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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김영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노의 이름은 놀웬이다. 그렇지만 '노'라고 불린다.
삶 자체가 부정된다는 뜻일까?
주제 연구의 탐구 주제로 홈리스를 잡은 나는 월반을 두 번이나 한 고딩이다.
지하철 역에서 우연히 노를 만나게 되고, 노와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한 집에서 살아도 보고,...
천재 소녀인 나는 학교에서 늘 칭찬받고 본보기가 되는 아이고,
집에서도 모든 단어의 깊은 의미를 백과사전을 통해서 발견해 내는 즐거움을 아는 아이다.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그런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세상 사는 일은 마치 운전면허도 없고 경험도 없는데, 성능만 과다하게 좋은 자동차를 모는 일과 같다.
동생을 잃고나서 세상에 넋을 놓아버린 엄마가 노와 함께 살면서 꽤 괜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근원적인 치유가 되지 않은 노는 다시 집을 나가게 되고,
결국 나와 연락이 끊어지게 되는데...
과연 '노'가 존재했던 것일까?
나의 내면 깊숙이 존재했던 일탈과 부정의 심리가 어느 순간 물화되어 내 앞에서 실존인 양 움직였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노와 나는 가까우면서도 먼 사이였다.
복지 정책이 잘 되어있는 국가인 프랑스에 정신병원이 가장 많고 홈리스도 많은 모양이다.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한국도 IMF 이후로 노숙자, 노숙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어디 가나 흔하다. 국가가 홈리스를 위해 해주는 것은, 건강한 시민들이 앉아야 하는 의자에 불결한 노숙자들이 자빠져 자지 못하도록 벤치에 나무 토막을 박아주는 쎈쑤~ 작렬이다. 처음에 그 막대기가 붙박힌 벤치를 보고 한참 말이 안나왔다. 이게 국가인가 싶어서...
언제나 사정은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어린 내가 보는 세상은 그런 것이었다. 쉽사리 해결책이 나서 주지 않는 복잡한 골목같은 곳.
우리는 초음속 비행기를 띄우고 우주에 로켓도 발사한다.
머리칼 한 올이나 미세한 살갗 부스러기 하나로 범인을 잡아내고,
3주나 냉장고에 처박아 두어도 주름 하나 잡히지 않고 싱싱하게 유지되는 토마토를 만들어 내며,
손톱만한 반도체 칩에 수십억 가지 정보를 저장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도록 그냥 내버려둔다.(91)
노와 내가 벌이는 좌충우돌 실험적 생활은 늘 위태위태하다.
결국 <자신에 대한 부정>의 화신 <노>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자신의 삶의 길로 돌아오고...
청소년 소설 치고는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깜짝 놀랄 만한 일은, 프랑스엔 문학상 시즌이 있다는데...
고교생이 뽑은 공쿠르상, 프랑스 서점 대상... 같은 것들이 있단다. 멋진 일이다.
이 책은 프랑스 서점 대상을 받았고, 공쿠르상, 고교생 공쿠르상의 강력 수상 후보작으로 올랐다.
델핀 드 비강이란 작가...나랑 같은 해에 태어난 작가구만.
표지가 좀 유치찬란하지만... 여고생들에게 권해주면 즐겁게 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청소년 소설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