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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Gustav Mahler(1860∼1911)
말러라는 작곡가의 7번 교향곡이 있다.
Nachtmusik로 '야상곡'이라고도 하고 '밤의 노래'라고도 한다.
7번교향곡 '밤의 노래' 듣기
정유정의 7년의 밤을 읽다보면, 말러의 밤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 온몸을 휘감는다.
'밤'은 '어둠'의 시간이고, '정지'된 인간의 활동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 책 속의 7년간은 한 순간도 '정지된 적 없는 불안 속의 시공간'이다.
불과 3페이지의 프롤로그 만으로도 독자를 지나간 7년의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는 밤의 요정인 작가.
작가의 신비로운 날갯짓에 이끌려 독자는 안개 가득 낀 세령마을로 홀린 듯 이끌려 들어가게 된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되는 세령댐 수몰지구 안의 '오영제'란 문패와,
용팔이를 만나 당황하는 최현수네 일가,
세령댐 수몰지를 탐색하는 아저씨 승환,
그리고 온통 눈동자로만 기억되는 소녀 세령이와 고양이 어니에 익숙하게 된다.
최현수의 마티즈와 대책없는 그의 음주 운전, 그리고 그의 아내 은주의 바가지,
아들 서원의 환상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만나는 동안,
이야기는 처음에 만난 결론이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를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간지른다.
'올드 보이'의 주인공에게 걸려온 전화는 이렇게 말한다.
"너를 왜 가둬 두었는지 물을 게 아니라, 왜 풀어 주었는지를 물어야 하는 거 아냐?"하고...
이 이야기는,
'서원이를 왜 괴롭히는지를 물을 게 아니라, 왜 살려 두고 있는지'를 물어야 하는 스토리다.
작품을 어떻게 쓰면 독자를 매혹시킬지를 알고 있는 작가의 글을 읽는 일은 허망하다.
어쩔 줄 모르고 그 팜므파탈의 향기와 이미지에 빠져 안갯속을 헤매이는 내 정신과 시간은 헛것이다.
독자는 글자를 읽고 있을 뿐이지만,
이미 그에게 세령지와 세령마을, 한솔등은 영화 속 한 장면보다 으시시한 공간으로 이미지화 되어버렸고,
독특한 캐릭터들의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는 스릴러 영화 장면의 배경, 끔찍한 비명 소리의 효과음까지 독자에게 강요하고,
눅눅한 안개와 미끈덩거리는 진흙 바닥의 촉감과 끈끈한 느낌까지,
비릿한 물비린내인지 피비린내인지 원초적 생명의 감각도 독자의 손바닥에서 느껴지게 만든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문장은 짧고 경쾌하며 신선한 비유와 표현들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스토리 전개는 급박하고, 내용은 신랄하다.
부자이면서 권력자인 오영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녀 보이고,
무능력자 최현수에게 남은 거라곤 유소불위의 허둥거림만 남아 보인다.
그러나 오영제가 거느린 가족들의 나날 속엔 '삶'이 없지만,
최현수의 가족들은 '삶' 속에서 지지고 볶는다.
삶이란 이런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또 살고 죽고 하는 것이다.
이런 그럴듯한 말 한마디 없이도,
잠수하는 물 속에서,
안개낀 도로를 음주 무면허로 질주하는 간이 부어터진 속도감에서,
룸메이트의 우정과 고양이와의 상생이 전해주는 낮지만 의미있는 따스함까지.
작가의 위트가 보여주는 플롯의 긴밀감은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기대되는 작가가 한명 더 마음 속에 기록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