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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하는 집의 이미지를 한국어에서는 '방'에 담는다.
자취방, 하숙방, 옥탑방, 복덕방...
그리고 피시방, 노래방, 빨래방,
심지어는 보도방(무슨 약자인지 알게 되면 민망하기 그지없는...), 떴다방...
한국의 현대는 '집'을 버리고 '방'을 전전하게 된 역사와 함께 한다.
과거의 초가집에는 가난하고 배고팠지만 공동체의 삶이 있었다면,
현대의 방에는 도시 빈민의 근본없는 서글픔 속에 뿌리채 잘린 삶의 폐허가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하꼬방'에서나, '반지하방'에서는 함부로 소리를 낼 수도 없었고,
현대인의 가장 가엾은 '방'의 하나인 '독서실 방'에서는 다리를 펴기조차 힘겹다.
그 방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늘 고달프게 마련이고,
통장으로 월급 꽂힐 날 기다릴 여유도 없이, 채워지지 않는 빈 술잔을 들고 방황하게 마련이다.
온갖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방'의 주인들.
아니, 방을 거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김애란의 시선 속에 가득하다.
제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별들의 운행과 같이,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미지인 채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잠시 머무는 방들은 비라도 오는 날이면 시커먼 구정물이 침윤하곤 한다.
근본없는 하루하루의 고달픔을 담은 김애란의 단편들을 읽는 일들은 신산한 삶에 대한 오마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