 사는 사람들도
당당하게 <개인>의 소중함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
한국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해서 쓰는 것도,
저런 <집단주의의 광기>에서 붙인 딱지가 아닌가 싶다. 

이기주의는 극복해야겠지만, 
개인주의야말로 한국사회가 배워야할 덕목의 하나일 거야. 

낮은 산으로 사는 것도
산의 여러 나무들, 잡풀들 사이에 덮여 작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기쁨을 얻는 일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낮은 산들이 조용히 있다고
높은 산들만의 세상은 아닌 거지.

오히려 이 시에서는
<사람 사는 재미>는 낮은 산만이 안다고 강조하고 있어. 

사람이 다 크고 잘난 것만이 아니듯
다 외치며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듯
산이라 해서 모두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모두 흰 구름을 겨드랑이에 끼고
어깨로 바람 맞받아치며 사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높은 산>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어떠한 산이든 자기 자식은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란다. 

네 나이에 깨달아야 할 것은,
과연 너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면 가장 잘 할 것 같은지,
글을 쓰는 일,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 사람들과 밤새 모여 회의하는 일,
이런 것들을 곰곰 생각해 보는 일인 것 같아.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
또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지도 고민해 보고 이런 시절이 고교 시절 아닌가 싶다. 

굳이 높은산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따위는 버리기 바란다.
삶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니 말이야.

다만, 어떤 산이든,
자신의 존재가 소중함을 깨닫고,
그 소중한 자신이 지금 숨쉬고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는 산이라면 충분히 훌륭한 산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이야기가 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을 셋 꼽는다면,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이라는... 

지금(현재 present)을 다른 말로 선물(present)이라고도 하잖아.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행복을 누릴 수 없단다.
지금 공부하는 사람은 즐겁게 공부하고,
지금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게 일해야, 그게 진짜지.  

 

황금의 헛됨을 보여주는 그림 하나.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거북이처럼...
나가는 돈은 토끼처럼... 거기 매달리면 사람은 썩게 될 거야.

나중의 행복을 위하여 지금 고통스럽게 '머시멜로'를 참는 일은,
진정한 행복에 반하는 일일지도 몰라. 

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왔다 치고 한번 읽어봐.

■ 문제 이 시의 작가와 인터뷰를 하였다고 할 때, <보기>의 빈 칸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 문 : ‘산에 대하여’라는 시를 통해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한 삶은 어떤 것인가요?
             답 : 네, 그것은 한 마디로 [                   ]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① 탈속적 삶
② 조화로운 삶
③ 배려의 삶
④ 화해의 삶
⑤ 소박한 삶

답은 1번, 탈속적 삶이지.
탈속은 '속세의 세속적 이미지를 벗어난' 것이니, 화자처럼 '사람 가까이에서 사람 사는 재미를 함게 느끼는 존재의 소중함'을 강조한 시에서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지. 

공부란 결국 '어휘'를 잘 부려쓸 줄 아는 것 같아.
새로운 어휘를 만나면 관심을 가지고 곰곰 생각하는 습관을 좀 들이면 좋겠구나. 

장마철엔 기압이 낮기가 쉽단다.
이럴 때일수록 스트레스 관리도 잘 하고, 감기도 조심해야지.
특히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 잘 하렴. 

하늘이 낮은 날.
기압도 낮은 아침,
낮은 산을 보면서, 마음 편하게 행복을 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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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2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좋은 시 한편 담아요

글샘 2011-06-23 00:4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시 참 좋아합니다. ^^

2011-06-22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23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