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구슬치기 기술을 연습할 때였다. 
일어선 자세로 구슬을 떨어뜨려 땅바닥의 구슬을 맞춰야 하는 퀘스트가 있는데, 
연습이 필요하다.
하루는 시궁창(요즘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에서 튀어나온 청개구리를 보고는 작은 돌멩이를 구슬치기 기술연마용으로 떨어뜨렸다.
별로 연마도 안 되었더랬는데, 돌멩이는 작은 청개구리 옆구리를 스쳤고, 개구리는 내장을 쏟고 죽고 말았다.
그 이후로, 장난처럼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속담을 들으면 내겐 그 말이 비유로 들리지 않고 경험으로 다가온다. 

나도 어린 시절,
충청도 말을 쓰는, 얼굴이 하얀, 이방인이었다.
그렇지만 동네 아이들은 서울내기라고 놀리긴 했지만, 학교놀이나 전쟁놀이에 줄곧 끼워줘서 깍뚜기로 따라다닐 수도 있었다.
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싸움도 할 줄 모르고, 그저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아이들과 조근조근 이야기하면서 잘 놀았던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러시아땅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열공한 덕택으로 독일의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간다.
실업학교에서 김나지움으로 전학을 가는 소녀는 가슴뛰는 설렘을 경험하지만...
김나지움 기숙사에 묵는 아이들은 상처투성이였다.
이 이방인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장난을 치다가 급기야 문자로 인터넷 공간에서 놀림감으로 주인공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우연히 좋은 친구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못된 장난은 브레이크를 밟게 되지만, 
소녀의 성정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후였다.
도벽이 상습화되었고, 헛간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진이 찍힌 이후로 소녀는 세상이 무섭다. 

철길에 누워 세상을 마감하려 했지만, 우연히 지나치던 사람덕에 살아난다. 

소녀는 지금 정신병원에 갇혀 치료중이다.
철창 속에 갇힌 자신을 자유롭다고 느낀다.
아무도 자기를 괴롭힐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숙사 소녀들은 정신병원같은 기숙사에 갇힌 자기들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주인공 소녀는 정신병원에 갇힌 것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역설. 

사이버 테러는 작은 장난일 수 있다.
나도 인터넷 댓글로 남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 비난의 장본인일 경우에는 그 작은 못된 장난에 가슴에 못이 박힐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테러의 작지만 큰 파장을 잘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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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2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아픈 현실이예요.ㅠㅠ

글샘 2010-07-02 10:58   좋아요 0 | URL
정말 읽으면서 마음아팠습니다. 그래서 교실에서 더 유심히 애들을 보기로 했어요.
정탐도 하고... 정보도 얻고... 교실 사찰을 확실하게 해야죠.

순오기 2010-07-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이 어린시절 충청도 말을 쓰는 이방인이셨다니~ 괜히 더 친한 척하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정말 가슴 아팠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나갈 용기를 가져서 다행이에요.

글샘 2010-07-04 12:01   좋아요 0 | URL
친한 척 해 주세요. ^^ (그럼 안 친하단 말???)
원래 외로운 아이들이 외로운 아이들을 괴롭히고 하는 법이지요.
교사가 제 일 바빠서 아이들 돌보지 못하는 구석에서 저런 일들을 놓치기 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