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로의 특별한 세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8
프란시스코 X. 스토크 지음,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마르셀로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청소년이다. 일종의 자폐로, 원만한 대인관계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일을 도와주러 아버지가 사장님인 법률회사에 방학 중 체험학습을 갔는데,
거기서도 사소한 것들로 장애를 겪는다. 

그러나, 복사기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마르셀로는 '정의'에 대한 눈을 뜬다. 

이 책은 과연 장애인이 정상인보다 못난 인간일까?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상인이란 인간들이 벌이고 다니는 행적들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되돌아볼 때, 마르셀로들의 <특별한 세계>도 정상인의 삶 못지 않게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점에 수긍. 

자기 회사의 제품 잘못으로 망가진 한 소녀의 인생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돈 몇 푼으로 구워삶으려 드는 가진 자들의 행태는, 영화 <시>에서 보여준 인간의 어두운 면처럼 인간 존재가 종국적으로 멸종되어야 할 말종임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금>을 참 잘 긋는다.
그 금으로 <나눈> 이쪽편, 우리라고 부르는 쪽에 서는 자들은 안전하다.
그러나 금의 <저쪽>, 바깥쪽으로 배제되는 순간, 그들은 인격 모독을 당할 수도 있고, 심하게는 인격을 부정당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가 진행될수록, <자율화>, <세계화>의 바람은,
배제의 공간을 온 세계로 만들어 버렸고, 자율적으로 승자독식의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
이 괴물같은 지구상의 인간들에게 예술이란 것은, 인간이 과연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마르셀로는 하나의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바로 음악에 대한 직관이다.
그는 취미가 시디 분류인데, 어떤 때는 작곡가에 따라, 어떤 때는 악기, 소유한 기간... 등
지금은 행복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음악을 열심히 듣는 중이다. 

오로지 섹스에만 관심이 있을 웬델이란 친구를 마르셀로는 이해할 수 없고,
웬델 역시 마르셀로의 순수한 세계를 꿈도 꿀 수 없다.
재스민이란 여직원이 건네준 키스 자렛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골드베르크 변주곡 시디가 집에 하나 있어. 글렌 굴드라는 피아니스트가 키스 자렛보다 더 정확하게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할 줄 아는 그의 두뇌는 비정상이 아니라, 특이하게 발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지 않은 존재를 이상하다고 판단한다.
세상에... 정말 이상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데... 

마르셀로가 처음 출근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법률회사 안에 '진지한 대화'가 조금이라도 있기는 한가?
그들은 다른 사람이 한 말에 대해 수많은 감정을 담아 다시 말한다.

자. 하루 종일 일터란 곳에서 진지하지 않은 겉도는 이야기만 하고서, 문제의식도 못느끼는 '당신들'의 세상이 정상인가,
그곳이 이상하다는 것을 척 보고 알아채는 마르셀로가 정상인가. 

마르셀로 : 올바른 건반은 옳은 소리를 내고, 틀린 건반은 틀린 소리를 내요.
헤셀 랍비 : 우리의 노력은 주님의 뜻이라는 음악과 대조를 이룰 뿐이다.
마르셀로 : 음악이 들리지 않으면요?
헤셀 랍비 : 그게 믿음이겠지. 들리지 않을 때도 음악을 따라가는 것.
 

이런 것이 진지한 대화다.
그렇다. 과연 나는 오늘 얼마나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얼마나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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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면과 가식을 거둘 수 있다면...
느끼는 대로 얘기하면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고,
들리는 대로 저의가 뭘까~ 의심품지 않아도 된다면..

진지한 대화는 얼마든지!

글샘 2010-06-30 20:2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농담을 섞어가면서도 진지한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그러러면 인간적인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어야 하는데,
인간 사회는 체면과 가식, 특히 한국적 지위 의식은 눈치 문화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근데, 마기님의 실시간 댓글은 정말 신기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