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란의 다카포
호란 지음, 밥장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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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 :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 책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 시사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 북 칼럼니스트, 서평을 다룬 책의 저자.  

내가 호란이란 특이한 이름을 들어본 건 이런 사진에서다. 

 



<국가가 부른다> 란 영화도 찍었단다.
리얼 스토리 <묘>란 프로그램도 진행했던 모양인데,
연세대를 나온 학력 덕에 인텔리 뮤지션으로 알려진 듯 하다.  

그의 책을 집어든 것은 순전히 '다 카포'에서다. 

다 카포는 음악 시간에 배운 용어인데, 맨 처음으로 가라는 도돌이표다. fine에서 마치는 점만 도돌이표와 다르다. 

도대체 얘든 인생을 뭐로 알기에, 맨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건지, 그런 게 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제 갓 서른 넘은 젊은이의 글인데, 평범한 편이다.
음악에 대한 자신의 글들,
그리고 책을 읽고 쓴 서평들(알라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또 몇몇 지인들의 도움글들로 두꺼운 재질의 종이를 써서(지금 좀 아깝다고 하는 소리다.) 250페이지 정도의 책을 묶었다. 

어려서 외국에서도 몇 년 살아, 아주 쉬운 영어로는 작사가 가능하다고 하는 정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과거와 음악과 독서 편력을 늘어 놓는 일은 자칫 재수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내가 서른이었다면 아마, 투-엣! 재수없어! 라고 책을 던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1/2의 나이를 더 먹었고,
무엇보다도 나는 인생에 '다 카포'를 달고 싶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내 인생은 지뢰밭이었거나 쑥대밭이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다 카포처럼, 무작정 맨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은 인생을 산 것은 아니란 말이다.
달 세뇨 정도라면 또 모를까. 

달 세뇨는 D.S. 부호부터 맨앞으로 가는 다카포와는 달리 <세뇨>란 표시($ 비슷함)가 붙은 곳까지만 되도는 표시다.
한 10년 정도 전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10년 전의 특정 지점에 세뇨를 붙여 두면... 다시 아이 자라는 기쁨도 누리고,
아내와 아이에게도 더 잘해줄 수 있었을 것을... 이런 생각. 

가수 김창완이 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내가 우울을 떨친 건 대단한 경험이 아니야.
애인한테서 전화가 안 와서 짜증내서 전화가 오는 인생은 그런 건 줄로만 알았어.
근데 어느 날 그 전화라는 게 원래 없는 거구나라는 걸 안 거야. 
언젠가는 전화가 오는 게 아니라."

몇 번의 상처를 거치면 사람들은 이렇게 인생의 본질적인 고독에 직면한다. 

잉거마리의 음악을 듣고 그 느낌을,

마치 젖은 한지에 먹이 퍼지듯이 단어 하나하나가 내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조명도 악기소리도 함께 연주하고 있는 연주자들도
청중도 뭉근한 공기 속에 하나로 뭉쳐지는 듯한 환상 속에서 내 팔은 나도 모르게 가장 크고 자연스러운 몸짓을 하고 있다.
그토록 사랑스러운 눈을 하고 당신을 부르면서 내일도 나를 사랑할 거냐고 아프게 물으면서
언뜻 누군가의 얼굴을 만나기도 하면서.
그렇게 곡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나는 마치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느낌... 

그는 천상 예술가다. 

요즘 잘 나가는 영화가 <방자전>인 모양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몰입>하여 예술을 감상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는데,
브레히트는 <낯설게 하기>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정당하고, 변사또는 변태또라이며, 방자는 향단이랑 레벨이 맞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우리 삶에서 춘향과 레벨이 맞는 코드는 방자다.
이도령이 무에 눈이 삐었다고, 그것도 과거 급제해서 춘향일 구하러 온다냐.
그리고, 남원 부사면 평양 감사 다음 높은 자린데, 감히 새파란 암행어사 따위가 나댈 수 있는 자리간디?
그 시절 이야그로 하자면, 말또 안 디는 소리지. 

삶을 한껏 누리고 있는 젊은이가 다 카포!를 외치는 것은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 샘도 난다.
구제금융기에 가진 자들이 건배사로 '이대로'를 외쳤던 부자들도 오버랩되면서...
그의 다 카포,가 가지는 자신감과, 나의 소심한 달 세뇨,가 가진 차이는...
시대의 차이이기도 하고, 환경의 차이이기도 하고, 생각의 차이이기도 하다. 

386의 시대를 꿰뚫고 살아온 나로서는, 어느덧 춘향전의 메인 스토리에 어깃장을 놓는 <방자전>의 비트는 시선에 익숙해져버린 탓인지도 모른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는 마라도나 닮은 어느 가수 노랫말도 있지만,
나도 이러는 내가 정말 싫을 때도 있지만, 삶은 싫어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님을 이젠 알 나이는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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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25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증이 잔뜩 묻어난 리뷰^^

글샘 2010-06-26 09:52   좋아요 0 | URL
짜증보다는 질투가 맞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