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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ㅣ 시공 청소년 문학 11
마르야레나 렘브케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사 / 2006년 9월
평점 :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열 다섯 딸과 아버지는 핀란드 북쪽에 있다는 함메르페스트로 여행을 떠난다.
여느 여행기와는 다르게, 이 이야기의 여행은 짜릿한 사건도 아찔한 결말도 없이 진행된다.
인생이 모두 그렇듯이, 그저 흘러가듯 여행을 하고 생각을 한다.
간혹 자동차가 속을 썩이는 일도 생기지만, 뭐 그렇다고 인생이 종치는 건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는, 함메르페스트에 가면 얼마나 신기한 일이 벌어지길래??? 하면서 종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난 지금 책 제목을 보니, 함메르페스트로 가는 길, 이다.
가는 도중, 목적지를 향하여 한 걸음씩 가는 도중에 느낄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아버지와 딸이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고 하는 거였는데,
내 시선은 언제나 의도적이고 가식적인 형식을 찾는 거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열다섯 살 짜리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애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걸요!
이렇게 평가절하하는 딸과,
열다섯 살은 그냥 열다섯 살인거야.
하나도 흠잡을 거 없는 나이지.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아니, 내 생각에 열다섯은 정말 멋진 나이야.
이렇게 멋지게 봐줄 수 있는 아버지의 여행.
핀란드라는 나라가 현재 보여주는 교육력 1위라는 지표에 다들 군침을 삼키지만,
대한민국과 비슷한 처지의 가난한 나라로 출발하여,
세계 노동 시간 1위, 세계 학습 시간 1위를 차지하는 현재가 비교되어 슬픈 나라.
누구나 악기를 연주할 줄 알던 시기가 있었다.
한국도 전통적 농악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사물놀이나 농악도 전문인이 하는 게 되어버렸다.
"전 음악적 재능이 없어요.'"
"하, 요 꼬마 아가씨, 말하는 것 좀 보라지! 음악적 재능이 없다.
너 김나지움에 다니는구나, 그렇지?"
아, 학교가 애들 조진다고 생각하는 건, 교육력 1위인 핀란드도 마찬가지구나. 휴=3=3 ㅋㅋ
"함메르페스트는 아주 아름다운 곳인가 봐요."
"꿈처럼 아름답겠지! 하지만 꿈은 너무 가까이 가서 보면 안 돼."
아, 적당한 데서 잘 돌아선 자리.
어린 시절 누구나 어렵더라는 이야기.
그리고 가고 싶던 함메르페스트와
꿈처럼 아름다운 그곳에 갈 필요가 없이, 지금 이만치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그런 것.
그런 것들을 아버지와 딸은 여행을 통해 배우고 느낀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 부딪치면서 닳아야 하는 모양이다.
깍듯하게 인사하는 사이로서는, 닳을 것이 없으니깐.
그렇지만 공유하는 부분도 없을 테니깐.
인생은 그런 것이란 걸 아빠와 딸이, 아니면 엄마와 아들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풀어 보라는 충고를 남기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