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바이러스
김자환 지음, 김상섭 그림 / 문공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백혈병에 걸려 생명이 길게 남지 않은 젊은 여자가 마지막 혼을 불사르겠다며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다. 

이름도 예쁜 금나래 선생님은
별나기로 유명한 초딩 6학년 3반으로 들어간다. 

주머니에 재크나이프를 들고 다니는 진우를 사랑으로 감싸안아주는 선생님의 마음씨는 참 다사롭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한 마음으로 교실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꿈과 같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물론 진우가 까불이 경훈이를 때려서 다치게 하기도 하고,
장애자 동생을 놀려준 3학년을 패줘서 선생님께 혼나기도 한다.
그런 진우를 대신하여 무서운 조광호 선생님을 마구 때리며 욕하는 대목은 순진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사랑이 없이 오로지 질서만을 위하여 학생들에게 겁을 주는 일은 학생들이 안다.
그것이 매든 체벌이든 거기 '사랑'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아이들은 잘 안다.
아무리 심해도 사랑이 담겼음을 아는 체벌은 약이 될 수도 있다.
한국처럼 특수한 국가에서 특수한 학교를 두고 그저 '체벌 금지'란 명사만 달랑 던져두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 명사 뒤에는 정말 많은 '동사'들이 움직여 줘야 하는 것인데...
아직도 진보는 '명사'에서 머물고 있다. 
물론 한 발자국 앞서야 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 해가 될 건지를 잘 따져야 한다.
진보의 이름을 대고 무지막지하게 '명사'부터 들이밀고 보는 사람들은 독재자와 다를 게 없다.
상처를 입을 사람에겐 그렇다는 것이다. 

교사들을 제발 수단으로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밥벌려고 수업을 하는 사람들은 적다.
밥벌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교사들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다 내 새끼처럼 보이고, 아이들의 처지가 몹시 안쓰럽고, 사회가 원망스러운 매일이다. 

금나래 선생님처럼
열정적으로 학생을 사랑하며 지도할 수 있는 기간은,
발령받고 10년 정도다.
10년이 지나고 나면 숙련된 교사의 테크닉으로 학생의 학습과 생활을 지도한다.
20년이 지나면 아이들이 제 자식처럼 보인다.
신규 교사를 많이 뽑아 배치하는 일이 학교를 살리는 길이다.
근데... 돈 없다고 학교 문을 닫고 있으니 한숨만 날 뿐이다.
우리 학교 교사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이다.
열정...은 글쎄다. 신규 교사에 임용되려면, 열정 따위는 애초에 버리고 들어와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말, 학교에서 <사랑> 바이러스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날 밤 늦게까지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선지, 오늘 입학식날, 우리 반 신입생 서른 명이 왜 그리 귀여웠는지 모른다.
별로 열정은 없지만(23년이나 다닌 직장에서 열정은 휴=3=3)
슬렁슬렁해도 하나도 빼먹지 않는 노하우로 아이들은 금세 순한 양이 된다.
아이들 고등학교에 입학시켜 두고는 불안해할지도 모를 부모님께 편지를 가득 썼다.
다 사랑 바이러스 덕이다. 

급훈을 '사랑 바이러스'로 할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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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03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사랑 바이러스. 저도 가훈을 사랑 바이러스로 할까봐요.
경력 20년 넘으니 열정은 사라지고 없는데 왜 아직도 열정이 있다고 믿는건지 원.
전 진짜 일 욕심 없는데 말입니다. 에이~~~

글샘 2011-03-03 23:04   좋아요 0 | URL
괜찮을까요? 사랑 바이러스...
저도 열정은 별로 없는데, 일복은 독판 차지하고 있답니다. ^^
운명이려니 하고 있어요.
이제 일 시작해야 해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