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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와 제주도 ㅣ 답사여행의 길잡이 11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 돌베개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그 전같으면 팔리지 않을 책이었다.
그가 막 그 책들을 썼을 때, 해외 여행 붐과 함께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지리산 종주, 설악산 종주 등의 여행으로부터 방방곡곡의 문화유산답사가 대유행을 했던 것이고, 그래서 유홍준은 꽤나 책을 팔았을 것이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에서 나온 이 책 시리즈는 참 유익하다.
그런데... 유익하긴 한데... 뭔가 좀 부족하다.
내게 여행이라고 하면, 관,식,숙이다.
뭔가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먹고, 자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아내와 아들 녀석은 자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점점 깨끗한 숙박시설을 요구한다.
이 책은 관광에 대해서는 자세하고 꼼꼼하게 지도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관광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
최근 네비게이션들이 한두 달 만에 업데이트를 해줘야 할 정도로 지리와 지형이 바뀌고 있는데,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것들은 십년도 넘은 설명들이다.
그러니, 먹고 자는 일에 대해서는 이 책은 완전 무용지물이라 볼수밖에 없다.
10년 전이라면... 글쎄, 민박집이 대세던 시절이고, 요즘엔 펜션도 얼마나 많이들 생겼는데...
마침 주말을 이용해서 몇 번 여행했던 곳들이 이 책에 실려있어 재미있게 읽었고,
보충수업 마치고 3일간 제주 여행을 갔을 때 읽고 또 읽은 책이다.
송광사로 해서 벌교의 '거시기꼬막식당'의 '맛조개정식'을 먹고 완전 반하기도 했고,
몇 번 갔지만 돌지 못했던 낙안읍성의 성곽을 이번 여름엔 돌기도 했고,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산섬 달없는 낮에 제승당을 거닐기도 했고,
남해섬 팔백리 훈풍따라 가는 길을 드라이브하면서, 도대체 왜 저 척박한 가천 다랭이마을까지 사람들이 가서 살게 되었을지를 유추해보는 일도 있었다.
제주섬에 도착해서는 울퉁불퉁한 성산 일출봉과 닮은 거칠고 담백한 보리빵을 씹어도 보고,
도지사 소환 투표에 대한 플래카드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판에, 집집마다 우체통에 든 투표안내문을 보면서, 아, 별로 투표하러 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고,
정말 소처럼 순한 얼굴과 역동적인 소의 앞다리와 뱃살이 인상적인 우도를 유람하기도 하고,
고려의 마지막 자존심 삼별초를 짓밟고 100 여 년을 탐라총관부로 다스렸던 몽골리안들의 빼어난 마상기술을 선보이는 the 馬 park에서 말달리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게 정원을 꾸며둔 방림원을 보기도 했다.
마지막 날엔 송악산 맛있는 전복죽집에서 전복죽으로 배를 든든하게 한 다음,
송악산에서부터 용머리해안까지 파란색과 노란색 꼬불거리는 귀여운 화살표를 따라 올레길을 걷기도 했다. 올레길에 대한 느낌은... 별점 5점 만점에 3점 정도 된다. 풍광은 멋있지만, 자신을 잊고 걷기에 열중할 만한 길은 별로 아니었다. 그렇지만, 올레를 만드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길을 걸을 염을 내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제주도 4.3을 국사 교과서에서 빼겠다는 파렴치한 무뢰배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지금,
이 책에 실린 제주도의 4.3은 왜 제주도가 여자가 많은 섬이 되었는지를 잘 짚어 주고 있다.
그렇지만, 1998년 취임하신 김대중 대통령이 이미 돌아가신 시점에 아직 법제화도 되지 않았다는 옛날 이야기를 읽는 일은 씁쓸했다.
고인께서 대통령되고 과거사 문제 중에 제주도 4.3 문제를 제법 비중있게 회복하려 노력했던 것을 이 책은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리고 요즘 책들은 아마추어들의 그것이라도 디카의 혁명에 힘입어 큼직하고 시원스런 사진들로 가득하건만, 이 옛날 책은 3공 시절의 국사 교과서에서처럼 조그맣고 시커먼 흑백 사진들이 시각적 효과를 완전 줄이고 있다.
이 좋은 책을... 좀더 업그레이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