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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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저 세상인데, 금을 그어 놓고 여기까지는 안이라고 하고 저기부터는 바깥이라고 부른다.
누구는 그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다 쓰고, 누군가는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살고, 누군가는 바깥에서 아예 안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외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바깥쪽에 내몰리면 바로 '골'로 갔던 무서운 집단 기억때문일까?
한국처럼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 누구나 술 한 잔 하면 쉽게 '형님'이 되는, 그렇지만 퇴근하고 나서도 과장님으로 깍듯이 모시는, 아니 퇴근하고 나서도 직장의 제2라운드 회식이 늘 벌어지는 나라가 이 나라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식을 인너서클로 들이밀기 위해서 온갖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국가이기도 하고. 

신문 기자였다는데, 이런 윤기 묻어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국일보에 연재된 '바깥'이란 꼭지였다고 하는데, 글맛이 쫄깃하기도 하고 몰캉하기도 하다. 

제일 마음에 밟힌 꼭지부터 읽었다.
지난 주에 세상을 버린 어느 시간 강사의 슬픈 이야기.
한 마리에 1억씩 한다는 대학 시간 강사... 나도 자칫 길을 그쪽으로 들었더라면...
시간 강사 제도의 구조적 착취는 언제 생각해도 징그럽다. 사립대 위주의 대학 구조가 더욱 고쳐지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휴머니스트 등산가, 풀피리 연주자, 허리우드극장 젊은 사장, 연극하다 택배기사로 뛰는 사람... 

세상의 안에서 보면 특이한 사람들이지만, 또한 밖이란 곳 역시 세상이긴 매한가지 아닌가. 

표지도 재미있다. 조그만 네모 사이로 속표지의 빨간 속이 드러나  보이지만, 사실 그 빨간 속은 이 책의 표지다. 겉장을 표지라고 하지 않는가. 

바깥으로 들어간다는 역설적 표현이 세상은 늘 안과 밖의 놀음으로 굴러간다는 모순된 구조를 보여주는 좋은 글들이다. 

어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투표 결과를 밤새워 보았다.
비록 한나라당을 박살내지는 못했지만, '한당 나라'를 만드는 불초함은 벗어난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덩달아 교육감 선거까지도 상당히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당선자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서울시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노회찬 후보도 많은 표를 얻었다.
심상정 후보의 사퇴로 유시민이 당선되는 경사까지 얻지는 못했더라도, 진보신당의 아름다운 눈물은 멋있었다.
노회찬까지 한명숙을 지지하는 사퇴를 기대했던 것은 진보에 대한 지나친 기대다.
진보는 그 자리에 서있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는 좀 다를 수도 있다.
대통령 왕국제의 나라에서는... 

바깥에서 풍찬노숙하던 사람들도 안으로 들어가면 금세 배에 살이 오르고 낯에 기름기가 흐를지도 모를 일이지만,
경기도에서 무상급식하자는 말에 콧방귀뀌던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신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바깥이 안으로 밀고 들어간 선거. 100% 만족하진 못하여도 부산에서도 2번이 45%나 되는 표를 얻었다.
대선에서는 수첩 공주가 어떤 여우짓으로 표심을 홀릴지 자못 기대가 되는 바이지만,
안팎으로 고난의 시대를 맞고 있는 교육계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제발 학교는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개악을 할 일이 아니라, 장기적 청사진을 들고나오는 정치가가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학교 밖에서 자꾸 '안'을 문제삼지 말고, 안에서부터 점차 좋아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교육감을 바라는 건, 글쎄 미몽일까?

219 손모델 최현숙을... 손모델이라고 '손현숙'으로 두 번이나 적었다. ㅠㅜ 다음엔 고쳐 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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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독증에 걸려있는 마기인데...
글샘님 덕분에
책만 쌓여요...ㅠㅠ

글샘 2010-06-03 15:37   좋아요 0 | URL
주소 남겨 주시면, 제가 이 책 보내드릴게요. 마기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땡스투에 대한 땡스투로... ㅎㅎ

2010-06-03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6-03 15:40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의 댓글인데... 복잡하시군요. ^^
제 어휘가 사회학적 함의들을 뒤죽박죽 사용하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제가 진보인 체 할 때도 있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 사람이 진보적이래봤자 얼마겠습니까.
저의 전투성이나 당파성은 딱 시대에서 배운 그만큼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한국이 아니라면, 아마도... 저도 보수적 성향일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적 상황에서 진보적 글을 읽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좌빨 소리를 듣다보니... 오락가락 하는 거죠.
긴 글 잘 읽었습니다.(그렇지만 아직도 복잡한 개념들은 명확히 구분할 능력이 없음을 인정합니다. ㅎㅎ)

2010-06-03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