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배낭여행이라도 떠나려면 짐싸는 일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어마어마한 부피와 무게가 되기 때문인데,
과연 그 짐들이 여행을 행복하게 해 주는가를 묻는 일은 쉽지 않다. 

인생의 절반쯤...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힘든 일을 겪고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즐거워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일들을 내 짐바구니에 가득 담고 걷다가 빵~ 터져버린 것이다. 

내 직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교사는 별로 없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엄청나고,
아이들의 학력뿐만 아니라 입시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행사들을 관리하는 일은,
내 능력 범위를 훨씬 벗어난 일이다.
게다가 나는 가외로 동창회 행사까지 도맡아 움직이노라니 기관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길 계획을 짜고 있다.
지난 주 면접까지 본 상태이므로 이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조금씩 벗어 놓을 차례다.
그렇지만 내가 벗어놓은 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기에
사람들은 나의 탈출을 쉽게 용인하기 싫을 것이다. 

그럴 때, 과감하게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나를 원한다고 해서 거기 내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님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오너'의 사고방식이다.
우리처럼 여러 사람이 각자 맡을 일에 충실하면 굴러가는 조직에서는,
오너와 같은 사고방식으로 살다간 몸에 고장이 나기 마련. 

인생을 절반쯤 걸어왔다고 생각할 무렵,
나에게 다가온 책과, 나에게 다가온 사건.
우연도 마주친 사람의 시선에 따라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웃지 않은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는 말이 이 책에 등장한다.
나의 웃음이 곧 <낮>을 만들고, 나의 찡그림이 <밤>을 만든다는 이야기처럼,
교사를 시작할 때, 늘 친절한 사람이 되리라던 나의 서원은 일구덩이 속에서 쉽게 잊혀지곤 했다. 

짐을 벗는 일도 여의치 않다.
내가 옮길 곳도 완벽한 곳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라는 매력이 충분히 끌리게 한다. 

인생의 여행길에서,
답은 '늘 '내 안'에 있다고 한다.
자신을 바라볼 줄 알면 그가 곧 부처가 아닌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에 휘둘리면, 그곳이 곧 지옥도인 것이다. 

'성공'과 '성취' 사이에서 전자에게 비중을 두며 살면 짐을 내릴 수 없다.
후자는 어떠한  삶에서도 얻어낼 수 있는 것이지만, 
'성공'은 지금 이 짐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여 우리를 짐지게 만든다. 

인생을 절반쯤 산 오늘,
지나온 삶에 회한도 없다.
다가올 삶에 두려움도 없다.
그저, 산티아고라는 목적지를 향하여, 도달할는지 알 수도 없는 그 전설의 순례길을 따라,
꼬닥꼬닥 걷는 일,
다만, 어깨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짐을 정리하며 걸어가는 일에 마음을 쏟고,
매일 웃는 일로 '잃어버리는 날들'을 단속할 일이다. 

삶이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사람,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심에 묻힌 사람,
아니, 난 잘못 살고 있다고 비관에 싸인 사람,
이런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펼쳐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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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0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3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창 2011-06-1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게 끌려가는 게 아니라 삶을 끌고 가시는군요.
어디서든 글샘님의 능력은 반짝반짝 빛날 겁니다.
부럽습니다.

글샘 2011-06-12 01:19   좋아요 0 | URL
끌고 가시는 게 아니구요. ㅋㅋ 글을 좀 폼나게 썼나요?
끌려 댕기다가 사고를 쳐서 도망치려는 중이랍니다. ^^

비로그인 2011-06-10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제게 써주신 글 같네요...
변화를 앞두고 계시군요.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 더 많기를 바랍니다^^

글샘 2011-06-12 01:20   좋아요 0 | URL
더이상 끌려다니면서 살면 안 되겠다...
끌려다님의 극치를 살고 있어서, 이러다간 50도 못넘기겠다...
싶어서 도망가려고 작업중이에요.
뭐, 지금보다 나빠지기야 할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