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를 리뷰해주세요.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 고미숙의 유쾌한 임꺽정 읽기
고미숙 지음 / 사계절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사계절 출판사에게 각별한 책일 것이다.
조선일보에 연재와 중단을 반복하던 이 작품을 1985년 9권으로 출간했지만, 대머리 독재 정권의 탄압으로 활판마저 압수당하는 등의 수난을 겪었던 것으로 들은 적이 있다.
1991년 다시 10권으로 간행하였는데, 이 책을 텍스트로 삼았다. 

벽초 홍명희는 고향이 충북 괴산이다.
그래서 괴산에서는 '벽초 홍명희 문학제' 같은 의미있는 행사를 열려 하였으나,
이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것이 이 나라의 한계다. 

고미숙의 임꺽정 읽기는 우선 재미있다. 

전혀 잰체하지 않는 문체로 임꺽정에 깃들인 벽초의 혼을 날줄과 씨줄을 풀어내는 느낌으로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는 맛은 꽤나 쏠쏠하다. 

벽초의 임꺽정은 한 마디로 <은근한 멋>이 가득한 책이다.
그 책에 담긴 은근한 정서를 한 번 읽고 흠뻑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도 한 이십 년 전에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장길산 같은 책과는 또다른 감칠맛이 가득한 책이었다고 기억이 남아있다. 

은근한...의 속에는 <화끈한>, <적나라한>, <고상한> 의 반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아주 은근한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을 잘 살려 쓰는 것도 정말 구수하고, 모시 적삼 속에 살풋 비친 아낙의 살빛처럼 야하지 않은 속에서도 사내들 속마음을 아릿하게 구워삶는 사랑이야기도 일품이다. 

<공부>로 <인생역전>을 모토로 삼은 고미숙이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의 측면에서 특별한 기준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의 글쓰기가 그야말로 요즘 자동차계에서 유행인 <하이브리드 식>이다.
임꺽정이란 텍스트를 <다종 다양한 잡종>의 집합체로 읽은 뒤,
그것들을 다시 헤쳐모여! 시킨 것이다.
어떻게 분류하여 정리하든 간에 벽초의 이야기는 "씹어본 자맛이 아는 맛"이다. 

내 기억을 나도 믿을 수 없지만,
대하소설의 별점을 매긴다면...
이병주의 지리산이 별 다섯
최명희의 혼불이 별 여섯
조정래의 한강이 별 여섯 반
박경리의 토지가 별 일곱
조정래의 아리랑이 별 여덟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별 아홉
황석영의 장길산이 별 아홉
홍명희의 임꺽정이 별 열 개 줘도 안 아깝다. 

고미숙의 하이브리드식 독서 일지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백수들의 공동체를 <케포이필리아>란 정체불명의 용어를 써가면서 맘껏 칭찬하고 있다.
공부를 통해 백수의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고 자유인이 되고픈 그의 소망이 이땅의 인문학적 어둠 속에서 환한 불빛이 되길 빈다.
하이브리드란, '한 쪽의 멸종'을 전제로 한 '한 쪽의 융성'을 거부하는,
요즘의 실용적 학문에 의한 인문학의 <포괄적 타살>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삶의 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의 발버둥들이 갈수록 결이 가다듬어 지는 듯 하여 마음이 든든하다. 

운명은 길섶마다 행운을 숨겨 두었다고 니체가 말했다듯이,
그의 하이브리드식 독서를 따라 읽는 행운이 길섶마다 <인삼뿌리처럼> 숨어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처럼 Wow에서 Ohlle!!!로 진보하도록... 

괴물과 싸우는 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도 곁들였는데,
한국의 서양사상사를 다룬 '윤리와 사상' 교과서엔 '니체'가 없다. ㅠㅜ
이 땅의 괴물은 밑도끝도 없이 곳곳에서 등장하여서... 도무지 그 본체를 찾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2008년 미친개들의 미친듯하던 물대포 앞에서 '온수'를 외치던 발랄함으로,
괴물이 되지 않으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상적 궤적을 더듬어 공부하는 일도 중요한 발걸음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래와 같이 미치게 하는 소식을 들으면, 괴물의 존재가 곳곳에 숨어 서식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어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벽초 홍명희 관련행사 잇따라 무산 뉴스>

http://media.daum.net/society/nation/chungcheong/view.html?cateid=100007&newsid=20090725060403952&p=newsis 

 써비쓰~~

사계절 출판사의 <벽초 홍명희  독서 감상문 대회 감상>

http://www.sakyejul.co.kr/event/hong/hong_4.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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