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즐거움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에 낚였음을 항상 책을 읽고 나서 깨닫는다. 

그렇지만, 이런 제목을 붙인 책을 사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어리석다.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를 읽고나서 후회한 것과 똑같은 후회를 남기는 책이다.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수전 와이즈 바우어의 개인사적 의의나 그의 홈스쿨링을 위한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5권 시리즈>는 가치있는 책이었다. 충분히 그의 의견에 존중을 표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원제목이 이렇다.
The well-educated Mind : A Guide to the Classical education you never had. 
훌륭하게 교육된 마인드 : 당신이 누리지 못했던 고전 교육 가이드... 

미국에서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들과 한국에서 일컬어지는 책은 절대로 같을 수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제목의 책을 '독서의 즐거움'으로 번역해서 나처럼 책에 대한 중독증을 가진 사람을 유혹하는 출판사란... 뭐, 내가 어리석었던 거다. 

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고들 하는데, 학교는 붕괴될수록 좋다.
대신에, 진정한 교육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특히, 대학은 빨리 무너질수록 좋다. 한국의 대학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닌 대학에서는 교수에게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하나도.
대학의 선배와 동료와 후배들에게서 모든 지식과 지혜를 배웠던 80년대였다.
박 모 교수는 텔레비전에 녹화나간다고 수업을 펑크낸 적도 많다. 한심한 작태였다. 

어차피 공부는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널린 것이 책이고, 그 책을 제대로 커리큘럼을 잡아 읽을 수만 있다면 학교 따위는 필요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산업 사회에 가정이 무너지면서 부터였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제대로 독서를 시킬 여유만 있다면, 아이들은 독서를 통해 충분한 지혜와 지식을 익힐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학교라는 제도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정관념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대안 교육은 실패한 교육으로 보아지기 쉬운 것도 현실이다.
그렇지만... 대안 교육이란 이름이든, 홈 스쿨링이란 이름이든... 충분히 교육적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서의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장르별로 독서법과 권장도서 목록을 제공하였으나, 한국인인 나에게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았다. 어느 나라 독자든, 가르치지 않아도, 처음엔 문법독서를 한다. 그건 낱말과 관용구 등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 다음엔 논리 독서가 일어난다. 문장들이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표현법으로 문장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는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마지막엔 수사 단계 독서라고 하는데, 장르에 따라 다양한 질문을 해가며 읽는 것이 이런 방법이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하고 전개하고 있는지, 더욱 심화된 학습을 해야한다면 어떤 공부를 더 해야할지... 이런 것이다. 

새로운 것도 없다.
다만, 홈스쿨링의 제재로 미국의 모범을 보였을 뿐이다.  

1부에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일의 타당성을 설파하고,
2부에서 소설, 자서전, 역사서, 희곡,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긴 부분이 한국 독자들에게는 소수의 부분만 필요하다.  

한국에서 고전을 읽는 방식을 제시한 사람들은 드물다.
동양고전강의로는 <신영복> 선생의 <강의>가, 서양고전강의로는 <강유원> 선생의 <인문 고전 강의>가 훌륭하다.
이 두 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동양고전과 서양고전의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다만, 이런 책을 읽을 풍토가 조성되기 힘들 뿐.
대학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토익공부하고 상식외우고 있다면, 대학을 문닫는 것이 옳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만이 그나마 자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허크는 이해한다.(143)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 그리고 자유를 얻을 수는 없지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좋은 말을 하나 얻었다.
요즘 자유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얻기 힘든 자유에 대하여...
학교라는 부자유, 학습이라는 얽매인 틀과 부자유, 과연 자유로운 학교와 자유로운 학습을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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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0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 낚임의 슬픔

글샘 2010-08-01 12:06   좋아요 0 | URL
태그 달기로 특허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