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현대시를 주로 살펴봤는데,
오늘은 고전 운문의 하나인 '가사'를 한편 보자.
그 대표작인 정철의 '사미인곡'이다. 

정철은 '사대부'야.
시골에선 선비지만, 입신양명하면 '왕'을 보필하는 '대부'가 되는 것이지.
왕조 국가의 중심 인물은 무조건 <왕>이란다.
'대부'는 몽땅, 왕의 생각을 펼치는 도구로 쓰이는 사람들이라 보면 돼.
이 시에서 '미인'을 생각하는 것도 결국  귀양간 처지에서 임금을 생각하는 노래라 볼 수 있지. 

충신연주지사. 또는 충신연군지사.
우선 한번 읽어 보자. 

(가)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천생 緣연分분이며 하늘 모를 일이런가.
나 하나 졈어잇고 님 하나 날 괴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졸 대 노여 업다.

������ 이 몸을 만드실 때에 님을 따라 만드시니,
������ 한평생 함께 살아 갈 인연이며,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
������ 나는 오직 젊어 있고 님은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시니,
������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할 곳이 다시 없다. 

이 가사는 마치 하늘에서 귀양 내려온 선녀가
헤어진 임을 그리워하는 형식의 특성을 가지고 있단다.
실제로 일어난 일(개별적 사건)은
정철이 귀양온 것인데,
문학적으로 일반화하여 표현한 것은
마치 여인이 임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  

지금 이 부분은 서론부분인데,
나는 임을 따라 생겼으니 우린 천생연분이랍니다.
젊은 나를 임이 사랑하시니 우리 사랑은 최고였지요~ 이런 얘기야.  

평생애 願원하요대 한뎨 녜쟈 하얏더니,
늙거야 므사 일로 외오 두고 글이는고.
엇그제 님을 뫼셔 廣광寒한殿뎐의 올낫더니
그 더대 엇디하야 下하界계예 나려오니

������ 평생에 원하되 님과 함께 살아가려고 하였더니
������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고?
������ 엊그제는 님을 모시고 광한전(궁궐)에 올라 있었더니,
  * 광한전 : 달 속에 있다는궁전. 여기서는 임금(선조)이 계시는 대궐
������ 그 동안에 어찌하여 속세(창평)에 내려 왔느냐.

평생 소원은 <한뎨 녜>는 거였지. 임과 함께 살기.
임금님 아래서 사대부로서 최선을 다해 일하기.
근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대.
늙어서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 현실이지.
얼마 전까지도 임과 궁궐에 있었는데,
어느새 하계에 내려와버린 선녀인 나의 신세가 안타깝구나. 

광한전과 하계는 옥황상제와 선녀의 이야기처럼
임금님과 자신의 이야기를 변주한 것이란다.
화자는 여성처럼 묘사되고 있어.
아래 보면 헝클어진 머리와 화장도 나온단다.

올 저긔 비슨 머리 얼킈연디 三삼年년이라.
撚연脂지粉분 잇네마는 눌 위하야 고이할고.
마음의 매친 실음 疊텹疊텹이 싸혀 이셔,
짓나니 한숨이오, 디나니 눈믈이라.


������ 내려올 때에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지 3년일세.
������ 연지와 분이 있네마는 누구를 위하여 곱게 단장할꼬? 
������ 마음에 맺힌 근심이 겹겹으로 쌓여 있어서
������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르는 것이 눈물이라. 

하늘에서 선녀가 땅으로 귀양 내려올 때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
빗지 않은 게 3년째래.
여성에게 머리카락은 엄청 중요하단다.
세수는 안 해도 머리는 빗어야 하거든. ㅋ
근데, 3년동안 아무 것도 안 했대. 귀양온 화자의 처지와 같지.
신이 안 나는 거야.
연지와 분이 있는데, 임과 이별해 있으니 단장할 수 없지. 

마음엔 근심만 쌓여 있어서
한숨만 나오고 눈물만 흐른대.   

人인生생은 有유限한한데 시름도 그지업다.
無무心심한 歲셰月월은 믈 흐르듯 하난고야.
炎염凉냥이 때를 아라 가는 듯 고텨 오니.
듣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 인생은 한정이 있는데, 근심은 한이 없다.
������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 가는구나.
������ 더웠다 서늘해졌다 하는 계절의 바뀜이 때를 알아 지나갔다가는 이내 다시 돌아오니,
������ 듣거니 보거니 하는 가운데 느낄 일이 많기도 많구나.  

삶은 유한한데 걱정은 무한대다.

요거 좀 재밌는 표현이잖냐?

이런 걸 대구법이라 그래. 

임과 이별했는데 세월도 빨리 가서 벌써 3년 됐지.

계절도 잘 가고,

듣고 보는 일도 많은데

<느껴진 일>도 많아.

앞으로 화자의 느꼈던 일들을 적게 될 거야.  

이별한 여성이 절절하게 그리움을 토로하는 노래.
요즘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

소녀시대 <훗>을 보면,

여성의 콧대가 얼마나 높은지... ^^ 

너 때문에 내 마음은 갑옷 입고 이젠 내가 맞서줄게
네 화살은 Trouble! Trouble! Trouble! 나를 노렸어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독이 배인 네 말에 나 상처 입고도 다시 준 두 번째 Chance
넌 역시 Trouble! Trouble! Trouble! 때를 노렸어
너는 Shoot! Shoot! Shoot! 나는 훗! 훗! 훗!

이제 이별한 상황은 알았으니깐,
본격적인 사랑 고백을 시작한다.

계절별로 나오니 잘 읽어보렴. 


(나) (春怨) 봄의 원망

東동風풍이 건듯 부러 積젹雪셜을 헤텨내니,
窓창 밧긔 심근 梅매花화 두세 가지 픠여셰라.
갓득 冷 淡담한대 暗암香향은 므사일고.  
黃황昏혼의 달이 조차 벼마테 빗최니,
늣기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 봄바람이 문득 불어 쌓인 눈을 헤쳐 내니, 
������ 창 밖에 심은 매화가 두세 가지 피었구나.
������ 가뜩이나 쌀쌀하고 담담한데, 그윽히 풍겨오는 향기는 무슨 일인고?
������ 황혼에 달이 따라와 베갯머리에 비치니,
������ 느껴 우는 듯, 반가워 하는 듯 하니, (이달이 바로) 님이신가, 아니신가?


뎌 梅매花화 것거내여  님 겨신 대 보내오져.
님이 너를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 저 매화를 꺾어 내어 님 계신 곳에 보내고 싶다. 
������ 그러면 님이 너를 보고 어떻다 생각하실꼬?

'동풍'이 부는 봄이 왔어.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위세를 부리니 '북서풍'이 강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는 봄이 되면 '동풍' 곧, 샛바람이 불어온단다.
그 샛바람이 '동고서저'의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푄'현상을 일으키고,
그게 고온건조한 높새바람이 불어오는 원리란 건 중학교때 배웠지?

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 많이 듣던 동요 아니야? ㅋ
우리학교 정문 앞에도 매화가 가득 피었더구나.
'암향'은 은은한 매화 향기란다.
달빛이 베갯머리에 비치는데, 달이 임처럼 보인대. 

그래서 큰 용기를 내게 된단다.
저 매화를 꺾어서 임 계신 서울로 보내고 싶대.
매화를 보고 임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3년이나 잊고 계셨던 화자를 떠올리실까? 

 


(다) (夏怨) 여름의 원망
곧 디고 새 닙 나니 綠녹陰음이 깔렷난듯,
羅나褘위 寂젹寞막하고 繡슈幕막이 뷔여 잇다.
芙부蓉용을 거더 노코 孔공雀쟉을 둘러 두니,
갓득 시름 한대 날은 엇디 기돗던고.

������ 꽃잎이 지고 새 잎이 나니 녹음이 우거져 나무 그늘이 깔렸는데,
������ (님이 없어) 비단 포장은 쓸쓸히 걸렸고 수놓은 장막만이 드리워져 텅 비어 있다.
������ 부용꽃 무늬가 있는 房帳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 두니,
������ 가뜩이나 근심 걱정이 많은데, 날은 어찌 (그리도 지루하게) 길던고?

봄엔 임생각에 매화를 보냈지.

이제 여름에도 뭔가 보낸단다. 볼까? 

봄의 녹색은 '신록'이라 하지만, 여름은 '녹음'이라 그래. 

비단 휘장과 수놓은 장막과 꽃무늬 망사장에 공작 병풍까지,(이 여자 은근 공주병이다. ㅋ)
아름답고 화려한 방에서 임과 꿈같은 밤을 보내고 싶지만...
이별한 상황에서 근심 걱정뿐인데, 날은 얼마나 긴지...    

시간은 원래 상대적이잖아.
즐거운 시간은 금세 가고, 괴로우면 천천히 가는...
임이 없으니 시간이 더디 가고 날이 길겠지.
그래서 의욕을 내어 옷을 만든단다.

鴛원鴦앙錦금 버혀 노코 五오色색線션 플텨내여,
금자에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내니,
手슈品품은 카니와 制졔度도도 가잘시고. 

������ 원앙새 무늬가 든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 실을 풀어 내어
������ 금자로 재어서 님의 옷을 만들어 내니,
������ 솜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원앙새 수놓인 비단 베어, 오색실 풀고
금빛 자로 겨누어서 임의 옷을 만든대.(엄청 부유한 가정의 여성이군 흠...)
보통 부잣집 딸이 임에게 추근거리면 꽝!인 것이 연속극의 정석인데 말이지. ㅎㅎ
다음 시간에 '속미인곡'을 하면서 더 비교해 보고... 
 

솜씨는 물론, 격식도 갖추었다고 '자기 그림을 자기가 칭찬(자화자찬)'하는구나.
좀 심한 공주병인듯...   

珊산瑚호樹슈 지게 우에 白백玉옥涵함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대 바라보니,
山산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千쳔里리 萬만里리 길흘 뉘라셔 차자갈고.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 산호수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으로 만든 함에 (그 옷을) 담아 얹어 두고
������ 님에게 보내려고 님계신 곳을 바라보니,
������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구나.
������ 천만리나 되는 먼 길을 누가 찾아 갈꼬?
������ 가거든 (이 함을) 열어 두고 나를 보신 듯이 반가워하실까?

그렇게 만든 옷을 임에게 보내야겠지.

근데, 택배 상자도 대충 고름 안 될 거잖아.

이 아가씨, 대단한 부유층인데 말이지. ㅋ 

그래서 산호수 지게, 백옥함을 쓴단다. 음, 역시 부유층의 포스가... 

그래 담아 두고 임쪽을 바라 보니,
아, 산인지 구름인지~ 험하기도 험하대.
임을 가리고 있는 산과 구름은 <장애물>이고
정치 현실로 보자면 <간신>이라 볼 수 있겠다.
자신과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세력.

머나먼 길을 누가 갈 것이며,
간다고 해도 과연 반가워 하시기나 할 것인지... 걱정이 태산이야.


 

(라) (秋怨) 가을의 원망

하라 밤 서리김의 기러기 우러 녤 제,
危위樓루에 혼자 올나 水슈晶졍簾념 거든말이,
東동山산의 달이 나고 北북極극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 하룻밤 사이 서리내릴 무렵에 기러기가 울며 날아갈 때,
������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서 수정 발을 걷으니,
������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 님이신가 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이제 가을이 되었단다.
하룻밤 새 서리가 내릴 때 기러기는 울며 가고(캬~ 가을 분위기 물씬 나지?)
누각에 올라 수정 구슬로 엮은 <주렴>을 걷으니,
히~이야, 동산에 달이 돋고 북극성이 보이니
세상을 환히 밝히는 달님, 별님,
임금님이신가 하여 반가우면서도
못만나 괴로운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淸쳥光광을 쥐여내여 鳳봉凰황樓누의 븟티고져.
樓누 우에 거러 두고 八팔荒황의 다 비최여,
深심山산 窮궁谷곡 졈낫가티 맹그쇼셔.   

������ 저 맑은 달빛을 일으켜 내어 님이 계신 궁궐에 부쳐 보내고 싶다.
������ (그러면 님께서는 그것을) 누각 위에 걸어 두고 온 세상에 다 비추어
������ 깊은 산골짜기도 대낮같이 환하게 만드소서.

달빛을 잡아내서 옥황상제 계신 곳에 보내고 싶은 선녀의 마음.
달빛을 보내면 누각에 걸어 두고
온 세상에 밝은 빛을 보내서
산골짜기도 대낮같이 만들어 달라는 선녀의 부탁.
여기서 화자가 단순한 선녀가 아니라
'대부'로서 정치에 참여했던 사람임이 드러나는구나. 

올바른 정치(선정, 善政)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라는 신하의 마음이 보이지. 


(마) (冬怨) 겨울의 원망

乾건坤곤이 閉폐塞색하야 白백雪셜이 한 빗친 제,
사람은 카니와 날새도 긋쳐 잇다.
瀟쇼湘샹南남畔반도 치오미 이러커든,
玉옥樓누高고處쳐야 더옥 닐너 므삼하리.

������ 천지가 겨울 추위에 얼어 생기가 막혀, 흰 눈이 일색으로 덮여 있을 때
������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짐승도 날아다니지 않는다. 
  * 유종원, 강설 - 千山鳥飛絶 萬徑人蹤滅(천산조비절 만경인종멸)  
          
산이란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길마다 사람 자취 끊어졌다
������ (따뜻한 곳이라 하는) 소상강 남쪽 둔덕(전남 창평)도 추위가 이와 같거늘,
������ 하물며 북쪽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랴.

겨울이 되었어.  세상은 눈으로 가득찼대.
사람은 물론 나는 새도 못 다닌다는 유종원의 한시를 인용했지.
화자가 있는 남쪽을 중국 소상강의 남쪽으로 빗대었구나.
이 남쪽, 전라도 창평(광주 옆)도 이렇게 추운데,
임금님 계신 대궐(한양, 북쪽)은 얼마나 추울지 말해 뭐하겠냐.

陽양春츈을 부쳐내여 님 겨신 대 쏘이고져.
茅모簽쳠 비쵠 해를 玉옥縷누의 올리고져.
紅홍裳샹을 니믜차고 翠취袖슈를 半반만 거더, 
日일暮모 修슈竹듁의 혬가림도 하도 할샤.

������ 따뜻한 봄기운을 (부채로) 부쳐내어 님계신 곳에 쐬게 하고 싶다.
������ 초가집 처마에 비친 따뜻한 햇볕을 님 계신 궁궐에 올리고 싶다.
������ 붉은 치마를 여미어 입고 푸른 소매를 반쯤 걷어올려,
������ 해는 저물었는데 밋밋하고 길게 자란 대나무에 기대어서 이것저것 생각함이 많기도 많구나.

그래서 따스한 햇살을 부쳐서 임에게 쏘여드리고 싶대.

한겨울에도 양지녘에서 따스한 햇살을 쬐면 참 좋거든.

치마를 입고 소매를 걷고, 영락없는 여성의 동작이지.

해저문 저녁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대. 
 

 

댜란 해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靑쳥燈등 거른 겻에 鈿뎐空공侯후 노하두고,
꿈의나 님을 보려 택 밧고 비겨시니,
鴦앙禽금도 차도찰샤 이 밤은 언제 샐고.

������ 짧은 겨울 해가 이내 넘어가고, 긴 밤을 꼿꼿이 앉아, 
������ 청사초롱을 걸어 둔 옆에 자개로 수놓은 공후를 놓아두고
������ 꿈에나 님을 보려고 턱을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 원앙새를 수놓은 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아, 이렇게 홀로 외로이 지내는)이 밤은 언제나 샐꼬? 

짧은 해가 금세 지고 긴 밤 내내 혼자서 꼿꼿이 앉아있는 여인.

독수공방이 얼마나 외로워 보이니?

푸른 등(청사초롱은 붉고 푸른 베로 만든 등이야)은 걸어뒀지만

임이 없으니 낙이 없지.

전공후(멋진 기타같은 현악기)도 임이 없으니 연주할 일도 없으니 곁에 놔 둘 뿐. 

하릴없이(어쩔 수 없이) 꿈에나 임을 보려고 턱을 받쳐 기대었대.

아, 꿈 속에 임은 안 보이고

짝지어 행복하게 해로(함께 늙어감)한다는 원앙 금침은 차기도 차갑대.

임은 없으니 말이야.

잠도 안 오는데 밤은 길고 길구나. 시간의 상대성. ㅠㅜ 

여기까지가 <본사, 곧 본론>이야.
서론에서 '이별한 사연'을
본론에서 '임에 대한 사랑'을 '보내고 싶은 것들(매화, 옷, 청광, 양춘)'을
보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지.

이제 결사, 결론에선 임에게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간절히 드러낸단다.
계속 읽어 보렴.

(바)

하루도 열두 때 한달도 셜흔날,
져근덧 생각 마라 이 시름 닛쟈하니,
골수의 매쳐 이셔 骨골髓슈의 께텨시니, 
篇편鵲쟉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하리.  

������ 하루도 열두 때, 한달도 서른 날,
������ 잠시라도 님 생각을 말아서 이 시름을 잊으려 해도
������ 마음속에 맺혀 있어 뼈 속까지 사무쳤으니,
������ 편작과 같은 명의가 열 명이 오더라도 이 병을 어떻게 하랴. 

자 이제 결말 부분이야.

하루 12시간(예전엔 하루를 12등분했단다. 그 이름은,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라고 불렀지.)

한 달은 서른 날이고.
잠깐이라도 생각을 않으려고 하지만,
뼛속까지 맺힌 임의 생각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전설의 명의, 편작도 못 고칠 지경이래.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찰하리 싀여디여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대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날애로 님의 오새 올므리라.

������ 아, 내 병이야 님의 탓이로다.
������ 차라리 죽어서 범나비가 되리라.
������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고 다니다가
������ 향기 묻은 날개로 님의 옷에 옮으리라. 

아이고, 내 병은 임 생각 탓이야.
차라리 스러져서(죽어서) 호랑나비가 되고 싶대.
나비가 되어 꽃가지에 가는 데마다 앉았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앉을 거래. 

 

님이야 날인 줄 모르셔도 내 님 조차려 하노라. 

������ 님께서야(그 범나비가)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님을 따르려 하노라.

이거 분위기가 좀 스토커 같지 않니? ㅋ

꽃향기 묻힌 나비가 되어 임을 쫓아 다니겠대.

근데, 임은 난줄 모르겠지만,

나는 임을 좇으려 하노라~

아이고, 좀 징그럽네. ㅎㅎ 

이상, 사미인곡이었어.

사미인곡의 화자는 <선녀>인 여성으로 상정되었단다.

다음에 배울 <속미인곡>의 화자도 마찬가지야. 

근데, 차이가 좀 난단다.

사미인곡의 화자는 부유하고, 스토커처럼 쫓아 다니잖아.

반면 속미인곡의 화자는 소박하면서도,

임의 변심에 마음아파하고만 있는 화자야.

다음 시간에 계속 보자.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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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1-03-0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읽다보니 수능 치러 가야할 것 같아요..^^;;
잘 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불끈불끈~

글샘 2011-03-10 12:29   좋아요 0 | URL
그런 걸 근자감이라 그래요. ㅋ
근거없는 자신감... 그것만으론 절대 시험 잘 못보죠. ㅎㅎㅎ
그래도 이런 학생들이 얼마나 이쁜데요. ^^
이런 학생들은 성적이 잘 오른답니다. 모범학생 요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