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열기가 세상을 덮던 여름.
미선, 효순이의 비극을 국민들은 잊지 않았습니다.
8년 뒤, 어제도 월드컵 경기는 제법 볼만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과 정부의 담합은 여전하고, 한국의 지위는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돈에 미쳐 정권을 넘겨준 뒤,
국가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오늘, 살아있었으면 이제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다 된 미선이와 효순이의
 넋에
다시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잊지 말자고 한 이정희 의원실의 글을 옮겨 둡니다.
 

=======================================

기억합시다, 그리고 약속합시다

 

미선이 효순이가 우리 곁을 떠난지 벌써 8년입니다. 사고 이틀 뒤 미선이 효순이가 쓰러진 이 자리에 왔을 때, 육중한 장갑차 바퀴에 짓눌렸던 풀들이 그 때까지도 일어서지 못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풀마저 이런데 열 네 살 소녀들의 몸이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습니다.


소녀들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바퀴자국 선명했던 그 사고 이후, 한 시간 가량이나 머물러있던 미군들이 경찰도 구급차도 부르지 않기에 자신이 구급차를 불렀다던 주민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월드컵이 한창이었던 그 해, 열 네 살 딸의 억울한 죽음이 파묻힌다며 고통스러워하시던 아버님의 모습도 생생합니다.

주한미군 군사법정의 무죄판결을 아무리 납득하려해도 납득되지 않던, 그래서 분노하고 촛불을 들고 추운 거리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그 겨울, 우리는 그 힘으로 역사의 후퇴를 막았습니다.

주한미군에게도 한국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는 것, 한국 국민들은 주한미군으로부터 피해를 입어도 공정한 사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주한미군 주둔 50년이 넘도록 말하지 못하던 이것을 평범한 국민들이 처음으로 외칠 수 있었습니다. 한미관계도 평등하고 호혜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무시되던 역사가 뒤집히고,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인들이 피해나갈 수 없는 명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선이 효순이가 남긴 과제는 아직도 채 풀리지 않았습니다. 가해 미군도 미군당국도, 진정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미군 장갑차와 미군기지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는 아직도 무건리에서 평택에서 한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등한 한미관계를 말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던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남북관계는 대결과 군사적 충돌의 우려로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60년 군사적 대미 종속관계를 벗어나는 상징물이었던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합의까지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나서서 북을 제재해달라고 매달리는 정부 아래에서 어떤 호혜평등의 한미관계가 가능할 수 있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의 길로 불나방처럼 달려듭니다. 한반도에서도, 아프간에서도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은 전쟁의 위기 앞에 위태롭습니다.

주한미군이 있을 필요 없다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되살리지 않으면 미선이 효순이와 같은 죽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 종속적 한미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 어떤 억울함도 풀 수 없습니다. 촛불의 광장을 방패와 군화발로 막는 정부를 물리치지 않으면 그 어떤 목소리도 자유로이 낼 수 없습니다.

6월 2일 지방선거로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냉엄하게 심판했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아직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먼 길을 가야합니다. 무시되지 않는 한국민의 인권을 위해, 후퇴하지 않는 남북의 평화와 협력을 위해, 평등하고 호혜적인 한미관계를 위해, 미선이 효순이를 잊지 맙시다. 채 만들지 못한 평화와 평등, 자주의 새날을 꼭 만들어냅시다. 오늘 미선이 효순이 앞에서 함께 약속합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연 2010-06-1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합시다.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간혹 잊고 사는 평범한 제가 참...부끄러워집니다.
월드컵의 열기 속에 그 소중한 생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도록. 영원히.

2010-06-14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