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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시선집
이하 지음, 송행근 옮김 / 문자향 / 2003년 10월
평점 :
보통 귀재라고 하면 '귀신같은 재주'라고 하여 일반명사로 생각하지만, 그 말은 이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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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노비를 데리고 야윈 나귀를 타고 등에는 오래되고 찢어진 비단 주머니를 메고 다니면서,
우연히 얻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써서 비단 주머니에 넣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그의 어머니가 노비에게 주머니에서 쓴 것을 꺼내게 하였는데,
번번이 말하였다.
"이 아이는 심장을 토해 내야만 그만두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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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816. 다만 스물 일곱을 살았을 뿐인 이하.
그는 심장을 어린 나이에 다 토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귀신을 예사로 노래하고, 스스로 여성의 처지를 노래하는 곡도 많았다.
우국충정이라야 두보처럼 <시성>의 자리에 오르고,
그도 아니라면 온 세상 돈짝만하게 보일 만큼 술에 취해야 태백처럼 <시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만,
그는 우국충정도, 호연지기도 아닌, 인간의 삶, 그 졸렬하고 좁아터진 삶의 모습을 그렸다.
유교적, 도교적 사상의 영향 따윈 그의 시에서 냄새맡기 어렵다.
하늘도 정이 있다면 하늘 역시 늙었으리라! 天若有情天亦老
호쾌하다면 호쾌하겠지만 그 정감이 가슴에 사무친다.
뜰 안에 나무 심지 말지니
심으면 일 년 내내 수심이로다.(莫種樹)
떠오르느니 수심이다.
한시를 읽는 일이 심심한 것은, 그 안에서 지나치게 유교적 언술이 많이 보일 때다.
이하의 시를 읽는 일이 심심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적어서인데,
다양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여 시를 쓰고 있기도 하고,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시를 쓴 것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회재불우'의 시인 이하.
그렇지만 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가 슬퍼하고 가슴아파하던 정경이 이어짐은, 그의 정서 표현이 가식이 아니었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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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베개 枕 를 '배게'로 적은 것은 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