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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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살과 뼈의 틈바구니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마음'이라는 것.
그 마음이란 것을 잡고자 하는 이는 많지만, 그 마음은 언어로는 휘어잡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두뇌 속의 가녀린 전기 흐름으로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어서,
마음이라는 녀석은 항상 정해진 숫자로서가 아니라, 무엇과 무엇 사이라는 범위로 사로잡아야 하는 것들인데... 

김소연은 그 마음의 다양체들을 사로잡으려는 생각을 애초에 버렸고,
그래서 그 마음의 범위들을 틀에 가두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서,
그 마음이란 것을 이해하기 좋도록,
그것이 대조적이라면 대조적인 것들로, 비교할 것들이라면 비교하는 것들로,
같은 통사구조를 반복하는 쉬운 대구를 통해서 주루룩 풀어버리고 있다. 

이 책은 시집이라면 시집이고, 사전이라면 사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김소연의 이 글들을 필사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으로 쓰는 일보다 타자가 쉽다면, 그렇게라도 그의 글들을 적고 싶었다. 

예를 들면,

이해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내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 보았느냐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렇게, '이해'와 '오해'를 아래위로 나란히 두고 읽어보고 싶은 것이다. 이 사전에서는 그런 시도를 해주지 않았기에,
그래서 몇 가지를 시범적으로 두들겨 보았는데, 천천히 적게 된다.
그가 적은 글자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찾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에게 들킨 내 마음을 금세 감춰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기심 : 자기애

‘이기심’은 타인에게 사랑받는 그 순간을 가장 기뻐한다면,
‘자기애’는 자신 바깥을 둘러볼 때에 스스로를 사랑할 힘이 생긴다.
     이기심은 상대적이고 동시에 타산적이며,
     자기애는 자기중심적이고 동시에 이타적이다.
이기심은 자기 함정에 빠져 있고,
자기애는 자기 사랑에 빠져 있다.
곤란한 상황에서, 이기심은 타인을 써먹고
                        자기애는 스스로를 사용한다.
이기심은 계산하고 시샘하느라 바빠서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불친절하지만,
자기애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해줄 사람을 발굴해내느라 바빠서 계산하고 시샘하질 못한다.

이기심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모멸감을 느끼지만,
자기애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에 다음 기회를 모색한다.
     이기심은 대로는 체면을 내동댕이치지만,
     자기애는 때로는 체면을 지키기 위해 손해마저 불사한다.
이기심은 칭찬을 이용할 줄 알고,
자기애는 칭찬에 고마워할 줄 안다.
     이기심은 조심성보다는 실천력을 내세우고,
     자기애는 실천력보다는 조심성을 내세운다.
이기심은 추진력에 관한 한 자기애를 언제나 이긴다.
     이기심은 그래서 성공을 보장하지만,
     자기애는 품위를 보장해준다.

이기심이 손을 뻗어 만들어내는 연대감은,
      연대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배타적이기 때문에 집단 이기주의로 성장해 나간다. 반면,
자기애가 손을 뻗어 만들어나가는 연대감은,
      정서적 교류를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며, 자신이 지닌 인플루엔자로 주변을 정서적으로 감화시킨다.  
이기심이 원하는 것이 많아 관계에서 불만을 축적해가는 동안에,
자기애는 주고 싶은 것이 많아 관계에서 미안함을 축적해 간다.
     사랑에 빠졌을 때에, 이기심은 비로소 자기를 사랑해줄 사람을 얻은 것이지만,
                                 자기애는 자기가 사랑할 사람을 한 사람 더 얻은 것이 된다.

이기심은 스스로가 언제나 약자처럼 느껴져서 자신이 받은 상처만을 되뇌며 억울해하고 있다면,
자기애는 스스로가 언제나 강자처럼 착각돼서 자신이 줬을지도 모를 상처만을 상상하며 자책하고 있다.

 

질투와 시기

질투는 자기가 못 가진 것을 향해서만 생기는 감정이지만,
시기는 자기가 갖고 있으면서도 생기는 탐욕이다.
     질투는 시기보다는 깨끗한 감정이다.
질투 때문에는 잘될 수 있지만
시기 때문에는 망가지기 쉽다.
     스스로에게 질투는 힘이 되고
                     시기는 폭력이 된다.
그래서 질투는 예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기는 예쁘지가 않다.
질투는 사랑과 동경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시기는 반목과 질시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투는 자기가 못 가진 것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시기는 남의 것을 뺏거나 얻으려던 것을 못 얻으면 자기 것마저 잃게 한다.


작가가 대조적으로 쓴 것들이 아래위로 가지런히 놓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뿌듯해 온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이런 것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런 상태일 때,
이 책을 펼쳐 뒤척거리며 읽는다면,
얘, 네 마음을 요 페이지에 적은 이런 말이라면... 어때? 좀 근사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니? 
이러면서, 작가가 말이라도 걸어올 것 같은 그런 책이다. 

깔끔하면서 멋진 책. 어떤 형용사나 관형어를 쓰더라도 정확하게 그 좋은 점을 드러내기 어려운 좋은 책, 을 한 권 읽었다.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 생리학 연구소 소장인 자코모 리촐라티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행동을 비춰주는 신경 세포인 <거울 뉴런>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관찰하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공명현상이고, 그 공명현상의 근저에 거울 뉴런이 있다는 것. 

김소연의 거울 뉴런은 일반인에 비하여 독특하게 발달하여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공명현상이 크게 울림을 주는 사람인지도... 

------------ 김소연의 실수 하나! 

단맛은 혀끝에서 짠맛은 혀 전체에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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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9-1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사전 참 멋지네요

글샘 2010-09-17 23:03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면, 정말 멋진 줄 아실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