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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 장영희가 남긴 문학의 향기
장영희 지음, 장지원 그림 / 샘터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다리를 못 써서,
또 암에 걸려서, 재발해서...
세상에 그렇게 불공평한 육체를 타고 나서...
그래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겐지...
장영희가 남긴 글들을 모아 지은 책 제목치곤, 참 장영희 스럽다.
그렇게 남들보다 불편한 몸으로 불편한 마음이었을 그였지만,
어쩜 이렇게 밝고 환한 마음 가득 들어있는 글을 썼던 것인지...
아니, 그의 마음속 깊은 어둠이 너무도 깊었기에... 글만은 이렇게 빤질해 졌는지도 모르겠다.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
천상 선생인 그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좋은 구절들을 많이 적어 준다.
그러나, 좋은 선생은,
자신이 학문에 늘 배고파야 하고, 스스로 자만하지 말고 어리석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가 좋은 선생이었기에 스티브 잡스의 저 말이 그토록 가슴에 새겨졌으리라고...
감동을 많이 하면 치매가 없어진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미국의 유명한 수필가 화이트는 "인류나 인간(Man)에 대해 쓰지 말고 한 사람(a man)에 대해 쓰는 것"이 글을 잘 쓰는 비결이라고 한다.
그렇다. 장영희의 글을 보면, 일반론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늘 주변의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거기서 시작해서 어떤 작품이 거론된다.
그렇지만, 그의 상념이 깊은 철학적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것이 인류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떠난 장영희 선생.
이제 떠나 다시 만날 수 없는 글이기에,
그의 짧은 수필도, 그가 간략히 남긴 영문학 해설도 마음을 후비며 파고 든다.
그의 글 속에는 사회적 정치적 관심이 배제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 속에는 온통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하다.
민중당 하겠다고 생꼴깝을 떨다가 한나라당으로 기어들어간 경기도 어떤 바보보다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그가 추악한 신문에 남긴 글들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말로만 민중을 위하고, 철학을 읊조려봤자 만고 쓰레기다.
정말 한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인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 것을 그를 보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