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시대의 에너자이저 수선 님께 두번째 출간을 축하드린다. 
축하 선물은 장미 백만 송이입니다. ^^(카메라가 작아서 다는 안 보이시죠?)



회사원으로 살아가면서, 책을 읽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이렇게 글을 써서 자기의 삶을 엮어 내는 수선님을 보면, 존경의 마음이 들지 아니할 수 없다.
블록질 하는 허섭쓰레기같은 글들을 뱉어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진대, 활자화 시키기까지의 뼈를 깎는 고통이란... 히유... 

수선 님의 책을 읽으면서, 나와 공통점이 많이 발견되었다.
음... 우선, 술을 좋아한다는 것...(제가 서울가면 한 잔 합시다.)
또 소음인 체질인 것.(소음인은 뭔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는 체질이죠.)
그리고 소음인 체질의 공통점인 나이트형 인간이란 거...
(결국 수선 님이랑 만나면... 밤 늦게까지 술마실 일밖에... ㅠㅜ) 

그리고 다른 점도 많이 발견된다.
수선 님은 책에 밑줄을 긋지만, 나는 책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전에 드팀전님께 다 읽은 책을 선물했더니 안 읽은 것 같다는 의심을 보냈다는... ㅠㅜ)
책을 빌려보는 일이 많은 나로서는 책에 밑줄 긋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대신에 꼭 기억해 두었다가 리뷰를 올릴 때 참고하고 싶은 페이지는 적어 두거나, 띠지를 붙이거나, 워드로 메모를 해두는 편이다.(이사다닐 때... 얼핏 보고 견적 작게 불렀다가 늘 책 옮기면서 골탕먹는다는 아저씨들 이야기를 몇 번 듣고 나니... 책 사는 일이 버겁다. 그치만, 이 책은 사서 읽은 거라구요. 리뷰를 보시면, 구매자가 뜰 것입니다. ㅎㅎ)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은 수선 님같은 여성에게 한국땅은 조금은 공포스런 곳일 만도 하다.
직딩들의 마초주의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성채와도 같은 것일 것이며(내가 근무하는 직장은 남성부족을 하소연하는 처지라 남교사들의 입지가 오히려 곤란할 때가 많을 정도여서 모두를 이해할 순 없지만...)
결혼을 염두에 두고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강한 수선 님을 껴안아줄 수 있는 사람을, 결혼 적령기가 살풋 넘어선 시점에 만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무지무지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수선 님이 많이 외로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을 다니고, 주말과 휴가를 이용해서 집필에 몰두하며, 소설을 써보려고까지 노력하는 고군분투는 아름답지만, 지금 여기서 화장실 문 열어놓고 볼일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냄새 나는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생각을 시종 감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또 일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그미의 주변에는 늘 사람이 있고, 일이 있고, 친구가 있을 노릇이므로... 그 외로움은... 강한 긍정의 힘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정호승 시인이 수선 님께 외로우니깐 사람이라고 시를 다 적어 주었을까나... ㅋ 

나도 올해 처음으로 '부장'이란 자리를 꿰어차고 있노라니,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다.
늘상 불평을 하고 투덜대고 어리광을 부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 불평에 대꾸해야 하고, 어리광을 안아 주거나 꾸짖어야 하는 어른으로 바뀌는 '역할 놀이 같은 것' 

그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현명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은,
이전 사람들이 그 역할을 수행한 것과 꼭같은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리라.
지혜를 터득한 사람은, 비록 그런 것들을 미리 알고 있지는 않았을 지언정,
아랫사람들로 하여금,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1위"로 손꼽을 만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충분히 심사숙고하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아랫사람들에게 미루지 않고, 자신이 감당해야할 몫을 상사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품성이 몸에 배인 사람이 되리라.
마치 큰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기다리던 어니스트가 그 자신, 예언의 인물이 되었듯.
다른 사람을 탓하는 데서 머물지 말고, 스스로가 필요한 사람이 되는 사람.
그런 것이 독서의 경험치가 쌓여 이루게 되는 내공의 경지이리라. 
수선 님이 그런 경지에 슬슬 다가가길 빌어 드린다.

작은 수선의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알콩달콩 이야기들은,
회사원들에게는 위로의 맥줏잔이 되기도 할 것이고,
삶이 시큰둥해져버린 중년들에겐 상큼한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할 것이며,
책을 등진 지 너무도 오래된 이들에겐 마구 책 권하는 마담이 되어 줄 것인데,
이 이야기들이 내겐 오랜 친구와의 해후에서 밤새 한 잔 걸치면서 전해듣는 느긋한 이야기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내려와
흘러흘러 바다로 가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걸,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높다란 마루에서 거울을 보고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르던 실이 저녁에 눈이 됨을... 

아, 나아가서 술을 한 잔 드리우는... 이백의 장진주.
나아가서 술을 한 잔 드리우는 의미는... 이미 저 세상에 가버린 이에게 바침의 의미이니...
지금 여기서 책에 밑줄 긋는 여자로 살든, 밑줄 안 긋는 남자로 살든,
먹새그려 먹새그려 수놓고 먹새그려...
와인이든 캔맥주든 깡소주든, 한잔 술과 이야기에 밤 깊어가는 줄 모르는 일이다.
밤 깊은 줄 모르고 읽고 싶은 책을 찾는 이에겐 일독을 권할 만하다.
단, 이 책의 단점은... 홀딱 빠진 듯이 읽고 나서 좀 아쉬움이 짠하게 남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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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7-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홀딱 빠진듯이 읽는 글이죠. 수선님의 열정이 제게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
수선님과 데이트하는 번개팅좀 추진해보시면 어떨까요~~
누가? 글샘님이. 호호호~~

글샘 2009-07-25 11:15   좋아요 0 | URL
저자 사인회라도 열까요? ㅎㅎ
근데 불법집회라고 안될지도 모릅니다. ㅠㅜ

순오기 2009-07-25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삽질을 하시니 보관함으로 옮기고~ ^^
작가 사인회 8월 일정으로 알라딘에서 추진하면 팬들이 몰리지 않을까요?
알라딘은 정수선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라!

글샘 2009-07-25 12:11   좋아요 0 | URL
성수선인데요... ㅋㅋ
팬들이 몰릴까봐 조용히 찾아뵈어야겠습니다. ㅎㅎ

2009-07-26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9-07-27 09:24   좋아요 0 | URL
아, 단점이라 해 놓고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으니... ㅎㅎㅎ
책이 두께에 비해서 정말 쉽고 재미있게 휘리릭 넘어가니 안타까움이 남는 것이 아쉬움이구요... 짠한 것은, 뭐 재미있고 활기차게 적어낸 직장생활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밥벌이의 지난함... 그런 것이겠지요.

2009-08-01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3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