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문학의숲 편집부 엮음 / 문학의숲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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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 편집부에서 법정 스님이 법문집이나 다른 도서들에서 언급했던 책들을 엮어 책을 냈기에, 짝퉁을 들쳐보는 불편함 내지는 찌질한 리뷰집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으로 이 책을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또 법정 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고 하니 안 읽을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읽고 난 소감은 참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었다는 고마움과,
이젠 만날 수 없는 법정 스님의 목소리와 글소리들에 대한 아쉬움... 

각각의 책을 소개할 때,
바윗돌, 해변, 꽃밭을 배경으로 책이 놓은 사진이 함께 실려있어서 인상적이다. 

 

스님의 평소 삶처럼, 무소유와 생태적 접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인지,
소개된 책들도 그렇게 인생을 누릴 때 놓아버려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야마오 산세이의 <여기에 사는 즐거움>같은 책을 다시 만나는 일은 기쁘기 그지 없었다. 
마치 친한 옛 동무를 잊고 있다가 수십 년만에 우연히 해후하는 느낌이랄까. 
수천 년을 살아온 조몬 삼나무나, 그 옆의 제비꽃이나 하나의 생명임은 같다는 그의 '가미(神)' 이야기도 잊혀진 친구였다.

그렇지만, 독서 따위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님을 또 배운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해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쓰인 책을 읽었을 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 낸 게 도대체 무엇이요? 

이런 조르바의 일갈을 듣는 일은 죽비소리로 내리치는 폭포처럼 서늘하다. 

행복은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았기에,
러셀은 '행복의 정복'이란 이름을 붙인다.
삶은 매 순간이 투쟁이다. 행복의 정복! 그것도 말 된다. 
사람들은 흔히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 착각하지만,
그것은 사실 '성공을 위한 경쟁'일 뿐이라 바로잡아 준다.

러셀을 읽는 일은 딱딱한 일이지만, 이렇게 다이제스트로 읽는 것도 행복하다.
근데... 이런 일도 성공을 위한 경쟁일 뿐인 건가???

 

꾸뻬씨가 강도에게 잡혔을 때 풀려나게 해 준 쪽지의 한 마디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란 말. 난 살아있나? 당신은? 

인디언들에게 도끼를 준 백인들...
백인들은 자기네처럼 그들이 더 많이 갖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인디언들은 빨리 일을 끝내고 자유로운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두는 그 마음이 곧 결핍!
쓴 소리 한 마디가, 식욕을 돋운다. ^^ 돼지~ 

존 프란시스는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에서 걷는다.
'걷기 예찬'의 브르통을 다시 만나는 일도 행복하다. 나도 걷고 싶어진다. 욕심을 버리고...
그치만, 해야할 일에 치이는 정신은 걷는 시간을 용서하지 않는다.  

'슬로 라이프'의 쓰지 신이치는 '~하지 않고'를 실천한다.
나무젓가락을 쓰지 않고 가지고 다니기, 전기를 켜지 않고 촛불 켜기,  등...
뺄셈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
뺄셈은 그처럼 가슴 두근거리는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 준다고 하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독서의 즐거움이다.
비록 조르바가 개무시하는 즐거움일지라도...
조르바, 니 자유가 있다면, 내 자유도 있다! 

인도의 비노바 바베의 이야기 속에서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은 따끔하다.
유위 가운데서 무위를 보고 무위 가운데서 유위를 보는 자는 진정으로 깨달음을 얻은 자이다.
87세가 되자 비노바 바베는 몸이 쇠약해지고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고,
단식 80일째 지극히 평화로운 가운데 자신의 몸을 벗어 버린다.
가장 맘에 드는 구절이다. 이 두꺼운 책에서... 

우리가 언제 어떻게 생애를 마감하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법.
그러나 매일의 삶은 잠으로 끝나게 되며, 매일의 경험은 죽음을 조금씩 맛보는 것.
만을 우리가 매일 자기 전에 마지막 장면을 잘 해낸다면,
생애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올 대 우리는 승리를 손에 넣게 된다. 

윤구병의 '좀더 가난하게, 좀더 힘들게, 좀더 불편하게'가 마음을 부유하게 해줄 것이다. 

좀더 가난하게,
좀더 힘들게,
좀더 불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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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같은 이유로 이책 망설였는데.....좋은 책이군요.
뭐야 님이 추천하는 책 읽느라 요즘 넘 얽매이잖아욧!
근데
공부는 대체 언제하누? 이렇게 많은 리뷰 올리시면.....

글샘 2010-08-26 00:33   좋아요 0 | URL
공부는 뭐 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