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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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중에 맹꽁이 서당이 있었다.
서당에서 맨날 공자왈 맹자왈 하다 보니 공,맹을 맹꽁이로 놀린 것이다.
그만큼 동양 사상 하면 공자와 맹자를 치는데, 이것은 순전히 천 년도 뒤에 '주희'가 맹자를 재발견하여 공자 뒤에 놓았기 때문이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춘추 전국 시대에 제자 백가들이 이렇게 저렇게 살아보자고 했을 때만해도 맹자는 공자 발뒤꿈치도 못따라갔다. 주희의 성리학에 맹자는 '땡큐' 한번 날려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노장사상은 언제부터 '노자'와 '장자'가 찰떡궁합으로 들어맞았던 것일까?
노자에게는 천재 해법사 왕필이 있었다면(돌 선생이 좋아하는 왕삐~), 장자에게는 곽상이 있었다. 

장자 역시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전해지는데, 가장 장자 사상의 핵심은 '내편'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란다. 나도 장자를 몇 번 만났지만, 역시 이야기 중심으로 읽었기때문에 장자와 노자는 이렇게 다르다...는 의미까지 읽어내기에는 능력 부족이었다. 

강신주는 노자의 그늘에서 장자를 떼어 내고 있는 데 성공하고 있다.
노자의 철학은 '죽이는 정치를 하지 말자'는 정치철학인 반면,
장자의 철학은 '죽는 구덩이로 가지 말자'는 삶의 철학인 모양이다. 

지구의 멸망과 사과나무로 유명한 스피노자와 들뢰즈의 철학을 넘나들면서 저자가 역설하는 것은 장자의 생각은 이제까지 지나치게 편협되게 읽혔다는 것이고, 노자의 철학 그늘에 숨겨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인 모양이다.  

'나를 따라 독자들은 가장 빠른 직선 코스로 장자라는 정상에 이를 수 있는 능선으로 올라설 것(21)'이라고 저자가 적고 있는데, 그건 장자를 읽는 해법이 아닌 듯 싶단 생각이 든다. 장자가 왜 이야기 형식으로 적혀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노자처럼 정치철학적 언술을 기술하는 대신에 비유로써 빗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그 풀이를 명쾌하게 들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장자의 이야기를 자꾸 스피노자와 들뢰즈 이야기와 겹쳐놓는 행위는 또다른 비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자는 알아야 할 것이다. 장자를 읽는 가장 빠른 코스는, 장자의 원문을 직접 읽고 마음에 깨달음을 얻는 법이다. 내 능력 밖이긴 하지만... 

장자를 꿰뚫고 있는 핵심은 '차이'로 보인다. 붕정만리 떠나는 새와 메추라기의 차이. 일곱 구멍으로 자유롭게 숨쉬던 숙,홀과 구멍하나 없던 혼돈의 차이. 그런 것. 그 차이를 한 순간에 깨달으라는 비유가 장자다. 그러나... 그걸 깨달으면 또 무엇하리. 한바탕 꿈 속인지도 모를 일인데... 장자의 인식론에 대한 태도는 그래서 늘 '상대적임'을 상기하라고 우리를 들쑤석인다. 

모퉁이에 얹힌 찰흙 덩어리는 그릇으로 빚어지지 못한다.
물레의 가운데,
문이란 것은 안에도 밖에도 속하지 않는 도추(지도리)를 중심으로 여닫힌다.
옳고 그름이 모두 소통되는 가운데. 

그 가운데 존재하는 것들은 <타자와 더불어 봄 春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말도 등장한다.
봄, 이런 비유 참 좋다.
세상이 따사롭고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고, 땅 밑에선 얼음이 되었던 물들이 녹아 나무 뿌리를 적시는 봄.
생명력이 움트고 사람의 마음을 살살 길거리로 내보내는 봄.
거기, 타자와 더불어 보내는 봄 소풍, 같은 인생. 

이런 시적인 장자란 텍스트를 '노자의 국가주의 철학에 비하여 민중지향적이었던 장자.
나무 줄기와 같은 단단한 텍스트로서가 아니라 어떻게 튈지 모르는 뿌리 줄기로서의, 리좀으로서의 장자'를 강신주는 독자에게 휙, 하고 던지는 셈이다. 

자기도 장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리좀이란 것은.
늘 푸른 초원을 즐거워하던 장자는, 유목민의 후예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푸른 초원을 마음껏 뛰놀고 풀을 실컷 뜯는 망아지같은 마음으로 장자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장자는 어차피 활짝 열린 텍스트다.
강신주와 함께 '차이'를 오락가락하고 싶다면 이 책도 권할 법 하다.  

나라 꼴이 피비린내 대신 '입막음'하느라 강압적인 공포정치로 엉망진창이다.
툭하면 벌금 때리고, 치사하게 군다.
전교조 조합원이 많은 학교가 공부 못한다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단다.
야, 이거 해외 토픽감이다. ㅎㅎㅎ
노동조합 있는 현대 자동차, 품질 떨어진다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아, 그래서 노동조합 없는 <삼성 에니콜>이 품질이 좋다는 <유의미>로 욕을 처먹겠지.
장자와 함께 나비꿈을 꿀 시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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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1-20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타자와 더불어 봄이 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민중지향적이네요. 그러니까 그간 노자가 장자보다 더 회자되거나 높이 평가됐군요. 제가 한 무식합니다.^^*

저도 오늘자 동아일보에서 그런 기똥찬 '유의미한'결과 보고 헛헛한 썩소만 나오더이다.

글샘 2010-01-20 23:18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는 내용이죠. 뭐, 장자 같은 책을 저같은 메추라기가 어찌 맛이라도 보겠습니까. 전문가가 간본 거 겉핥기라도 하고 몇 자 적은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