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인 유럽
구현정 글 사진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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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성'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큰 기준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으로 독특한 역사를 가졌기에,
향학열이나 학구열보다는 '교육열'만 엄청 강한 나라였기에,
이제 약발이 떨어져가는 단계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에 대하여 엄청 강조하지만,
역시 인프라가 없는 단발성 마약류의 교육은 국민의 무지함으로 결말을 짓는 것 같다. 

대형 서점도 픽픽 자빠지는 현실에서,
소형 서점들이 파는 거라곤, 오로지 이 무서운 나라의 <수험용 문제집 뿐>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하나 끼고 있으면, 문제집 파는 데서 남는 수익으로 적어도 망할 일은 없다.
나도 어디 인문계 고등학교 앞에 가서 서점이나 하나 열까 생각도 했다.
뒤져보면 서점없는 학교도 있지 않을까? 젠장~~~ 

요즘 아내랑 시내 구경을 갔다가 잠시 쉬려고 커피전문점엘 몇 번 간 적이 있다.
시내에 웬 커피숍이 그렇게도 많은지, 그리고 왜 거기엔 그렇게 인간들이 많은 건지...
도무지 커피 한 잔을 맘 편하게 즐길 공간이 못 되었다. 

그런 판국에, 북 카페라니... 이건, 완전히 염장질이잖아.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커피를 한 잔 마실 수도 있고, 맘에 들면 살 수도 있는, 그런 데가 있단 말인가?
조용한 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돈을 주고 대여하는 곳이 커피숍인데,
거기서 혼자서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한국에선 어디까지나 제 책이고,
그나저나 조용히란 단어가 커피숍에선 도무지 먹혀들지가 않는 곳이거늘... 

작가는 베를린을 비롯한 수많은 도시에서 북카페를 찾아다니며 짜릿한 전율을 느낀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라곤. 오로지 부러움, 그것 뿐이었다.
교사가 책을 읽으며 학생을 지도하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국의 교육 풍토에서
학교엔 도서관이 있지만, 거기엔 낡은 지식들이 일렬종대로 정렬해 있을 뿐.
다사로운 커피향과 아울러 도란도란 오가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기는 힘들다. 

우리학교 어디 한구석이라도 빌려서 북카페를 하나 차려볼까?
커피메이커도 하나 들여놓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사진집도 몇 권 구비하고,
사람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도록 스탠드도 한 두개 준비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든 모습은 세상의 어떤 걸작을 구경하는 순간보다 가슴이 뜨거워지게 한다.   
   

이런 구절 하나만 만난 것으로도 나는 가슴이 뜨거워 이런 글을 두드리고 있다. 

스위스에서 불어와 독일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독일어판과 불어판 신문을 자유로이 읽는 노인들 이야기를 읽으면,
이 좁은 땅에서 사는 일이 왜 이렇게도 초라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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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2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져요. 도서관에 커피향 가득하게 하고 싶어라. 방향제라도 준비할까봐요. ㅎㅎ
여긴 그러기엔 이용자가 너무 많아요.
자주 가는 카페를 그런 분위기로 만들려고 했는데 오는 손님들이 거의 단골이라 늘 시끌벅적하고 의자가 불편해요.

글샘 2011-03-27 20:03   좋아요 0 | URL
몇 사람하고 이야기해본 결과, 북카페를 만들긴 힘들거 같구요.
제가 앉은 자리에서 향기 강한 커피나 좀 내려야겠습니다.
손님한테 책도 좀 권해 주고. ㅋㅋ
너무 일만 많고 사람을 멀리하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건 슬프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