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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눈을 뜬다.
허걱!
휴~ 여기는 우리집 거실이다.
이렇게 술 마시고 정신없이 뻗었다가, 집에서 고요히 자고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면... 정말 깜놀이다.
그렇지만, 다음번에도 역시 그 경험을 잊어버리고 음주가무로 빠지게 되고,
또 어느 날, 허걱!
정신이 들어 보면 길을 헤매고 있다.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모를 길... 내지는 출구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아파트 주차장...
엘르,란 유명한 패션잡지의 편집장으로 잘 나가던 장은,
어느 날 자동차 시승을 나섰다가 '뇌일혈'로 온몸이 마비되고 만다.
생각을 할 수 있고, 듣기까지 하는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은 오로지 한쪽 눈꺼풀뿐.
온 몸은 마치 잠수복을 입은 것처럼 갑갑하고 몸을 꼼짝 못하게 조이고 있는데, 머릿속 생각은 멀쩡하다.
눈꺼풀을 움직여 프랑스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펠링 순서대로 적혀진 판에 따라 한 글자씩 완성한 책이 잠수복과 나비다.
영화에서는 '잠수종과 나비'로 제목이 붙어있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의 웅변을, 작지만 큰 목소리를 들으면 삶이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지만, 삶의 소중함은 꼭 삶의 위기에서 깨닫게 되는 법인 모양.
하루하루 주어지는 소중한 삶의 시간들을 마치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지친 사람인 양 어쩔수 없이 살아가는 것이 또한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다.
살아있는 날까지는 맨정신으로 멀쩡하게 살고싶다.
장처럼 모든 것을 잃고 나서 후회하는 글을 남긴댔자... 슬픈 일이다.
그래서 건강도 지키고 가족도 지켜야 하는 법이고...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핑계대고 게으르지 말고,
병원갈 시간 내기 어렵다고 건강검진 미루지 말고,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음주모드로 해롱거리지 말 일이다.
머릿속에서는 그래야 함을 알면서도... 또 쉽지 않은 노릇이지만...
잠수복을 벗고 자유롭게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삶의 하루하루가 소중하지만, 뇌만 살아있는 인간이란...
애정 표현도, 의사 표시도 할 수 없는 가엾은 인간이란... 가벼운 나비의 날갯짓만도 못하리란 것.
그래서 나비로 날아가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가득가득 하고 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