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1 - 5부 5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2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어차피,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인생과 똑같은 삶을 살 수도 없는 거고.
불행이다 행복이다 하는 그 말도 실상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우리들 운명, 행복 불행이 검정 과자 빨간 과자 처럼 틀에다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운명 앞에 무력해질 수 없는 것이 우리들 삶이지만,
그러나 운명을 정복한 사람은 없어.
자신(自信)이라는 말같이 허망한 것이 어디 있을까?
노인을 보아. 그 경력이 화려한 노인일수록,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결국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거야.
삶이란 덫에 걸린 짐승 같은 것.
결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 

 
   

마지막 권에서 웅변가처럼 외치는 선혜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는 삶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진 것 같다.
이 긴 작업이 '저절로 된 것'이라고 하는 듯... 
그렇지만 작가가 살리고 싶은 이는 살렸고, 죽이고 싶은 이는 죽였다.
긴 소설을 읽는 힘은 곧 사필귀정에서 우러나는 것이기도 하다. 

양현의 앞길이 다소간 걱정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의전까지 나왔으니 큰 걱정은 없다.
혼자 살더라도 뭐 또 해방이 되었으니 송영광이랑 합치지 못할 일도 없을 노릇이고... 

   
 

끝난 일이다. 그런 모든 일은 다 기억의 한 부분일 뿐이다.
모두 다 지나가지 않았느냐 말이다. 지나간 일은 돌아오지 않아.
그렇다면 기억까지 부정할 이유가 있는가? 

 
   

이렇게 고통스러이 물살을 바라보는 송영광의 두 눈에도 해방은 빛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가져오게 했으리라. 

   
 

언젠가 시골에 갔을 때 밭에서 풀을 매던 안늙은이가
풀매는 사람은 걸어가고 풀은 날아간다.
그런 말을 하더군. 

 
   

영광이 환국에게 들려준 이 이야기가,
바로 작가가 한 평생을 바쳐 들려주고 싶었던 그 말 아닌가 싶다.
사람은 찬찬히 걸어갈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 낮은 존재다.
그러나 풀은 날아간다.
대지와 강물은 서로 껴안고 유장하게 흐르고,
다시 풀을 자래워서 동물과 인간을 먹여 기른다. 

그 대지의 이야기와, 농사꾼에게 있어서 토지의 이야기를 빌려,
인간에게 있어 자연과 운명의 거시적 통찰은 어렵기도 하고 부질없기도 하다는 것을...
또 모든 일은 사필귀정이니 바르게 살자는 이야기를...
1969년부터 1994년까지 25년을 남편의 실종과 암과의 투병, 독재시대의 가족사와 함께 살아온 토지의 힘.
그 가이아의 힘을 읽는 것만으로도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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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1-13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하소설은 읽는 것 자체가 시간을 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경험을 하는 건가 봅니다.
제게도 글샘님이 얻으신 힘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애쓰셨습니다^^

글샘 2011-01-13 22:06   좋아요 0 | URL
한 두어 달 읽었군요. ^^
대하 소설은 쉽게 마음내기가 어려운데요...
토지는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읽고 나니 참 대단한 소설이란 생각이 들구요.
올해 어지간히 힘든 일 있어도, 박경리 선생 생각하면서,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후와님께도 제가 주운 힘을 팍팍 나눠 드릴게요. ^^
힘내서 즐겁게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