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 책과 사람, 그리고 맑고 서늘한 그 사유의 발자취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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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에서 조선이 중요한 이유는...
글쎄, 중세의 역사는 현대에 별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지만, 근대 이후의 역사와 사고들은 현대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항목에서도 그 하나를 집을 수 있겠다. 

조선의 정사에는 훈구파와 사림파, 그리고 왕조 중심의 역사 서술과 경제, 문화 등 항목에 따른 생활상들이 기록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관심을 둔 조선의 서가에는 역사책에서 읊어대는 성리학 일변도의 <이황 - 이이>들로 구성된 책들로만 들어찼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과거 시험이 경전 위주로 치러지건, 문장 위주로 치러지건, 성리학의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조선인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유통된 책들을 따져 보는 이런 책을 읽는 노릇은, 
정통이고 주류라고 뽐내는 자들의 빛나는 복색 뒤로 뭔가 허전해 보이는 구석이 있음을 간파하게 만든다.
세상은 늘 '주류'들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주류들에게 당하면서도, 주류들을 뛰어넘는 해학과 재치를 지닌 민중의 힘이 도저하게 비주류의 삶을 관통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비주류가 큰 관심을 받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총 5부로 이루어진 책인데,
1부에서는 <소설의 별난 재미>에 빠져든다. 짧은 이야기책 소개로 실감나게 전달되는 부분이 적어서 아쉽다.
2부에서는 <시문>의 이야기. 선비들의 한시들이 지어지고 묶인 모습을 찾아간다.
3부에선 조선 서당의 공부 내용이 들어있다. 유교적 질서를 잡아나가려던 조선의 모습과 사화 등에 얽힌 애증이 책들과 깊이 얽혀있다. 

4부의 선에 관한 책들은 설명은 짧지만 요점이 명료하다.  
5부에서는 조선 후기의 실학이 요동치던 시기의 책들로 작가가 가장 사랑하는 책들이 여기에 놓여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그가 '벗으로 삼고 싶은 사람'으로 짚은 박지원과 '개처럼 살아온 삶을 벗어나라'던 분서의 이탁오, 그리고 반역의 책, 정감록... 이런 것들에 대한 작가의 설명에서는 책에 대한 애정이 뚝, 뚝 듣는 듯 하다. 

이 책은 재미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책의 유통 또는 책사이의 관계도 짚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의 내용을 자신의 말로 녹여서 풀어주는 대목이 약하다.
책에서 인상적인 대목들을 좀더 짚어 주는 깊이있는 책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금상첨화를 바라는 건 내 희망사항일 것이고, 그리 되었다면 또 책이 지나치게 두꺼워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권력을 뒤흔드는 세력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를 알아차린다. ... 정감록을 설명하면서 쓴 말인데... 권력이란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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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고치기 두어 편 

33쪽의 7째줄... 해꼬지...는 해코지가 옳다. 

77쪽의 13째줄... 흔치 않는다는 점...은 흔치 않다는 점... 이건 흔한 실수다. 

좋은 책에서 아쉬운 실수는 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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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10-1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깜짝이야. =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